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흐리고 빗소리에 잠이 깼다. 아파트 천정 지붕에 비가 뚝뚝 떨어진 소리가 들렸다. 지난주 4일 연속 카네기 홀에서 공연 보느라 누적된 피곤이 아직 풀리지 않아 몸은 정상이 아니다. 어제 오전 세탁을 마치고 브런치를 먹고 칼리지 포인트에 걸어서 장을 보러 갔다. 차가 있다면 좀 덜 피곤할 텐데 10살 된 오래된 차도 팔아버린 터라 터벅터벅 걸어서 갔다. 뉴욕 초기 정착 시 차가 없으니 30분 이상 걸어서 장을 보러 갔고 그때 추억이 떠올랐다. 아들은 한국에서 지낼 적과 상황이 너무 다르고 그때는 중학교 시절이라 어렸고 왕복 1시간 이상 걸어서 장을 보러 가니 무척 피곤해 집에 도착하자마자 달걀을 바닥에 던졌는데 물론 달걀인 줄 모르고 일어난 사태. 달걀은 전부 깨져버렸다. 그런 추억도 떠오르고 이제 오래오래 걸어서 장을 보러 간 것에 익숙한 뉴욕 생활. 그 시절은 택시도 이용하지 않았고 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집에 걸어서 돌아왔다.
BJ's는 다른 곳에 비해 육류가 저렴하니 갈비와 돼지고기 등을 구입하나 작년에 비해 물가가 올랐다. 치약 가격도 좀 비싸 놀랐다. 새해가 되면 말없이 물가가 올라 이젠 새해가 돼도 반갑지 않다. 쇼핑 수레에 장을 본 물건을 담아 계산대 근처에 도착해서 아들에게 오늘 얼마 정도 나올 거 같니? 라 물었다. 엄마 전부 생필품 아닌가요? 그랬다. 꼭 필요한 물건임에도 가격이 꽤 나올 거 같았고 역시 지출이 많았다. 서비스 나라 미국 비제이 스는 쇼핑 봉투에 담아주지도 않는다. 스스로 헌 종이 박스를 찾아서 담아야 한다. 지난번 할러데이 시즌 빈 박스도 안 보였다. 어제 박스 2개를 찾아 스파게티 국수, 소스, 케첩, 갈비, 아보카도, 생수 등을 담았다. 맨해튼에 비해 케이크 가격은 엄청 저렴했으나 아직 한 번도 사지 않아 맛은 잘 모른다. 맨해튼은 1조각에 최소 5-7불인데 비제이 스는 케이크 하나 가격이 10불대. 가격은 저렴해서 좋은 듯. 큰 사이즈 케이크 구입해도 아들과 내가 먹기도 힘들 거 같고 맛이 어떤지 좀 궁금하다.
집으로 돌아올 적 한인 택시를 불러 타고 왔는데 1985년에 뉴욕에 이민 오셔 지낸 분이라 한 기사는 15년 전 차 2대를 도단 당했다고 하니 많이 놀랐다. 수년 전 내 차도 누가 박고 도주를 해 버려 무려 4500불 수리비가 나와 정말 깜짝 놀랐던 기억도 떠오르고 뺑소니 차량은 결국 잡지 못했다. 엄청난 손실을 가끔 당하곤 한다. 집에 도착해 장본 물건을 정리하니 저녁 시간이 가까워졌고 줄리아드 학교와 뉴욕대 미리 예약을 했는데 마음이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다 집에 머물고 말았다. 늦은 저녁 집 근처 호수에 가서 산책을 했다. 붉은 가로등 빛만 비치고 호수 벤치에 아무도 없었다. 호수에 아들과 내가 전부였다. 기러기 떼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밤은 약간 싸늘했다.
오늘 오후 4시 줄리아드 학교에서 바이올린 파이널 대회가 열리는데 참가한 학생들은 가슴이 떨리겠다. 음악가로서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서 대회는 통과해야 하는 필수 과정이고. 어느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음악가의 길은 참 쉽지 않다. 지난주 토요일 줄리아드 예비학교 학생 피아노 연주도 잠깐 봤는데 연주가 아주 좋았다.
오늘 카네기 홀에서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 공연이 열리는데 보고 싶으나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아마 카네기 홀에 가지 않을 거 같다.
아직도 안갯속을 걷는다. 언제 안개가 걷힐까. 맨해튼에 가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 이야기를 들으면 새로운 세상에 도달한다. 인간은 각자 세상을 보는 창이 다르고 각자 다른 삶을 열어간다. 뉴욕이라는 같은 공간에 살아도 개개인의 삶은 너무 다르다. 각자 원하는 것도 다르고 취향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고 꿈도 다르고 모든 게 달라서 그럴까. 빗소리가 들려오고 창가로 자동차 불빛이 비친다. 유리창에는 빗방울이 맺혀 있고 자동차 빛이 비치니 마치 예쁜 그림 같다. 화요일 종일 비가 내릴 모양이다. 하늘은 흐리고 아들과 난 어디론가 외출을 할 예정.
어제부터 뉴욕 레스토랑 위크가 시작. 장 조지, 다니엘 등 여러 곳에서 이메일을 보내오고. 식사비가 정말 비싼 뉴욕. 레스토랑 위크라 많이 찾아가겠다. 지난번 카네기 홀에서 자닌 잔센 공연 볼 시 뉴저지에서 온 사람을 만났는데 뉴욕 레스토랑 위크와 오페라를 무척 사랑하고 자닌 잔센 공연을 필라델피아에서 본 적이 있다고 하셨다.
2018. 1. 23 화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