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3월이 오면/ 이어령 교수 별세

센트럴 파크와 메트에서 삼월 첫날을 보냈다.

by 김지수

2022. 3. 1 화요일


늦게 이어령 교수가 향년 88세?로 별세하셨단 소식을 들었다. 동시 소설과 영화보다 더 비극적인 삶을 살다 먼저 떠난 이어령 교수님 따님 이민아가 떠올랐다. 부모가 반대하는 남자와 결혼하고 이혼하고 큰 아들은 대학 시절 하늘로 보내고 두 번째 결혼으로 얻은 딸은 자폐증, 본인은 암으로 투병 생활하다 세상을 떠났다.


삶이 뜻대로 안 되지만 평범하기조차 어려운 사람들도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뜻대로 안 되는 것을 보면 하늘의 뜻이 따로 있나 보다.


백세 시대라고 말하지만 모두 백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도 아니고 뉴욕에서 만난 노인들 보면 천차만별이다. 마지막 날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러시아 화가 샤갈처럼 매년 센트럴 파크에서 그림을 그리는 90대 노인도 있고, 70대 프랑스와 스페인 등 여행하며 트레킹을 하는 분도 있고 매일 북카페에서 책을 읽는 노인들도 있지만 모두 그런 것도 아니다.


지난 늦가을이었던가. 아들과 함께 센트럴 파크에서 걷다 우연히 키보드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백발노인을 보았다. 오랫동안 병원 생활하다 퇴원했다는 짧은 메모가 보여 마음이 아팠다.



나이 들수록 건강만큼 소중한 게 없다는 것도 깨닫는다. 죽는 날까지 건강하게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면 축복일 텐데 건강이 안 좋아 병원 신세 진 분들도 많다.


죽는 순간 젊을 적 부와 사회적 지위는 다 소용없다. 오래오래 전 아들과 함께 롱아일랜드 양로원에서 발런티어 할 때 노인들을 보았다. 영화배우처럼 미모의 할머니 변호사, 검사 변호사 출신 할아버지, 정신과 의사, 학교 교장 선생님 등으로 활동하다 퇴직 후 건강이 안 좋아 가족이 더 이상 돌볼 수 없을 때 하늘로 떠나기 전 양로원에서 지낸다.


미국은 의료비가 천문학적이라서 양로원 비용도 천문학적이라고. 시설 좋은 사립 양로원은 정부에서 보조해주는 메디케이드와 메디케어는 받지도 않는다. 어머니 양로원에서 지낸 비용 마련하기 위해 롱아일랜드에서 랍스터 잡아 유명 레스토랑에 넘기는데 배 몇 척을 팔았단 착한 아드님도 생각난다. 양로원과 집이 가까워 거의 매일 어머니 뵈러 찾아오는 분.


가끔씩 생각나는 노인들이다. 아들은 처음으로 발런티어 하면서 병든 노인들을 돌보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대학 입학 에세이도 양로원에서 보고 느낀 점에 대해 적었다.


나이가 들면 마음 편하게 지낸 게 좋다. 고독과 우울이 건강에 얼마나 안 좋을 영향을 미칠까. 나이가 들면 어릴 적 친구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간 분들도 많다고 들었다. 자식들 교육 문제로 대도시에서 생활하다 은퇴 후 조용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떠난다고.


그런데 거꾸로 80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낯선 지역에 가서 혼자 사는 게 가능할까. 물론 그런 분도 계실 것이다. 건강 좋고 독립적인 마인드가 강한 분. 하지만 보통 사람의 경우는 다르다.


지난 2월 초 받은 지인의 죽음 역시 내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항상 건강하게 오래오래 지낼 줄 알았는데 갑자기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수년 전 북카페에서 아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을 때 한국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으니 대학 병원에서 아버지가 눈을 감으셨다고. 충격이었다. 믿어지지 않았다.


아버지 고희 때 뉴욕에 초대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어려운 내 형편이라 초대하지 못해 평생 후회가 된다. 시간을 어찌 거꾸로 돌이킬 수 있단 말인가. 그날 뉴욕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무리 어렵고 어렵더라도 가끔 두 자녀와 여행도 가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니 4차 세계 대전 같았다. 다정한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지낸지도 오래되었다. 삶이 안정이 안 되니 그렇게 된다. 형편이 안 좋을 때는 조용히 내 삶에 집중하면 좋다. 여태껏 그렇게 살고 있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난 얼마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가.




IMG_3482.jpg 메트 뮤지엄 고흐



맨해튼 아지트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려는데 하필 커피가 바닥이 나 새로 만드는 중이라 기다렸다. 커피 한 잔 들고 센트럴 파크에서 산책하다 메트 뮤지엄에 갔다. 내 신분증과 기부금 약간과 우편 번호를 주고 티켓을 받으려는 순간 직원이 내게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줄 수 없다고 하는데 미안한 표정이 전혀 없었다. 옆 직원에게 말이라도 하면 좋았을 텐데... 할 수 없이 다시 기다렸다. 티켓 하나 받고 전시회를 보러 움직였다. 어린아이를 유모차에 데리고 온 젊은 엄마 두 명도 보았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 수 십 년 전 한국에는 미술관도 흔하지 않아서 어린 자녀 데리고 미술관에 간다는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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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 뮤지엄/ 고흐



메트 뮤지엄 도슨트가 고흐의 '사이프러스가 있는 밀밭' 그림 앞에서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정말 마음에 든 작품을 그렸단 편지를 보냈다."라고 설명을 끝내며 "질문하세요." 하다 "쉬운 질문받아요." 할 때 근처를 지나가는 내 눈과 마주쳤다. 꼭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지만 그냥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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