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2900원에 무제한 무료배송을 해주는 유료회원제 정책을 유행시켰고, 왓챠 출신 사람들이 만든 추천기반 여성 의류 쇼핑몰 에이블리는 강력한 프로모션과 과감한 전상품 무료배송으로 10대후반부터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고객의 입장으로는 좋다. 스벅 커피 1잔값도 안되는 작은 배송비지만 그래도 온라인에서 10원이라도 손해보지 않으려는 고객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게다가 무조건 무배가 되면 소량 구매도 온라인에서 쉽게 시도하게 되니까.
그런데 이커머스 기획자의 눈으로 이런 무료배송 서비스를 볼 때면 의문이 든다. 무료배송 서비스란 과연 지속
가능한 것일까??
배송비란 무엇인가?
이커머스에서 물건을 살 때 상품매출과 서비스 비용으로서의 배송비가 들어간다.
상품매출은 상품 할인을 통해서 가격 경쟁을 하기에 용이하다. 매출액에서 에누리처리하기 때문에 정산 시점에 누가 얼마만큼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위탁 판매시에는 할인액의 통상 최소 50%에서 100%의 할인액을 이커머스 플랫폼이 분담이 가능하고 오픈마켓은 플랫폼이 분담하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통상 대형프로모션에서는 40%를 분담하는 경우가 많다.하지만 이건 판매가에서 할인을 할 때에나 해당하는 내용이다.
배송비는 실비발생 대금을 고객에게 요청하는 것으로 부분할인 처리하려면 절차가 까다롭다. N개의 상품을 합배송 처리시 상품별로 배송비를 나눠줄 수도 없다. 게다가 배송비는 실비 처리 주체에게 정산되어야하는 돈이므로 판매자와 배송비 수령 주체가 다를 수도 있다.
이런 배송비를 정책적으로 무료처리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정말 명확하게 둘 중에 하나다.
1)배송비를 부담하는 업체에서 플랫폼의 정책을 수용하여 배송비를 업체의 손실로 처리하거나,
2)그 모든 비용을 플랫폼에서 부담하는 것이로 처리하고 업체에는 정산해주는 것이다.
그 어느 쪽이 됐든 판매를 하는 쪽의 누군가는 배송비 손실을 입는다. 심지어 이게 판매자가 오토바이를 끌고 직배를 한다고 해도 기름값, 인건비, 차량유지비에 대한 부분은 결국 손실이다.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지속가능한 무료 배송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손실을 이익으로 보전할 수 있어야한다.
1)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
배송비는 택배나 배달로 인력이 배송지에 전달하는 이상 발생하지 않을 방법이 없는 비용이다. 아예 없앨 수 없으면 줄여야한다.
배송비를 줄이려면 배송비를 정하는 주체를 알아야한다. 배송비는 보통 택배사가 물동량(물건 이동량)을 기준으로 정해주게 된다. 물론 이건 엄밀히 말해서 물류 송장이 발행되어 택배사가 처리하는 비용이며 배송비에는 물류창고 유지비와 상품의 피킹과 패킹에 들어가는 인건비도 포함된다.
하지만 실비정산 기준이 되는 배송비로 이익을 보려는 판매자는 없다. 저가경쟁이 주류인 이 시장에서 최소한 깎으려는 것이 자연스럽다.
판매자가 택배비용을 절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택배사가 정해주는 기본 택배비를 낮추는 것이다. 오픈마켓에서 구매를 하다보면 누구는 배송비가 3000원이고 누구는 2500원임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여러요인이 있지만 대체로 물동량이 많은 곳일수록 싼 가격에 배송비를 책정 받는다.
즉, 배송비는 '규모의 경제'로 움직인다.
대형 쇼핑몰이 물류창고가 있는 경우, 업체들에게 위임을 받아서 대표계약을 하고 물류 발송을 대행해주면 배송비는 더 낮아진다. 보통 대부분의 대기업이 물류창고가 부족하여 배송은 각각 업체가 처리하도록 하는 대신 반품시 접수를 대행하고 이른바 택배사 계약을 대표해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른바 '지정택배'라고 불린다. 이 경우 많은 물동량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배송비를 많이 다운시켜서 더 손실폭을 줄이고 고객에게 받는 반품비도 낮추고 있다. 3000원의 반품 택배비는 원가 1900원대 이하까지도 내려간다.
반대로 말하면 발송에 대해서도 배송비를 낮추려면 어떻게 해야하냐면 거대한 물동량을 보장할 수 있어야한다. 그리고 처음 택배사에서 수령시 이를 위해서는 판매사의 물류 수거지가 응집되어 있어야하고 결국 발송물류창고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러한 배경이 바로 물류 풀필먼트 서비스의 근간이 된다.
그러면 자사 배달인 로켓배송을 하는 쿠팡은 어떨까?
쿠팡은 이미 로켓배송 인프라에서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물동량이 나와서 일부 한진택배사 등에 위탁을 주고 있다. 택배에 들어가는 실비도 이미 규모의 경제속에서 움직이는데 직접 운영하는 경우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미 알고 있듯이 적자의 큰 원인은 이런 구조에 있다.
이런 점에서 쿠팡과 배민이 실험중인 쿠팡플렉스도 비용의 관점에서 배송비 절감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쿠플렉스에 참여하는 개개인에게 주는 비용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배달비용보다 싸게 될 수 있다면 추진해볼만한 서비스가 되는 거니까.
2)손실 이상의 이익을 만들어내는 방향
손실이 문제라면 이런 서비스가 더 큰 이익을 가져와서 손실을 메워주는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이다. 현재도 '얼마이상 구매시 무료'와 같은 조건부 무료배송이 가능한 이유는 상품 판매 이익이 배송비 손실을 충분히 커버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도 문제가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무조건적인 무료배송은 배송비 낭비로 이어진다. 실제 무료배송서비스를 운영해보면 일회용 젓가락이나 빨대같은 만원 미만 상품이 단일 주문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과연 이익이 보전이 가능할까?
스타트업은 일정기간 손실을 감안하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을 중요시한다. 그것이 아마존의 교훈이었고 쿠팡이 성장한 배경이다. 아직까지 유효한 전략임은 맞지만 이것이 지속가능한 서비스가 되려면 어느정도의 성장 규모를 갖춰야될까??
마치며
개인적으로 최근 음식배달 시장의 배달비 문화 정착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손실구조의 서비스는 오래가지 못한다.
무료배송의 유행은 마이너스 손실에 대한 폭탄돌리기와 같다. 오늘의 고객은 행복해도 내일의 고객까지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의심스럽다.
고객의 마음은 업그레이드는 이해해도 다운그레이드는 이해하지 못한다. 이미 할인경쟁은 갈데까지 갔고 배송비까지 포기한다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비용절감이 쉬워보이진 않는다.
오늘날의 잠깐의 승리가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시장은 더더욱 피범벅을 만들고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