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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Jun 01. 2020

오프라인 마트가 생각보다 데이터를 못 모으는 이유

오프라인 장보기 대형마트를 통해 바라본 2가지 문제점


https://brunch.co.kr/@windydog/299


지난번 오프라인 복합몰의 여러 입점 매장의 데이터를 쉽게 수집할 수 없는 구조에 대한 글을 썼었다. 이 글을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SSG페이가 이마트로 양수도되면서 그나마 간편페이와 회원제간의 데이터는 쉽게 연결해서 쓸 수 있는 가능성이 만들어졌다. 물론 근본적인 이중화된 구조는 오프라인 유통의 오랜 문제로 해결될 여지는 거의 없다.


이번에는 오프라인 대형마트에 대해서  더 깊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마트는 온오프라인에서 내가 뭘 샀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양적으로 얼마나 샀는지를 모른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온라인 장보기가 대세다. 쿠팡과 마켓컬리가 대세로 떠오르지만 한켠에서는 이마트 온라인 매출 성장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온라인 장보기가 대세화 된다면 온오프라인의 데이터를 모두 모아서 좀 더 다양한 데이터 활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것에도 분명히 넘어야 할 시스템 구조적 산이 2가지가 있다. 바로 바코드와 POS다.





 이거 5000원 더 싸게 해줄께요,
이 참에 가져가요~

 막판 문닫을 때쯤 방문한 마트의 아주머니가 고민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흥정을 걸어왔다. 활어회를 먹고 싶은데 살지 말지 고민하던 찰나에 아주머니가 5000원을 깎아주신다고 하신다.

 이 기회를 놓칠소냐 덥썩 알겠다고 하니까 아주머니는 바코드를 하나 더 뽑아와서는 내가 집은 활어회의 바코드 스티커 위에 덪붙인다. 말한만큼 가격이 깎인 금액이다.


문제점1  :  바코드가 발행될때 단품옵션은 수천개가 된다.

 온라인 마트 쇼핑에 대해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아이디어는 '떨이'다. 직매입한 신선식품 비중이 높은 오프라인 마트 유통의 가장 큰 문제는 폐기다. 날짜가 지나고 신선도가 떨어지면 그 제품은 폐기해야한다. 그래서 오프라인에서는 알뜰코너와 같은 이름으로 폐기직전의 상품을 반값으로 판다.

 그래서 온라인 마트에 대한 아이디어회의에서는 어김없이 이 떨이를 온라인화하자는 이야기가 쉽게 나온다. 문제는 오프라인에서 떨이를 하는 방법에 있다.


 온라인은 상품에 대해 판매가를 관리한다. 그리고 떨이를 위해 판매가를 낮추려면 그 상품의  데이터의 가격을 낮춘다. 일시적이든 쿠폰이든 말이다. 즉 상품은 그대로고 가격만 바뀐다.

 하지만 오프라인의 바코드는 좀 다르다. 바코드가 발행되면 엄밀한 기준에서 상품은 다른 상품처럼 취급된다. 반근과 한근의 삼겹살을 동일 상품으로 본다는 것은 생수병 1개와 6개들이 벌크 세트를 동일한 세트로 본 다는 의미가 된다. 게다가 마트에서 판매되는 '과자4종'은 단품 상품 4개지만 사실상 1개 바코드에 포함되는 1개의 새로운 상품이 된다.


 즉, 오프라인 POS 시스템은 상품 종류만 관리하고 상세한 사이즈 옵션별 판매가를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 각 상품의 기준 판매가를 관리하긴 하지만 세부 옵션규격은 수천개도 생길 수 있는 구조가 된다. 규격이 일정하지 않은 신선식품일수록 더 심하다. 대략 비슷한 패키지에 고기를 담아 진열 해놓아도 담은 양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모두 달라지는 경우를 많이 봐왔을 것이다. 

 즉, 품목추천이 가능해도 적절한 사이즈의 추천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형태는 온라인 전시 자체에도 문제점이 되었다. 저울에 달아보고 사는 방식을 온라인에서 구현할 수 없고 얼마나 되는지 가늠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요즘에는 신선식품은 온라인에 판매할 때 치환될 수 있는 사이즈를 미리 소분하여 둔다.  이를 '전처리'라고 한다.  마치 비정형화 데이터를 정형화하듯 상자째 넘어온 산더미같은 감자를 봉투에 묶어서 얼추 비슷한 무게와 갯수로 나누어 담는다. 온라인 판매에서 필수적이지만 이 작업은 엄청난 인건비가 필요한 부분이 된다.


 신선식품처럼 기준단가 관리도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공산품이다. 6개들이 생수와 9개들이 생수를 고객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고 싶어하지만 두 상품은 엄연히 다른 바코드의 다른 상품으로 관리된다. 이 POS의 바코드를 활용하여 온라인에 구매한대로 피킹을 해야한다면 동질의 상품인 생수는 벌크에 따라 다른 상품코드로 치환된다.

 문제는 그 상품의 벌크가 수시로 바뀌고 1 +1의 기준이 바뀌거나 하면 바코드도 새로 발행된다는 점이다.





100g에 2860원인데
내가 한근 조금더 담고 금액은 한근만 받을께요


 한근을 달라고 말했지만 한근이 약간 넘는 돼지고기는 내가 산건 분명 뒷다리살인데 앞다리살의 스티커가 떡 하고 붙어있었다. 아주머니에게 말했더니 둘의 가격이 똑같아서 괜찮단다. 그러고보니 지난번 당근을 살 때도 감자 스티커가 떡하고 붙은 적이 있다.

 손해 본 것은 없다. 그리고 따뜻한 정과 깎아주기에서 느껴지는 인간미도 일품이다. 하지만 데이터의 관점에서 오프라인 마트의 구매데이터는 엉망이 되어 가고 있다.


문제점2 : 이종간 바코드 혼용을 막을 수 없다.

 바코드를 재발행해서 쓰는 기준은 교육이 많이 필요하다. 고구마를 감자로 찍어주고 미쟝센이 아닌 샴푸로 찍혀서 판매되는 데이터는 추천에 활용하기 적합하지 않다.

 문제는 매장 내 오래된 재고관리 방식에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의외로 제품 분실이 높다. 모두가 아름답게 도덕을 지키고 살면 좋지만 그 큰 매장의 사각지대에서는 카트에 실려 이상한 곳에 방치된 상품이나 누군가 까먹고 계산하지 않고 들고나가버린 물건, 아니면 애초에 진열할 때 카운트에서 빠진 것도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데이터상 재고 카운트를 모두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실사를 해서 부족분을 메우거나 채운다. 이런 이유로 브랜드에서 나온 아주머니가 재량껏 만두를 한봉지 더 붙여줄 수도 있다. 그 브랜드 행사에 사용되어 부족해진 매입분은 그 브랜드가 채우면 되니까.

 즉, 재고관리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각 브랜드별 매출만 중요해진다. 교차번들 판매가 가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편의점은 교차번들 판매를 위해 2+1의 상품 3개를 모두 바코드로 인증하지만 마트는 아이스크림 10+1의 상품을 결제하기 위해 (눈으로 세고) 담은 봉투의 바코드를 1번 찍는다.


 문제는 데이터다. 전국 매장의 재고도 불분명 해지고 고객의 구매데이터도 불분명해진다. 데이터를 사용할 생각이 없던 시절에 만들어놓은 POS기간계가 동일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물건에 대한 정확하 재고관리가 불가능해지고, 온라인 주문 시 결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현재까지는 어떻게든 대안을 마련해오고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경쟁자에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장보기가 오프라인에 진출할 때, 이 문제가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의 허마셴셩의 경우, 처음부터 온오프라인의 기반이 동일한 기준으로 된 재고관리 시스템을 통해서 온오프라인의 재고를 동일하게 운영할 수 있고 떨이에 대한 실시간 가격 반영도 가능해진다.


 기준품목 +기준가격 +잡히는대로의 벌크 = N개의 바코드


위와 같은 기준의 오프라인 유통과 다르게 온라인 방식으로

 

  명확한 품목 + 명확한 가격 + 명확한 사이즈 = 1개의 바코드


로 이루어지게 되면, 온오프라인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동시에 떨이까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온라인에서 시작된 장보기 매장이 무서운 이유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지금 구조를 가지고 있는 곳에서는 한번에 쉽게 바꾸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프라인 마트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해야할 때 온라인 마트는 그 자체가 디지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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