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정종은 왜 사냥과 격구를 했을까?
조선 왕에 관한 27가지 궁금증 2.
정종은 조선의 두 번째 왕이지만 이방원이 왕자의 난을 일으키며 세워둔 왕이라는 인식이 강해 존재감이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성계와 모든 전쟁을 함께하며 무인으로서 뛰어난 능력을 가지 기도 했는데요. 마지막에는 왕의 자리를 이방원에게 넘기고 상왕의 위치에서 격구와 사냥을 하며 여생을 보냈다고 합니다. 정종이 왜 사냥과 격구를 하며 지내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왕자의 난으로 왕이 되다.
정종 이방과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인 이성계를 동경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자 이성계를 따라 전쟁터를 따라다녔으며 이성계를 스타로 만든 황산대첩에도 있었죠. 둘째였지만 이성계의 핵심 사병 가별초의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무인 기질이 뛰어난 덕도 있었지만, 장남이던 형이 권력을 가진 집안과 결혼하고 개경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던 이방과는 어쩌다 조선의 두 번째 왕이 되었을까요? 사실 왕자의 난으로 왕의 자리에 오르긴 했지만, 이방과 스스로 왕이 되기를 원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왕자의 난이 일어난 그날에도 이방과는 이성계의 건강을 위한 불교 의식을 하고 있었다고 해요. 처음엔 왕의 자리도 받을 생각이 없었지만, 이방원이 설득해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고 하죠. 제2차 왕자의 난으로 이방원에게 왕의 자리를 넘기기까지 2년 정도의 시간을 잘 보냈습니다.
-동생을 세자로 세우다.
사실 이방원은 바로 왕의 자리에 앉고 싶었겠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왕자의 난을 일으킨 이유가 장남을 두고 막내인 방석에게 세자 자리를 주어서라고 했는데 형들을 두고 자리에 앉기는 어려운 일이었죠. 큰형 방우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둘째 형 방과를 왕으로 세웠습니다. 거기에는 또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방과는 아들이 15명이나 있었지만 정실부인에게 낳은 아들은 없어서 다음 차례가 될 명분을 만들 수 있었거든요. 그렇게 완벽한 계획을 세워두었는데 이방과는 세자 책봉을 자꾸 미뤘습니다.
이방원은 초조한 마음이 생겼을까요? 제2차 왕자의 난은 넷째 형 방간이 박포와 함께 일으킨 난이지만 이방원의 작전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이방과는 이방원에게 세자 책봉을 하고 얼마 후 왕위를 넘기게 되죠. 역모는 가장 큰 죄지만 이방원은 처음부터 방간을 죽일 생각은 없었고 아버지인 이성계와 이방과가 말려서 방간은 유배 보내고 박포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죽였다고 하네요.
-격구와 사냥
정종은 왕의 자리에 있었던 2년보다 마음이 편한 20년 세월을 보냅니다. 격구와 사냥을 하고 다닌다며 잔소리하는 대간도 없고 동생이 왕의 자리에 있으니 견제하는 사람도 없고 나랏일은 이방원과 신하들에게 맡기고 여유 있는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되었죠. 이방원도 사냥과 격구를 좋아했다고 하는데 눈치가 보여 신하들과 많이 싸웠다고 하네요. (대간은 정도전이 왕권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 둔 장치로 나중에 연산군에게도 쓴 소리를 하다가 그 역할이 축소되기도 하지만 조선 시대 내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
이방원은 킬 방원으로 불릴 만큼 정치적으로 잔인한 결정을 많이 내렸지만, 정종과는 사이가 좋았습니다. 첫눈 오는 날 얼음과자를 보내고 그걸 보낸 사람을 쫓아가 잡는 놀이를 하기도 할 만큼 장난기도 많은 형제 사이였죠. 정종은 이방원에게 위로가 되는 형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