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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Apr 05. 2018

대한민국의 기획자도 특별하다

보통의 기획자라도 괜찮아!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 airbnb, Uber,
실리콘밸리와 스타트업

  듣기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이름들이다. 네이버와 카카오톡이 주류인 이 소외된 온라인 갈라파고스에서 전 세계에 유일하게 한글로 또박또박 '기획자'라는 타이틀로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멀기만 한 원더랜드처럼 느껴지는 이름들이다.

 과거에도 해외의 대형 회사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 회사를 다니는 것다는 생각도 국내에 있는 한국 브런치로서의 '외국계 기업'에 대한 동경이었다. 그런데 글로벌 시대의 우리나라의 기획자들은 가끔 열등의식에 사무친다. 말로만 듣던 그곳,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유튜브 영상을 멍하니 보며 마음만 부글댄다.

 이 곳, 대한민국의 '기획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우리도 글로벌하고도 체계적 서비스 기획이 가능하긴 한 걸까? 그리고 한국에서 이 직업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는 걸까?


한국의 기획자들은 반도의 돌연변이다?

 기획자로 살다 보면 '기획자 무용론'을 접하게 된다. 한마디로 쓸모없다고 한다. 그들의 주장은 '이름'부터 잘못된 국내의 아류 작품이라는 지적과 개발 기술도 디자인 기술도 없다 보니 잡일이나 하다가 도태될 운명의 사람이라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를 꿈꾸지만 사실 배너 하나 붙이는 것도 제대로 감이 안 오는 신입이라면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불안감은 정말 심해진다. 물론 오래된 기획자들조차도 한숨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점점 더 글로벌해질수록 이 문제에 관해 여러 기획자들의 글들은 늘어왔다. 어떤 분들은 어서 개발이나 익히자는 평부터 '기획자 짱짱'같은 이야기도 있었다.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나 역시 반도의 평범한 기획자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서 나름대로의 판단의 기준을 잡아보려 노력했다.

 

 '기획자'란 타이틀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한국의 기획자는 해외의 유사직무와 동일한 일을 수행하고 있는가? 글로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가?

기획자의 역할은 정말 필요 없는 일이 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고민해보기로 했다.


 '기획자'란 타이틀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기획자 무용론의 가장 핵심적인 지적은 바로 타이틀 그 자체다. 현재 대부분의 온라인 관련 기획자의 영역은 이름만큼이나 모호하다.

 국내 기획자의 출현과 성장에 대한 나의 이론은 이렇다. 인터넷 초창기 '웹의 모든 것을 다하는 사람'인 '웹마스터'라는 개념은 업의 제도화를 통해 UI 설계와 스토리보드 작성이 산출물이 '웹기획자'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다가 웹에서 UX개념이 대두되면서 UX역량까지 요구되는 'UX 기획자'라는 복합어가 사용되고 모바일과 함께 웹에서 앱으로 넘어갔다. '앱 기획자'가 되면서 관심은 폭발적으로 많아졌다. 그리고 지망생도 스타트업에서의 구인 자리도 많아졌다.


 그런데 왜 '기획자'일까? 서양 쪽 직책에는 이런 단어가 아예 없다. 의사결정하는 관리자는 manager 고 설계자는 designer인데, 기획자는 한 명이서 다 한다. 그리고 어떤 때는 기획이랍시고 헛소리만 하고 사라진다. 실무는 외주에 넘긴다.

 이 구조는 일본에서 왔다. 우리나라의 '부서제도'는 일본과 비슷하다. 그리고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기획 조직'이 있다. 오로지 숫자와 사업만 말하는 사내 컨설턴트이자 보고서 조직은 오랫동안 회사를 좌지우지해왔다. 우리나라의 기획자는 이런 단어의 확장판이다. 누가 시작했는지 몰라도 '기획자'라는 단어 안에는 '진두지휘'와 '강력한 관료적 조직제도'가 함축되어 보인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IMF 금융위기 시절을 겪으면서 회사 조직이 많이 미국화 되고 분위기도 많이 융해되었다. 덕분에 이름은 고전적인 기획자지만 실제 업무는 회사 해석에 따라 매니저도 되고 설계자도 되면서 서양 업무방식과 지식을 습득한 국내형 온라인 종사하는 '서비스 기획자'들이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회사마다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면서 온라인에서 '무에서 유'로 넘어가는 어딘가에 이 사람들이 일정 부분의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기획자는 해외의 유사직무와 동일한 일을 수행하고 있는가?

  최근 재미있는 글 하나를 발견했다.


http://germweapon.tistory.com/m/340


 페이스북의 프로덕트 매니저가 자신의 업무에 대해서 쓴 책에서 실리콘밸리와 기획자의 직무를 직접적으로 비교한 글이다.

 찬찬히 읽어보면서 비교하다 보면 약간 마음이 놓인다. 명칭은 달라도 혹은 가치는 다르게 측정돼도 결국 업무에서 겪는 과정과 어려움은 많이 닮아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완벽하게 같다고 하기에는 아직 수준 낮은 기획자 조직과 업무분장을 가진 곳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저기는 무려 페이스북 아닌가!

 사실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미디엄을 통해서 접하는 product manager들은 공통적으로 비즈니스와 테크 그리고 UX를 강조한다. 다만 어느 쪽이 더 강점 있는지에 따라 조금씩 글의 중심이 다를 뿐이다.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드는 과정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 스트레스 넘치는 이 직업은 충분히 공감을 가질만한 부분이 조금씩은 있다. 그만큼 책임지지 않고 그만큼 돈을 받지 않을 뿐.


 기획자는 아니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한 임원이 구글의 IoT사업부로 스카우트됐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고무적이었다. 고루한 한국식 조직 속에서 있던 사람도 글로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그거 하나만으로도 의미 있는 기사였다.

 언어의 장벽 외에 우리 하는 일로는 더 이상 기죽지 말자.



기획자의 역할은 정말 필요 없는 일이 될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험적인 분석밖에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 기획자 무용론자들의 어조를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느낀 점은 그들이 만난 기획자들이나 혹은 그들을 대한 누군가는 몹시 화가 나있었다는 점이다. 분노는 협업이 잘 되지 않을 때 생겨난다.   

 이 현상에 대해 예전에 읽었던 굉장히 공감 가는 글이 하나 있다. 링크를 다시 찾지 못했는데 요약하면 이렇다.

 '기획자 무용론이 대두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저비용 속에서 어쨌든 서비스를 일구려다 보니 기술직은 고급인력을 쓰고 기획직은 초급인력을 쓰면서 많은 판단과 결정이 기술직에게 몰려버렸기 때문'이라는 것.
- 링크를 못 찾은 전에 읽었던 글.
 (아시는 분 링크 부탁드립니다)

 결론은 무용론에 해당하는 기획자들은 기대역할만큼 업무분장이 안되고 있고 이것이 반복되니까 기대역할 자체가 없어진 것이다. 반면에 기획자가 강세인 회사에서는 기획자에게 너무 많은 요구를 하는 곳도 굉장히 많다.

  전에도 말했지만 서비스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고민과 생각의 양이 필요하다. 만약 기획자가 안 한다면 개발자든 디자이너든 참여자의 누군가가 그만큼의 생각을 해야 한다.

 과연 기획자가 생존할 것이냐의 문제는 얼마나 프로젝트의 완성에 골몰하고 깊이 있게 이해하며 신경 쓰고 있냐는 말이기도 하다.


 이 고민을 하면서 작은 결론을 내렸다.


직무명은 업무분장을 대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올드하고 고루한 관료제 조직일수록 '기획자'라는 직함은 아직은 유효하다. 비즈니스 결정권자들이 익숙한 어휘이기 때문.

 하지만 더 시간이 지나면 이조차도 희석될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획자의 가장 큰 자질은 '필요한 일을 스스로 찾아내서 할 수 있는 실행력'이다. 소규모 스타트업에서는 기획자도 개발자도 아무런 구분이 없다. 그렇다면 누가 기획자로서의 입지를 지켜줄 것인가?

 다른 이들이 내가 할 수도 있던 일들을 모두 처리할 수밖에 없다면 기획자의 역할을 거기까지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모두를 화나게 한다면 '기획자 무용론'을 현실로 만드는 가장 큰 기폭제가 아닐까.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보통의 UX기획자들이 있다.

 항상 욕심 많고 의욕 넘치고 흥이 많고 화도 많아 일 벌이기 좋아하는 기획자들. 그러면서도 또 높은 이상을 꿈꾸며 발버둥 치며  성장을 꿈꾸는 모든 보통의 기획자들.  

 난 그중에 한 사람이다.

 지금까지 17편에 걸쳐 나와 같은 보통의 UX기획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대해서 연재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기획자들의 공감과 위로, 그리고 즐거운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 연재를 통해 우리 대한민국 기획자들에게 다시 한번 외치고 싶다.


 언젠가 어느 환경에서 함께 일하게 될지 모를 동료 여러분,
너무 미리 자조 섞인 말로 비난하고 좌절하지 맙시다.
내 앞의 서비스 하나에 집중하고 고민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 시대에 가장 축복받은 미래형 인간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계속 기획자답게 저지르고 살아봅시다.
매거진의 마지막 연재글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물론 제 브런치는 위클리매거진 이후로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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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UX기획자 도그냥.


평범한 대한민국의 온라인 서비스를 만드는 UX기획자입니다.

이미준 windydo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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