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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Jun 16. 2019

예상밖의 일들을 만나 한숨을 돌린다

여행은 내 맘대로 되지 않아


머리가 터질 것 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케파는 한참 전에 넘어서서

무의식의 내가 하는 일의 양을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됬다.

내가 말을 하고 있고 나와 대화하고 있는데

마치 TV를 보거나 VR가상현실을 하는 듯한 느낌.

기계적으로 일하게 되는 순간순간들.


운동을 못해서 몸도 무겁고 매번 잠들기 전까지 뭔가 해야할 일을 생각해내야만 했다.

내 일을 좋아하는 것과 항상 쉽지만은 않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좋아한다고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거나 계속 그것만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휴가를 왔다



 장소는 즉흥적이었다.

 예상도 해본 적없었지만 일본 매니아인 팀의 임님이 지나가는 말로 한 말에 그냥 티켓을 끊었다.

그저 덥지 않고 도시이며 그냥 이 도시만 아니면 되는 기분이었다.



예상된 상황이었겠지만 떠나오기 전날까지도 업무가 날 짓눌렀다. 해야하는 일만 겨우 해내고도 시간이 부족했기에 준비랄 것도 없었다. 그냥 짐만 싸서 떠나왔다.



첫 시작부터 문제가 생겼다.

친정집에 기내용 캐리어가 가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 큰 캐리어로 가야해서 왕복 9만원의 수화물비가 들어야했다.


12시 10분 비행기. 우리  부부는 이른 아침부터 정신없이 나온 탓에 잠도 어설프게 잤다.

피로가 쌓여서 내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고

여행의 흐름도 마치 여전히 일하는 사람처럼 부리나케 숙제하듯 진행됐다.

포켓와이파이를  빌리고 통신사에서 돼지코를 빌리고 점심을 먹는데 여전히 여행중인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때론 방법을 알고도 행동하지 못할 수 있다.


라피트 고속 열차가 멈췄다. 고속으로 달려야하는 열차가 멈춰서 가지 않고 있다. 신삿포로역에서부터 고작 1정거장 거리인데 기차가 멈추었다.


완전히 몰랐지만 알고 있었다.

공항에서 구글맵은 이 경로에 문제가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고 친절히 대안도 제공해줬다. 난 일본어는 한마디도 모르지만 구글 번역이 친절히 해석도 해줬다.



구글은 이 상황을 알려주고 있었다

열차의 경로 어딘가에서 사고가 나서 열차가 지연되거나 멈추었다는 이야기였다.

대안대로 충분히 신삿포로에서 내릴 수 있었고 다른 전철노선으로 갈아타서 갈 수도 있었다.



언어를 모르는 난 확신할 수 없었고 그저 열차에 탄 채로 머물러야했다.

일이라면 더 빠르고 현명하게 판단해야했다.

정보는 이미 있었고 대안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여기는 여행지였다.


비로소 여행이란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인생이란 어차피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여행지의 기차 연착이나 생각도 못한 수화물 비용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어차피 엔화 환율 최고조인 이 시점에 여기 온 것부터가 아이러니였다.


어차피 내맘대로 되지 않지만 아무도 뭐라고 비난한 사람이 없다는 것, 이것이 바로 여행이다.


내일은 비에리에 투어를 가려고 한다.

그런데 비가 온단다. 아마도 보려던 모습은 비 때문에 예상치 못한 모습이겠지만.

나는 그래도 어쩐지 기분이 좋다.


맘처럼 되지 않아도 이에 대해 변명하고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곳,

이 곳은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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