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24 월요일
뉴욕 레스토랑 위크 축제가 지난 1월 18일 시작해 2월 18일까지 열린다. 다인종이 거주하는 뉴욕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음식 문화가 아닐지. 그런데 식사비가 너무 비싸다. 그래서 외식을 하기가 무척이나 두렵고 마음 무거운 일이다. 하지만 레스토랑 위크 축제 시 이용하면 평소보다 더 저렴한 가격이라서 좋다.
모처럼 두 명의 자녀와 함께 식사를 하러 갔다. 스시를 사랑하는 딸을 위해 레스토랑 위크에 참가하는 일식 맛집을 골라 유니온 스퀘어 반스 앤 노블 서점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아들이 맨해튼에 오는 동안 문자를 보내 메뉴가 뭔지 알고 싶다고 했다. 가려고 했던 레스토랑 메뉴를 보내니 가격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변경했다.
다름 아닌 일본 고기 체인점 규카쿠(레스토랑 위크와 관련 없는 곳).
맨해튼에 여러 지점이 있는데 우리는 쿠퍼 유니온 대학 근처로 정했다. 아들 친구들이 가끔씩 규카쿠를 이용하고 딸은 친구랑 가 본 곳이라고 하는데 난 처음이었다.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지 않으니까 난 여전히 맨해튼 레스토랑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빨갛게 피어오른 화롯불에 직접 고기를 구워 먹는 게 얼마만인지! 가끔씩 식당에서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도 좋을 텐데 쉽지 않다. 놀랍게 한국에서 이용하던 고기 맛과 비슷했다. 한국 음식 문화가 정말 좋아서 그립기만 하다. 그리운 추억여행을 하면서 두 자녀와 행복한 저녁 시간을 보냈다.
함께 지낼 때 가족의 소중함을 잊고 지낸다. 그러다 갑자기 멀리 떨어지면 그때 가족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된다. 요즘 세상에 자녀들과 영원히 함께 사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함께 지낼 때 더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 그렇지만 현실을 피할 수 없으니 늘 돈을 앞세우며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기조차 어렵다. 수많은 비극적인 일들을 겪으면서 깨달았다. 가끔은 레스토랑에 가서 함께 이야기 나누며 좋은 추억을 만들자고.
삶은 리허설이 없다. 그래서 경험하면서 배운다. 삶은 늘 내게는 배움이다. 고통 속에도 배움이 있다.
어퍼 이스트 사이드 소더비 경매장에서 쿠퍼 유니온 대학 근처 일본 고기 체인점 가는 길
타임 스퀘어에 들렸다.
뉴욕은 세계적인 문화 예술의 도시다. 매일 새로운 전시회와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정열만큼 세상이 넓어지는 곳. 그러니까 새로운 세상을 보면서 나의 우물이 조금씩 커진다.
월요일 오후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소더비 경매장에 방문했다. 2년 만인가. 코로나로 한동안 방문하지 않았다. 세상 부자들의 잔치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꽃 향기 맡으며 벽에 걸린 작품을 들여다보았다. 경매장 전시 공간에 방문객들이 아주 많지는 않고 근사한 정장을 입은 분도 아닌 분도 있다. 일부는 마음에 든 작품을 구매하려고 자세히 들여다본다. 가끔은 직원 설명을 듣는 분도 있다.
벽에 걸린 뜨개질 하는 주름살 많은 할머니의 애틋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누구를 위해 손 뜨개질을 했을까. 옆 테이블에는 작은 책과 꽃이 담긴 화병이 놓여 있었다. 짐작에 작은 책은 아마도 성경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화려한 의상을 입은 귀족 부인보다는 이젠 보통 사람의 일상을 담은 작품이 더 가슴에 와닿는다.
또 하나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다름 아닌 '모나리자 미소'. 그 작품을 보면서 루브르 박물관에 여행 갔던 추억이 떠올랐다. 루브르 박물관에 방문한 지가 20년도 더 지났다.
세상이 온통 캄캄하던 대학 시절 늘 꿈을 꾸며 행복했다. 당시는 해외 여형이 보편화되지 않을 무렵이라서 나의 꿈에 대해 말하면 주위 사람들은 웃었다. 그런데 세상이 변해 누구나 여행 가방 들고 여행을 떠나는 세상으로 변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멀리 해외에 사는 한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놀랍도록 세상은 변하고 있다.
해외여행하자고 마음먹은 것도 수많은 비극을 경험 후 결정을 내렸다. 어렵다고 어렵다고 자꾸 미루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늦게 깨우쳤다. 무에서 시작해 생활이 안정될 무렵 해외여행이 가능해졌다.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예약하고 여행 가방 들고 떠날 때 설렘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떠났다. 런던을 거쳐 파리에 도착해 루브르 뮤지엄에 방문했지만 벽에 걸린 작품은 사이즈도 아주 작고 방문객들이 워낙 많아서 멀리서 유리로 덮인 '모나리자 미소'를 보았을 뿐이다. 그러니까 고백하면 루브르 뮤지엄에 가서 '모나리자 미소' 보러 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단발머리 한인 유학생 가이드가 파리에 머문 지 10년이 지났다고 했을 때 정말 오랜 세월을 보냈구나 했는데 지금 우리 가족도 10년이 훌쩍 지난 세월을 뉴욕에서 보내고 있다. 그때는 어린 두 자녀 데리고 뉴욕에 와서 공부하고 살 거라 미처 몰랐다.
삶은 늘 우리가 모른 곳으로 안내 하나 보다. 알 수 없는 길,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이 인생 아닐까.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게 나의 몫.
아들과 아침 운동도 했다. 며칠 꽁꽁 얼어붙은 날씨라서 운동하기 겁나 포기했다. 모처럼 조깅을 하니 몸이 가벼워졌다. 운동은 역시나 좋다.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한다. 파란 하늘에서 춤추는 하얀 구름도 보니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