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8. 화요일
하늘은 푸르고 푸른 겨울날 아침 아들과 함께 블라인드를 리턴하러 UPS에 갔다. 집에서 좀 떨어진 장소에 있다. 아들은 택시비 아끼려고 걸어서 간다고 주장하고 난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고.
실은 아들은 위치가 어딘지도 모르고 난 몇 번 방문한 곳이라 집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이라 무거운 짐 들고 걷기엔 무리다고 판단을 내렸다.
풀어헤친 블라인드를 다시 박스에 담고 테이프를 붙였지만 아들은 엉성하다고 했지만 서랍에 든 테이프로 다시 붙여 괜찮다고 하고 한인 택시를 불러 타고 갔다.
아들이 "엄마 의외로 먼 곳이네요."라고 말했다.
"그래, 택시 타길 잘했지."라고 하니 아들이 웃었다.
돈은 꼭 써야 할 때가 있다. 그런 날이었다.
일이 의외로 쉽게 끝나 좋았다. 처음이라 잘 몰랐는데 그냥 직원에게 건네주면 되니 편리하고 좋았다. 복잡한 일 하나 처리되니 기분이 상큼했다. 집 창문에 맞지 않는 블라인드가 내 곁을 떠난 것만으로 행복이 밀려왔다.
실은 내 감정이 꼬인 게 더 짜증이 났는지도 모른다.
감정 참 묘하다.
내 감정에 따라 판단도 달라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인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비싼 물가. 꼭 필요한 식품을 장바구니에 담지만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뭐하나 뺄 것이 없는데도. 김치, 파, 두부 몇 모, 달걀, 찌개용 돼지고기, 귤, 단감 등.
이스라엘 단감이 세일 중이라 기쁜 마음으로 구입했다. 지난번 마지막인 줄 알다 다시 먹게 되니 얼마나 좋은지. 짐 꽤 무거웠지만 다시 택시를 부르기엔 부담스러워 시내버스 정류장에 가서 기다렸다. 함께 기다리는 교포 할머니는 뉴욕에 온 지 40년 가까운 세월이라고. 건강하게 보였는데 허리가 아프다고 하셔 하늘로 떠난 아버지가 생각났다. 연세대 병원에서 허리 수술을 받으면 바로 회복할 줄 알았는데 거꾸로 건강이 악화되어 운명했다.
집에 돌아와 서둘러 식사를 하고 아들에게 "오늘 카네기 홀 공연이 열리는데 어떻게 할까"라고 하니
"티켓 남아 있으면 공연 봐요"라고 했다.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카네기 홀에서 저녁 8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리는데 아침 일찍 가야 저렴한 티켓을 구입하는데 평소보다 더 늦게 맨해튼에 가서 포기하려다 박스 오피스에 들려 혹시 티켓 남아 있는지 물었다. 늦은 오후 티켓을 구입하니 운이 좋았다.
티켓 1장만 구입하고 아지트에 갔다. 크리스는 백인 할머니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줄리아드 학교 바이올린 공연이 오후 5시 반. 카네기 홀 공연 전에 봐도 좋다는 생각이 들고 중간 비는 시간 무얼 할지 생각하다 갤러리에서 전시회 보고 북 카페에 갔다.
유니온 스퀘어 반스 앤 노블 북 카페는 3층에 있는데 빈자리가 없었다. 오래 기다릴 시간도 충분하지 않아 3층과 4층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다 그냥 지하철을 타고 타임 스퀘어 역에서 링컨 센터 역에 가는 로컬 1 호선에 환승하려고 기다렸다.
익스프레스 2/3호선은 66가가 아닌 72가에 내린다. 처음으로 줄리아드 학교에 찾아가는 길은 실수로 72가에 내려 어리둥절했다. 바이올린 선생님에게 전화하니 몇 블록 내려오면 된다고 했다.
난 분명 링컨 센터 66가에 내리려고 1호선에 탑승했는데 로컬이 익스프레스로 운행해 어쩔 수 없이 72가 역에 내렸다. 그럴 줄 알았으면 미리 탈 걸. 익스프레스 지하철은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는데.
어퍼 웨스트사이드 72가 역 근처에 한국 미술계의 거장 김환기 화백이 살던 스튜디오가 있다고 말로만 듣고 한 번도 방문하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제아무리 명성 높다 한들 뉴욕에 오면 무명으로 변하고 바닥에서 시작하니 삶이 삶이 아니다.
무지막지한 고생을 했던 김환기 작품을 어릴 적 한국에서 좋아했고 가끔 전시회에서 보곤 했지만 그런 사연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동경과 파리와 뉴욕에서 지낸 김환기 작품을 구입하는 사람조차 없으니 나중 팔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지금은 그때와 달리 작품 값이 하늘처럼 높지만. 소호 넥타이 공장에서도 일했다나.
난 72가 역에서 링컨 센터까지 걸어도 되는데 로컬 1호선에 탑승했다. 줄리아드 학교에 도착 오후 5시 반 공연을 기다렸다. 로비에는 나처럼 학생들 공연을 보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요즘 쉐릴 할머니는 보이지 않는다. 정말 하늘로 여행 떠난 건 아닐지 염려가 된다. 팬데믹 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Tuesday, Feb 08, 2022, 5:30 PM
JOHANNES BRAHMS Sonata No. 2 for Piano and Violin in A Major, Op. 100
EUGÈNE YSAŸE Sonata No. 3 for Solo Violin in D minor "Ballade"
AMY BEACH Romance for Violin and Piano, Op. 23
HENRYK WIENIAWSKI Fantasia on Themes from Faust, Op. 20
바이올린 졸업 연주회 학생은 줄리아드 학교에서 10년을 공부했다고. 예비학교 6년을 포함해서.
참 오랜 세월이다. 프로그램 곡들이 예뻐 기대를 잔뜩 했지만 내 취향의 연주는 아니었다.
저녁 8시 공연을 보러 학교를 떠나 걸었다. 카네기 홀에 도착하니 입장하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코로라 백신 접종을 확인하니 복잡하다. 접종 카드와 티켓 보여주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발코니석에 올라갔다. 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조용히 내 자리에 앉아 공연을 기다렸다.
멀리 반대편에 오페라를 좋아하는 조가 앉아 있어서 웃었다. 주황색 아이스하키 상의를 입고 있어서 눈에 띄었다. 음악을 무척 좋아하는 조도 왔구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미국에서 명성 높지만 좋은 때도 있고 아닌 때도 있다. 필라델피아 바이올린 악장이 한인 데이비드 김. 재미 동포 2세가 필라델피아 악장에 선임된 게 1999년이라고. 가끔씩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공연을 볼 때마다 그분을 뵈곤 하는데 젊어지는 샘물을 마시나. 늙지 않고 언제나 그대로다. 삶이 편하고 좋을까.
요즘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기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운 세상이다. 명문 대학 졸업해도 빈자리가 없으니까.
난 Angel Blue, Soprano를 기대하고 갔는데 목소리는 아름다우나 내 가슴을 울리지 않았다. 곡 가사를 보면서 노래를 들어야 하는데 메트 오페라 볼 때는 번역을 보곤 하는데 카네기 홀에서는 에너지가 부족하니 가사 안 보고 그냥 들었다.
쉽게 값싼 티켓 구해서 꼭 그만큼 공연 보고 일찍 집에 돌아왔다. 후반부 공연은 안 보고.
The Philadelphia Orchestra
Yannick Nézet-Séguin, Music Director and Conductor
Angel Blue, Soprano
Program
MATTHEW AUCOIN Suite from Eurydice (NY Premiere)
VALERIE COLEMAN This Is Not a Small Voice (NY Premiere)
BARBER Knoxville: Summer of 1915
PRICE Symphony No.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