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추워졌다. 이렇게 추운데 난방도 제대도 해주지 않고 슈퍼는 어디로 갔담. 펭귄 잡으러 남극에 갔나. 도대체 휴가를 얼마나 자주 간단 말인가. 너무 추워. 겨울이라도 난방이 들어오면 동화나라 같은데. 토요일 줄리아드 학교에 가서 예비학교 학생들 공연 보며 놀까. 랩톱을 만지니 얼음 같아. 이 추위도 뉴욕에 와서 무섭단 걸 알았지. 한국에서 추위가 뭔지 알지도 못했어. 책에 추위로 얼어 죽었다는 내용을 읽어도 먼 나라 이야기였지. 뉴욕에 와서 창고에 넣어두고 입지 않은 럭셔리 겨울 외투를 너무 추워 맨해튼에 갈 적 입고 갔는데 구멍을 내다니. 딸은 엄마가 그 옷 입으면 위험할 거라 했지만 수년 전 그 겨울도 너무 추워 처음으로 창고에서 꺼내 입다 사고가 나고 말았지. 아직도 누가 범인인 줄 모르지만 사람 마음이 다른 모양이야. 그래서 삶도 다를까. 너무 추우니 머리도 아프고 감기 기운이 있어서 어젯밤도 모과차를 마시고 잤다.
정말 바쁘게 지낸 분은 안부를 남겨주셔 마음이 훈훈해졌다. 따뜻한 마음을 서로 나누고 살면 더 좋은 세상이 될 텐데. 서로 다른 삶을 이해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 듯. 각각 너무 다른 세상을 보고 열어가고 살아가는 현대 사회. 귀족에게는 귀족의 삶이 있고 천재에게는 천재의 삶이 있고 보통 사람에게는 보통 사람의 삶이 있을 텐데 성공한 사람들이 뿌린 노고와 눈물은 미처 생각지도 않고 다 이룬 것만 보고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은 듯 보여. 뉴욕에 와서도 죽을 듯이 지낸 학자 분도 보고 정말 삶이 삶이 아니게 사는 분이 많지. 1초도 쉬지 않고 학문에 매달리며 지내는 학자도 누구나 하는 게 아니지. 외부로 화려해 보이나 대가가 만만치 않지.
이상한 꿈도 꾸고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그럴까. 인간 삶은 모두 얼마나 복잡한지. 끝도 없이 복잡하지. 태어나지 않은 나라에서 새로이 시작하는 삶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뉴욕에 대해 이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와서 새로운 세상을 보고 느끼지만 대가가 지옥 같지. 만약 안락한 삶을 바랐다면 난 아마 뉴욕에서 6개월도 머물지 않고 가방 들고 한국에 돌아갔을지도 몰라. 주위에서 내가 뉴욕에 간다고 하니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누군 뉴욕 도착하자마자 바로 짐 싸고 한국에 돌아올 줄 알았다고 하더라. 아직 남아 있기는 하나 뉴욕의 삶은 한국에서 지낼 적 안락은 상상조차 불가능하지. 마음이 청춘이니 다 받아들이고 살지. 평생 다른 사람 눈치 보고 살지 않고 내가 원하는 삶을 천천히 만들어가지. 책 읽고 음악 듣고 전시회 보고 최소 단순하게 사는 삶. 복잡한 것은 질색이야.
딸도 혼자의 힘으로 일하고 공부하니 미칠 지경이나 엄마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니. 다른 건 몰라도 추위와 배고픔은 느끼지 않을 정도로 살아야 할 텐데. "숨결이 바람 될 때" 책처럼 평생 오로지 일과 공부만 하다 저세상으로 간 사람도 있고 신경외과 전문의 밟다 곧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순간 세상과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난 의사가 마지막 남긴 책. 너무 슬프지. 그는 어떤 세상을 보고 떠났을까. 성공하기 위해 오로지 책만 보고 공부하고 병원에서 일하며 시간을 보냈겠지. 그러다 작별을 하고 떠났으니 너무 슬프지. 인간은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있지. 그런데 화려한 남의 삶만 보는 사람도 있고. 대가는 전혀 생각도 안 하고 모두 귀족도 아닌 세상에서 살면서.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게 중요하지. 돌아봐도 아득한 길이었고 삶이 어디로 흐른지 모르지만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려고 노력했고 두 자녀 아버지와 두 자녀 양육에 나의 최선을 다했고 난 언제나 후회하지 않은 삶을 살았다. 보통 인간으로 태어나니 끝도 없이 삶은 복잡하지만. 운명은 날 폭풍 속에 던져 버리고 불덩이 속에 던져 버리지만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살았지.
새해 커피값이 인상되어 한동안 북 카페에 가지 않았는데 북 카페도 그리워진다.
추워 추워 추워... 머리가 띵하고 아파.
2018. 2. 3. 토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