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봄이 아름답다
2022. 4. 4 월요일
김칫국부터 마셨다.
아침부터 허탕이라니! 세탁을 하려면 25센트 동전이 필요하다. 아파트 주민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지하에 동전 교환기가 있다면 편리하겠는데 없다. 그래서 미리 은행에 가서 교환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아침 일찍 은행에 찾아가 동전을 달라고 하니 직원이 현금 카드 기한이 지났다고. 어쩜 좋아. 현금 카드 유효기간이 지난 것도 모르고 살았다.
직원은 집에 새로운 카드가 도착하지 않았냐고 묻는데 내 기억으로는 없지만 확인해 본 후 새로운 카드를 신청하겠다고 말하고 떠났다. 집에 도착해 우편물을 찾기 시작했지만 안 보여 은행에 전화를 했다. 전화가 바로 연결되면 얼마나 좋아. 직원과 통화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인내심 없으면 불가능하다. 돈 많이 버는 은행은 직원을 많이 고용하면 좋을 텐데...
당장 동전이 필요한데 현금 카드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근데 누가 내 현금 카드를 가져갔을까. 꽤 오래전 경찰서에서 전화가 걸려와 찾아가니 우체부가 내 현금 카드 든 레터를 가져갔다고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동전을 두둑이 교환하면 좋겠는데 허탕을 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꽃들이 활짝 웃으며 위로를 했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버티고 봄이 되면 꽃이 핀다. 난 꽃에게 배워야 하나 보다. 레슨비가 얼마나 될까?
참고 기다리고 견디고 살면 인생의 봄날이 올까? 참 아픈 세월을 오래도록 버티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없다면 진즉 하늘나라로 떠났을 텐데 신이 내게 준 선물이 있다. 현금 카드 유효 기간이 지난 줄 모르고 살지만 자연과 책과 그림과 음악을 좋아한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아지트에 가서 커피 마시며 잠시 휴식을 하다 센트럴 파크에 갔다. 몸이 피곤한데 일기 예보를 보니 자주 비가 온다고. 화창한 봄날은 아니지만 비 오면 벚꽃이 질 거 같아서 공원에 갔다. 갈 때는 망설이지만 역시나 멋진 선택이었다. 꽃은 1년 내내 피지 않고 비가 오면 금방 진다. 그래서 귀한 꽃. 영화처럼 아름다운 센트럴 파크 벚꽃을 보면서 위로를 받고 힘내어 지하철을 타고 북카페 가서 잠시 책을 읽고 집에 돌아왔다.
저녁 7시 반 줄리아드 학교 특별 공연을 보려고 노트북을 켰는데 스트리밍 공연을 볼 수 없었다. 또다시 김칫국을 마셨다. 20불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데 부담스러워 집에서 조용히 음악을 들으려는데 욕심이 컸나 보다.
대신 첼로 선율을 듣고 있다.
Monday, Apr 04, 2022, 8:30 PM
CLAUDE DEBUSSY Cello Sonata
EUGÈNE YSAYE Solo Cello Sonata, Op. 28
LEOS JANÁCEK Pohádka
LUIGI BOCCHERINI Cello Sonata in B-flat Major, G8
JOHANNES BRAHMS Cello Sonata No. 2 in F Major, Op. 99
사진: 센트럴 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