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과 회사는 서울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한시간 거리 . 아침이면 지하철로 무념무상의 출퇴근을 하지만 지하철이라 보통 책을 보거나 유튜브를 본다.
요즘같이 끔찍한 야근시절에는 하루하루가 고통인데
그래도 택시타고 집에 가는 것은 유일한 낙이다.
밤에 할증까지 붙으면 4만원이 나오는 거리.
집가는 길은 길고 긴 강변북로를 전부 따라서
서울을 동에서 서로 가른다.
지하철처럼 책도 읽을 수 없는 흔들리는 차안.
경우에 따라서 기사님의 담배내음 가득한 차안에서도
유일하게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멋진 한강의 야경.
그 야경을 동에서 서로 전체를 거슬러 올라간다는 즐거움.
언젠가 이 길을 젊은 시절 뜨겁게 일했던 순간으로 기억할 수 있을까?
억울하지도 속상하지도 않은 건, 저 아름다운 야경들을 채우는 빌딩의 불빛들이 모두 나처럼 일하고 있다는 동질감때문일까?
아니면 나 역시 멀리서 보기에는 아름다운 야경처럼 빛나고 있는 존재일 거라는 위안때문일까?
요즘 회사에서 한 분이 '퇴사방지위원회'를 자처하며 매일 칭찬과 위로의 말을 해주고 있다. 물론 나에게만 그런 것은 아니기에 뜨겁게 열렬히 칭찬을 하는 '동백꽃 필 무렵'의 '용식이'는 아니지만. 나 역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동백이'가 아니라도 짐짓 위로가 되고 신이 난다.
아무 것도 정리되지 않은 듯한 산더미의 일더미를 일단 접어두고 무작정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기획자에게 그래도 세상이 반짝반짝 위로하며 '퇴사방지위원회'활동을 한다.
오늘따라 유난히 밝게 빛나는 한강이 참으로 아름답다.
프로젝트를 시작한지도 벌써 1년. 이제 클라이막스로 치달아가는 시점. 몸도 맘도 지칠대로 지쳤다고 생각되지만 어쩐지 기대가 된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아침은 왔었고 그 어떤 지옥같은 프로젝트도 결국 오픈 후에는 추억으로 남았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