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서비스기획자가 되고 첫 오픈했던 날이 기억이 난다. 간단한 오류 수정이나 배너 넣기 이런게 아니라 내 손으로 목적이 있는 매장을 만들어서 오픈했던 날, 내 글에서 몇 번이나 나온 적 있는 그 원데이 특가 매장.
난 설계부터 프로젝트 과정이 모두 생각날 정도로 진지했고 설레고 재밌었다. 그리고 오픈한 당일, 쭉쭉 올라가는 매출에 너무 신이 나서 퇴근했다. 밤 12시에 그 오류가 터지기 전까지는!
테스트한다고 했는데 오전10시부터 다음날까지 24시간열려 있어야했던 그 매장은 밤 12시에 한창 매출이 오르던 시기에 뚝하고 닫혀 버렸다. 날짜가 바뀌면서 로직이 꼬였던 것.
다음날 회사는 난리가 나있었고, 난 원인파악과 수정만큼 여기저기 불려가서 혼나고 설명해야했다. 그날 저녁에 술자리하는 아직 졸업안한 대학 친구들을 일부러 만나러가서는 소주를 퍼먹고 집에 가서 엄마앞에서 엉엉 울었다.
잘하고 싶었는데 억울한 곳에서 실패한 것 같은 그 복잡한 마음을 설명할 순 없었지만, 그 날 이후로 난 항상 전쟁같은 마음이 있었다.
기획자로서일이 재미있고 스스로 천재같고 똑똑한 것 같고 그런 느슨한 생각을 해본 적은 별로 없었다. 항상 문제가 가득했고 난 항상 바보같이 느껴졌고 그저 만족하는 것은 어제보다 조금 더 똑똑해졌다는 것뿐이지, 나에게 만족스럽진 않았다.
지금도 내가 그 이후로 만든 서비스가 과연 최선이었을까 내가 조금만 더 똑똑했다면 더 잘 만들지 않았을까 그 생각이 항상 든다. 요즘도 내가 조금만 더 익숙하다면, 내가 조금만 더 생각할 시간이 있었으면, 내가 조금만 더 이룬게 많아서 아는 것이 많았다면, 그럼 좀 더 이 일을 잘해내고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글을 쓸 때도 강의를 할 때도 이런 지식이 필요할 후배들 누군가를 위해서 정리하면서도 과연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만큼 이해하고 있는건지 그런 자격이 있는 건지 더 공부하고 말해야하는 건 아닐지, 그 선을 지켜내기 위해서 고민하고 고민한다.
삶은 항상 전쟁이다. 그리고 마음 한켠에선 전쟁같은 하루가 발전을 만든다는 것을 알기에 나의 마음속 한켠의 불안감을 내가 계속 끄집어 낸다는 것을 잘 안다.
모두가 재밌는 것, 재밌어보이는 것에만 관심을 두면 당장은 좋아보일지 몰라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딱 그 정도까지만 즐긴다는 것을 안다. 복잡하고 어렵고 그래서 남들이 잘 안하는 일을 굳이굳이 해나가는 삶은 항상 쫓기고 전쟁같고 열등감에 머리가 터지지만, 아마도 오늘보단 내일이 1g정도 더 똑똑해지겠지.
서장훈은 그래도 첫 골의 설레임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던데 나에게 그 첫 골같은 것은 따로 있나보다. 아마도 UX란 단어를 처음 들었던 네이버 인턴 면접을 봤던 그 날의 지하철이었을까? 아니면 롯데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인턴과제를 설계했던 그 때 였을까?
무엇이 날 아직까지 이 판에서 일하게 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머리 터지게 고민해서 뭔가 해결책을 찾아냈을 때의 희열때문인 걸까.
여튼 나의 소중한 전쟁터는 이기기가 너무 어려운데 살짝만보고 '쉽다 재밌다 신난다'라고 말하거나 '몇 주만 배우면 할 수 있다'는 식의 말이 나에게 불쾌한 이유를 조금 알 것도 같다.
내가 즐거운 건 반복되지 않는 일이고,성취감이 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매일이 즐거울 수 없다, 일의 과정에서 난 항상 예민하고 전쟁 중이다.
***이 서장훈 영상이 김제동 영상과 비교하며 우파 선전용으로 쓰인다는 말이 있던데, 전 정치적 이야기를 좋아하지않아요. 그냥 저 말을 한 사람만 보고 공감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