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20 일요일
맨해튼 유니온 스퀘어 북카페 도착 커피를 주문하려는데 내 앞 백인 할아버지가 상당히 시간을 지체했다. 호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계산하느라 오래오래 걸렸다. 베이글과 커피 한잔 먹으며 북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노인. 북카페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모두 환영한다. 뉴욕에도 어렵게 힘들게 사는 분들이 정말 많은 듯.
운 좋게 겨울 햇살 드는 창가에 앉아 핫 커피를 마시며 책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옆자리에서 바둑을 두는데 까만색 돌이 하필 내 테이블 아래로 굴러와 주워 그분에게 드렸더니 감사하다고 했다. 전과 달리 바둑 인구가 많아졌다. 꽤 오래전에는 체스와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는데 세 팀이나 두니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시절 아빠와 바둑을 두곤 했다.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게 된다고 늘 말씀하셨던 아빠. 해외여행 가니 외교관도 힘들게 살더라 하면서 한국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고 말했는데 그때는 두 자녀와 함께 뉴욕에 살 거라 미처 생각도 못했다. 지금 한국은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변하고 있다.
프란츠 카프카와 인도 시인 타고르의 초상화도 보면서 책을 읽다 좀 피곤해지니 자리를 양보하고 장밋빛 미소를 선물로 받았다. 집중되지 않으면 얼른 양보하는 게 맞다. 빈자리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실은 굉장히 추운 날이라 걷기가 힘들었다. 반대로 난방이 되는 북카페는 좋지만.
그래도 파란 하늘이 눈부셔 기분이 좋아 힘을 내어 걸었다. 맨해튼은 종일 걸어도 좋다. 볼게 무진장 많으니까. 그리니치 빌리지 워싱턴 스퀘어 파크 근처 5번가 살마군디 클럽에 가서 전시회를 보았다. 겨울 바다 보러 브루클린 코니 아일랜드에 가고 싶은데 벽에 코니아일랜드에서 담은 사진 작품이 보였다. 하늘은 내 마음을 알고 있을까.
보헤미안들의 성지 그리니치 빌리지 거리 화단에 핀 예쁜 꽃도 보고 다시 걷다 New York Studio School of Drawing, Painting and Sculpture에 가서 낯선 작가의 작품을 보았다. 코로나 전에 방문했으니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일요일도 전시회를 오픈하나 미리 웹사이트에 접속해 코로나 감염 여부와 개인 정보를 기록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그래도 일요일 오후 전시회를 볼 수 있으니 감사하다. 벽에 걸린 작품은 미로와 마크 로스크와 칸딘스키 스타일이 혼합되게 느껴졌다. 한스 호프만 화가에게 미술 수업을 배웠단다.
근처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도 방문했는데 추운 겨울날에도 방문객들이 많았다. 공원 옆에 고독을 담은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집도 있다. 그는 매일 공원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늘에 닿을 듯한 뉴욕 빌딩을 보고 고독을 느끼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유니온 스퀘어 지하철역으로 향해 걷다 홈리스가 종이 상자에 빨간펜으로 "홈리스예요. 도와주세요. 배 고파요."라고 적고 있었다. 새로운 뉴욕 시장은 뉴욕 지하철에서 홈리스를 쫓아낸다고 하는데...
플러싱 겨울 아침
일요일 겨울 아침 아들과 함께 플러싱 동네에서 산책을 하며 혹시 매화꽃과 살구꽃이 피었나 봤는데 아직 피지 않았다. 뉴욕 날씨가 추워서 그런 듯. 서부는 이미 화사한 벚꽃도 만개했는데.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춤추는 날이라 7호선 타고 맨해튼에 갈 때 가난한 이민자들 사는 동네 퀸즈를 아이폰에 담았다. 처음 뉴욕에 도착했을 때는 충격적인 눈으로 바라보았고 지금은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민자들 삶이 이렇구나 하면서.
일요일 오후 시내버스가 자주 운행되지 않아 추운 겨울바람 맞고 꽤 오래 기다렸다. 그래서 힘든 외출. 그래도 맨해튼은 다른 세상이니까 매일 보러 간다.
저녁 식사 후 줄리아드 학생들 챔버 공연도 잠시 보았다.
Sunday, Feb 20, 2022, 7:00 PM
JOSEPH HAYDN String Quartet, Op. 76 No. 6
LUDVIG VAN BEETHOVEN String Quartet No. 8 in E minor, Op. 59 No. 2
FRANZ SCHUBERT String Quartet No. 14, D. 810 "Death and the Mai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