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 풍악을 울려라_줄리아드. 첼시 갤러리

by 김지수

2022. 2. 19 토요일


맨해튼 첼시 갤러리에 한인 작가 전시회를 보러 갔는데 갤러리 문이 닫혀 있었다. 전날 귀신을 보았나. 웹사이트에서 전시회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게으름을 피우면 볼 수 없으니까 만사 제쳐두고 달려갔는데 아쉽게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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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첼시 페이스 갤러리 토요일 오후



토요일 오후 시간은 넉넉하지 않은데 첼시에 갔으니 몇몇 갤러리 전시회를 보기 위해 문을 열고 닫고 반복했다. 두 번째로 보고 싶은 전시회는 페이스 갤러리에서 여는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특별전. 토요일 오후 방문객들이 얼마나 많던지! 이럴 수가. 얼른 전시회 보고 나오려는데 줄이 줄어들지 않았다.


기억에 꽤 오래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제임스 터렐 전시회를 보려고 오래오래 줄을 서서 기다렸다. 그때 그 작가 작품을 처음 봤는데 오래 기다렸지만 처음 보는 낯선 작가의 작품이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다. 이런 거 보려고 이리 오래 기다렸단 말인가 하면서 미술관을 나왔다.


토요일 오후 날씨도 추운데 제임스 터렐 전시회를 보려고 갤러리에 찾아온 사람들은 무얼 할까. 갤러리 직원에게 물으니 아무래도 토요일은 오전부터 방문객이 많다고. 강아지도 데리고 와서 전시회를 보는데 강아지는 보고, 난 안 보고 다음으로 기회를 미루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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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폴라 쿠퍼 갤러리


다시 걷다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가니 카세트테이프로 만든 작품이 보였다. 노란색 도이치 그라마폰 카세트테이프가 보여 자세히 보니 베를린 필하모닉 악단 말러 교향곡 연주였다.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였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해서 받은 첫 급여로 바로 그 도이치 그라마폰 카세트테이프를 통째로 구입해 엄마에게 혼이 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는 옷과 화장품도 사야지 왜 필요 없는 음악 테이프를 구입했냐고 화를 내셨다. 서로의 가치관이 달랐다. 테이프를 반복해 들으면서 내 귀가 조금씩 열렸다. 내게는 황홀한 음악의 세상.


수 십 년 전 추억 떠오르게 하는 테이프 조각품 전시회 보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허드슨 야드 7호선 종점 지하철역으로 서둘러 가다 몇몇 갤러리 문을 열고 말았다. 작은 갤러리 공간에 중년 백인 여자가 앉아 있어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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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엄마의 공동 작품




_작품 멋져요! 직접 만든 작품이에요?

_아들과 함께 했어요. 아들이 페인팅을 하고 난 조각을 하고.

_어머나! 엄마와 아들이 공동 작업한 것은 처음 봐요. 아들 나이가 몇 살이에요?

_24살이에요. 2년 전 하늘나라로 떠났어요.


아... 묻지 않았어야 했다. 실수였다. 그분에게 미안하다고 정중히 말하니 괜찮다고 하셨다. 스물두 살 꽃다운 나이에 아들을 먼 나라로 여행 보낸 엄마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조각 작품이 실제 인물인지 묻자 아트 스튜던츠 리그(뉴욕 미술학교)에서 조각 수업을 배웠고 누드모델이었다고 했다. 그곳은 카네기 홀 근처에 있어서 자주 2층 갤러리를 방문하곤 한다. 꽤 오래전 카네기 홀에서 러시아 거장 다닐 트리포노프 피아노 공연을 볼 때 만난 파리 출신 화가 할아버지를 바로 그 갤러리에서 만났다. 그날 할아버지 화가가 학교 카페에서 내게 커피를 사 주셨고 함께 이야기를 하며 뉴욕 부잣집 할머니들도 함께 수업을 받는다고 강조하셨다. 일찍 부자 남편과 사별한 분들이 그림 수업을 받으면서 멋진 노후를 보낸다고. 백발노인들이 그림 수업을 받는 것을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허드슨 야드 종점역에서 로컬 7호선을 타고 플러싱으로 돌아오는 길 겨울비가 내리고 하얀 눈이 흩날렸다. 가방에 우산도 없는데 어떡한담. 휴대폰에 눈이 많이 올 거라고 기상 예보가 뜨니 더 불안해져 가고... 다행히 눈이 아주 많이 내리지는 않았다.


플러싱에 도착해 시내버스에 탑승했는데 우연히 지난여름 새벽에 하얀 백조와 백로를 보러 갈 때 플러싱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자주 만난 한인 교포를 만났다. 미국에 온 지 32년이 되었다는 분은 한국 전통 음식을 만든 일을 하는데 전에는 플러싱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맨해튼으로 옮겨 일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90년대 미국에는 눈이 1미터 이상 쌓일 정도로 많이 내렸다고. 아드님이 미군에 입대했지만 슬프게도 하늘나라의 별이 되었단 이야기도 오래전 들어서 가슴 아팠다. 그럼에도 스스로 성공한 이민자라고 말하는 분은 연세가 꽤 든 것으로 보이나 자세히 묻지는 않았다. 매일 직장에 일하러 간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 것으로 보였다. 주말은 남편과 함께 낚시하러 간다는 분 연락처도 모르고 이름도 모른데 만나면 반갑다.


토요일 아침 부산했다. 새벽에 일어나 글쓰기 하고 평소보다 일찍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에 갔다. 일찍 간 덕분에 줄리아드 음악 예비학교 학생들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선율로 바흐, 베토벤, 파가니니 등의 음악을 들어 좋았다. 잠시 세상 잊고 천상에서 산책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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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m Glaser Conducts the Pre-College Orchestra

Saturday, Feb 19, 2022, 7:30 PM


Juilliard Pre-College Orchestra

Adam Glaser, Conductor



BOULANGER D’un matin de printemps (Of a Spring Morning)

SHOSTAKOVICH Cello Concerto No. 1 in E-flat Major, Op. 107 with Dylan Wu (cello competition winner)

RESPIGHI Fountains of Rome

RAVEL La Valse








Kento Hong, Violin

Saturday, Feb 19, 2022, 11:00 AM


CÉSAR FRANCK Sonata in A Major for Violin and Piano

NICCOLÒ PAGANINI Violin Concerto No. 1 in D Major, Op. 6

FRITZ KREISLER Syncopation

FRANZ WAXMAN Carmen Fantasie




Xiaozhou Xu, Piano

Saturday, Feb 19, 2022, 12:00 PM


JOHANN SEBASTIAN BACH Prelude and Fugue No. 18 in G-sharp minor, BWV 887

LUDWIG VAN BEETHOVEN Sonata No. 21 in C Major, Op. 53, "Waldstein"

KAROL MACIEJ SZYMANOWSKI Masques, Op. 34





Conan Y Chang, Violin

Saturday, Feb 19, 2022, 1:00 PM


NICCOLÒ PAGANINI (arr. Ruggerio Rucci) Cantabile in D Major, Op. 17

HEINRICH WILHELM ERNST (arr. Ruggiero Rucci) The Last Rose of Summer

JOHANNES BRAHMS (arr. Henle Verlag) Violin Sonata No. 3 in D minor, Op.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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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College Chamber Music

Saturday, Feb 19, 2022, 6:00 PM


WOLFGANG AMADEUS MOZART Sonata in C Major for Violin and Piano, K. 296

PAUL SCHOENFIELD Café Music

FRANZ SCHUBERT Trio No. 1 in B-flat Major, D. 898

WOLFGANG AMADEUS MOZART String Quartet No. 17 in B-flat Major, K. 458 (“The Hunt”)






맨해튼에서 집에 돌아온 후에도 스트리밍으로 예비학교 공연을 봤다. 토요일 저녁 7시 반 예비학교 오케스트라 공연은 라이브로 꼭 보고 싶었지만 포기했다. 예비학교 학생들 공연도 정말 좋다. 꼭 카네기 홀에서 연주하는 명성 높은 교향악단 공연이 좋은 게 아닌데 이상하게도 뉴욕 카네기 홀에서 빈필 공연이 열리면 티켓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다. 명성이 뭘까. 겉으로 보인 게 전부가 아닌데 속이 안 보여서 그럴까.


빌 게이츠는 새로운 팬데믹이 올 거라 예고를 했다.

꽤 오래전부터 들은 소식이다.

다시 암흑 세상으로 변한다면 얼마나 슬플까.

지구를 탈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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