US 오픈 2021 테니스 예선전이 오늘부터 시작했다.
매년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 열리는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를 보곤 했는데 작년 코로나로 무관중 경기를 했고, 올해는 경기를 관람할 수 있어서 미리 티켓을 몇 장 예매했고, 본선 경기전 열리는 예선전 경기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서 올해는 볼 수 있을 거라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일반인에게 오픈하지 않는다고 하니 얼마나 실망스럽던지! 세계 최고 테니스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라 아들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달려가곤 했는데 아쉬운 마음이다.
새벽에 깨어나 시내버스 첫차를 타고 바다를 보러 갔다. 시내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던킨 도너츠에서 커피 한 잔 사 먹곤 하는데 오늘은 외상이었다. 미국에 와서 외상이라니! 처음 있는 일이라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다. 매일 같은 시각에 커피를 사 먹곤 하니 바리스타가 내 얼굴을 기억하는데 신용 카드 기기가 작동을 하지 않아서 내일 커피값을 지불하라고 했다.
뜨거운 커피 한 잔 마시며 새벽 바다를 바라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뚫고 달려가면 무릉도원이 펼쳐진다. 새벽 바다에서 산책하는 백로와 흑로와 백조를 보며 갈매기 울음소리 들으며 새벽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동트기 1시간 전은 마법의 시간이다. 세상의 고통이 멈출 거 같은 시간들. 내 고통이 바닷속으로 풍덩 빠지는 걸까. 잠시 세상을 잊는 시간이다.
시내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와 전화를 했다. 8월 내내 내 마음은 불타는 태양처럼 뜨거웠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내 힘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계획을 변경했단 전화 내용이었다. 준비가 되지 않았는지 뜻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도 참 많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 새벽에 깨어나 바다를 보러 가고 매일 맨해튼 하늘 위를 날아다니느라 너무 바빠 글쓰기를 중단했다. 한동안 삽질을 했나 보다. 미리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텐데... 나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깨달았던 여름.
그 후 아들과 함께 운동하고 식사하고 오후에 맨해튼으로 달려갔다. 유니온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로 올라갔는데 코로나 백신 맞은 증명서가 있어야만 북 카페에 들어갈 수 있으니 어떡하랴.
아무것도 모르고 어릴 적 예방 주사를 맞곤 했는데 코로나 관련 기사를 읽다 보니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백신 주사가 완전하지 않다는 판단이 든다.
지금은 건강 관리가 중요할 때. 내가 아프면 누가 날 돌보랴.
답답하다. 공연도 봐야 하고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도 보러 가야 하는데... 백신 증명서 없이는 식당도 갤러리도 뮤지엄도 방문이 어려울 거 같다.
어제 세탁을 하다 아들 운동화 바닥에 구멍이 난 것을 발견했다. 한국에서는 찢어진 운동화와 양말과 옷을 입어 본 적이 없어서 참 슬프다. 운동화는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 북 카페에서 서서 책을 읽다 세일 중인 운동화를 사러 갔다. 아들에게 전화를 하니 다음에 산다고 말하니 가게에서 그냥 나왔다.
센추리 21을 자주 이용하곤 했는데 코로나로 문을 닫아 버려 저렴한 신발 구입도 어렵나 보다. 아들에게 마음에 든 신발이 비싸다고 말하니 아들 하는 말
정말 그런지 몰라. 눈감고 오래오래 살다 보니 세상이 변한지도 몰랐다. 세상모른 난 백로와 백조와 노는 게 딱 맞는 일인지 몰라.
어느새 8월 말인데 최고 기온이 33도. 종일 매미가 울었다.
복잡한 일이 지나고 빨리 평화가 찾아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