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을 하는 지마켓이나 네이버쇼핑 모두 사업자로 치면 '통신판매중개업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업자의 범위는 상당히 넓은 편이다. 별도의 결제를 제공하지 않는 에누리닷컴도 이 사업자에 해당한다.
대체 그럼 무슨 차이가 있는걸까??
엄청 쉽게 말하면 오픈마켓과 네이버는 지향하는 수익모델이 다르다.
지마켓이나 11번가는 오픈마켓은 백화점의 임대매장을 얻는 것과 유사하다. 백화점에 가면 가끔 백화점 상품권을 안받아주는 곳들이 있는데 이유를 물어보면 '임대매장이라서요'라는 답변을 듣는다. 이 말을 해석해보면 아래와 같이 해석된다.
백화점의 결제용 POS시스템을 이용하지만 사실 매장을 부동산처럼 빌리고 우리 정책대로 파는 매장이라서요
즉, 여기서 백화점 비즈니스모델의 핵심 수익모델은 임대료가 된다. 매출은 백화점의 매출도 아니고 경우에 따라 관리대상 자체가 아닐 수도 있다.
오픈마켓은 백화점 임대매장과 비슷하다. 온라인상에 넓은 매장을 만들어두고 자리를 내어준다. 다만 진짜 부동산처럼 적재하고 공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고정적인 임대료를 받기보다는 오픈마켓의 결제시스템을 통해 판매된 상품에 대해서 고정된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그리고 이 수수료를 카테고리별로 계약별로 고정된 비율로 받는데 이것이 바로 '카테고리 수수료'라고 부르는 부분이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통상적인 오픈마켓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통상적인 오픈마켓과 다른 점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네이버는 카테고리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무료는 아니다. 결제플랫폼을 표방하기 때문에 '결제 수수료'를 받는다.
이 작은 차이는 실제로는 엄청난 차이다. 사실 이 사실 하나가 모든 결제 뒤에 흘러가는 모든 구간을 바꿔버린다. 우리는 흔히 시스템의 앞단, 즉 눈에 보이는 사이트의 모습을 이커머스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온라인 서비스의 본질은 비즈니스 모델과 데이터 구조 설계에 달려있다.
이 시점에서 네이버 쇼핑이 '전 오픈마켓이 아닌데요'라고 해도 거짓말이 아니게 된다.
어차피 결제된 금액에서 돈을 떼는 것이나 판매가에서 돈을 떼는 것이 무슨 차이냐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오픈마켓도 카테고리수수료에 결제수수료를 고려하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결제수수료는 통금액이 아니라 결제수단별로 수수료율이 차등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완벽히 다른 점이다. 마치 결제대행서비스인 PG사가 거래 앞단으로 튀어나온 거라고 볼 수 있다, 총금액 대상의 고정률로 계산하는게 아니라 결제수단 사용액별로 계산해야된다.
이런 비즈니스 수익모델의 선택으로겉으로는 별 차이 없어보이는 이커머스 구조는 완전히 달라진다. 복수개의 결제수단을 동시에 사용할 때 결제 수수료를 타이트하게 계산하려면 상품 여러개를 한번에 구매하게 될 때 상품별로 정확하게 사용액을 배분해줄 수 있어야한다. 즉, 2개를 사면서 네이버포인트와 카드를 함께 썼다면 네이버는 2개의 상품판매액과 배송비에 대해 결제총액을결제수단별로 비율 배분하게 된다.
그리고 이 금액이 구매 확정되어 고정될 때까지 취소, 교환, 반품으로 총결제액에서 환불금이나 추가금이 발생하면 계속 비율에 따른 금액을 계산해서 정리해야한다. 그래야만 상품당 들어간 결제 수수료를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기때문이다.
물론 오픈마켓도 이런 상품별로 결제수단별로 금액을 배분해놓긴 한다. 하지만 목적이 다르다.
보통의 오픈마켓의 결제수단별 배분금을 만드는 목적은 고객에게 결제수단별로 상이한 영수증을 발행해줘야하기 때문이다. 돈을 주고 구매한 현금성 포인트와 카드를 함께 결제했다면 커머스사는 상품별로 현금영수증과 카드전표를 보여줘야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셀러에게 구매확정 후 지급하는 돈은 결제수단별 배분액을 기준으로 계산할 필요가 없다. 에누리를 제외한 지급판매 총액에 카테고리 수수료만 계산하면 되니까 지급에 대한 정산절차는 상대적으로 간단해진다.
더 깊이 들어가면 복잡하니까 여기서 이 이야기는 줄이고 결론만 말하면 이렇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통신판매중개업자는 맞지만 통상적인 오픈마켓은 아니다. 결제 플랫폼으로서의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서비스기획자로 일하다보면 하고 싶은 것만 떠드는 기획자도 있고 오로지 개발관점에서 다 똑같이 생각하고 쉽게 결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무엇을 만드냐는 비즈니스모델부터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방향성이 중심이 되어야 적합한 시스템과 개발구조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구조는 최초 설계시에만 고민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오픈마켓이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모를 수 있고 몰라도 상관 없다.
근데 이커머스를 만들고 싶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대로
알고 만들어야 한다. 결제붙이면 되겠지가 아니라 어떤 이커머스인지 알아야한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누구보다도 서비스 기획자가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의 작업자와 사랑하는 협업자들이 헛수고를 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