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데이즈'
<코모레비>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 코모레비는 바로 그 순간에만 존재합니다."
엔딩 스크롤 끝에 수줍게 고개를 내민, 그러나 어쩌면 가장 중요한 영화의 메시지를 설명하는 쿠키 영상의 내용이다.
히라야마의 일상은 단조롭고 단순하고 소소하지만 삶의 태도는 깨달음을 갈구하는 구도자처럼 숭고하기까지 하다.
'"우주는 의미 없이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죽음으로 가득 차 있는데 생명이란 부자연스러운 존재 중 인간만이 이 우주에 의미를
부여했다. 죽음으로 가득 찬 우주에 생명이란 기적과 같은 일이다."
물리학자 김상욱교수의 말처럼 '존재 자체'가 기적인 '살아 있는 것들'이 만들어내는 하루하루의 일상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히라야마는 깨달음을 얻은 부처의 현신처럼 놀라움으로 가득한 세상에 조용히, 존재한다.
새벽 길거리를 청소하는 빗자루 소리에 기상하고, 수염을 가다듬고, 화초에 물을 주며, 문을 열고 환한 미소로 하늘을 쳐다보며,
자판기 카피를 마시며, 올드팝을 들으며 일터로 나가는 그의 루틴은 그래서 가슴 벅차게 감동스러운 일이
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삶의 무게에 지치고 찌들고 빛바랜 나의 인생, 그리고 이제는 늙은 부모의 일생을 생각했다.
자, 지금 공원에 나가 우리들만의 '코모레비'를 발견하자.
히라야마처럼 멋들어진 사진을 못 찍으면 어떠리, 그것만으로 그 하루는 '퍼펙트 데이'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