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리더가 놓치는 팀원의 빡침 모먼트
'직급인지 감수성'을 가져주세요
리더와 팀원의 입장은 항상 다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한 두명이라도 더 리딩해서 일하는 입장이 되면 그게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가면서도 그 상황에서는 화가 날 때가 있다. 대부분은 그 빡침 포인트를 팀장에게 조언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들은 모르고 넘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팀원들에게는 그 포인트가 가슴에 남아서 리더에 대한 인상을 좌우한다.
지금까지 일해오면서 기억에 남는 몇가지 속상했던 포인트들이 기억에 남는다.
Case1. 외부의 여러가지 이야기에 대해서 리더가 사과를 한다.
팀과 팀 사이에서는 여러가지 이해관계의 문제가 있다.
특히 나같은 프로덕트를 운영하는 조직에서는 외부의 요청과 그렇게 해줄 수 없음의 간극을 항상 가지고 있다. 게다가 개발이나 시스템을 하나도 이해 못하는 것이 무슨 면죄부라도 되는 양 일을 떠맡기는 다른 부서가 항상 어느 정도씩은 있기 마련이다.
특히 앞뒤 안가리고 덮어놓고 '불편해요!' 부터 시전할 때 정말 어떻게 해줄 수도 없는 상황이라서 이렇게 저렇게 설명하고 있는데도, 사원 - 대리 - 책임 - 수석 - 팀장 순으로 직급 높여가면서 계속 큰 목소리를 낼 때면 다른 방법을 내주기도 어려울 때 어쩔 수 없이 리더에게 SOS를 쳐야 할 때도 온다.
내 편이 되어달라고 부른 자리에서 리더가 먼저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부터 하고 무조건 낮은 자세로 이야기할 때, 지금까지 견해의 차이와 상황적 차이로 버텨온 자존심이 한 순간에 빠그러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물론 리더는 다른 팀간의 상황을 조율하고 잘 정리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니까 하는 것이라도. 이 상황이 정말 억울하기 짝이없다. 내부에서 고생한 사람들의 노고를 알아주지 않을 때의 그 느낌은 정말 '이 놈의 리더, 실무자들은 얼마나 힘든지 알긴 아는거야?'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삼전도의 굴육'이 따로 없다.
나도 실제로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다. 그랜드 오픈 이후 고군분투하며 여기저기 들어오는 변화에 대한 적응의 문제들을 치고받고 하면서도 충분히 노력하며 만들어온 것인데 갑자기 전사 쪽지로 마치 모든 것이 우리의 죄라는 듯 보낸 리더의 사과문. 이해는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팀원들은 그 날 그 쪽지 이야기를 두고두고하면서 분노했다.
팀원을 감싸라는 것이 아니라, 팀원의 감정을 이해해주고 팀원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인지를 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던 경험이었다.
Case2. 더 잘해보기 위한 회고에서 얼떨결에 본심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리더는 참 어려운 위치다. 평가하고 잘못한 점은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되 잘한 부분에 대해서는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런데 가끔 회고를 할 때, 부족한 부분에만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회사의 계획이란 항상 110%를 잡아서 80%를 달성하는 것이 정상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적인 인원이 쉽게 풍족한 인원으로 늘어나는 일은 없다. 인원이 많으면 많은대로 더 많은 계획을 회사에서 하게 되니까. 그래서 수행한 업무의 측정과 결과를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너무나 어려운 문제다. 특히나 구체적인 수치적 목표를 잡기 어렵다면 더더욱 이런 문제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런 회의에서 어떻게 하면 능률을 더 올릴 수 있을까 논의할 때 나온다.
어쩌다보니 본의아니게 튀어나온 답답함에 대한 진심이 툭하고 튀어나올 때가 있다. 실무를 잘했던 리더의 '예전에 나라면 주말에라도 일해서 그 일정을 맞췄었을 텐데' 라는 말이나.. '목표했던 것에 비해서 실질적인 달성 결과가 하나도 없다' 라는 말은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 굉장히 속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열심히 안한 사람이 없을테니까.
물론 두 가지 모두 관리자의 입장에서의 아쉬움에 대한 토로다. 일을 잘 했던 리더의 저 말은 본인의 숙달된 기준에서의 멘트인 것이고, 목표를 더 현실적으로 세워서 관리를 명확하게 하고 싶은 팀장도 그저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보자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겠지만, 리더의 속에서만 있었어야 하는 멘트가 어쩌면 자칫 편하게 튀어나와 버리는 것이다.
이 이야기도 겪은 이야기다. 결국 이런 이야기가 나온 날 DM창에서 이런 멘트에 상처받은 인원들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나도 십년 넘게 회사를 다닌 사람이다보니, 리더라고 해도 연차나 일의 논리가 그렇게 멀지만도 않다. 그래서 어쩔 때는 당시에 리더를 붙잡고 이야기했던 적도 있다.
'나는 연차가 있으니까 왜 그런 말 했는지 앞뒤로 다 이해가 가는데요, 신입이나 주니어는 그런 말 들으면 자신의 실력이나 자존감에 기스나고 억울할 수 있으니까 좀 다르게 좀 표현해주세요. 그렇게 쫀다고 달라질 수 있는게 아니에요. 더 좋은 예시나 본보기를 좀 찾아봐주시던가요. 일정, 인원 다 똑같은데 어떻게 밀어붙인다고 달라지나요?'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당시 리더는 어떤 때는 그게 리더의 역할 일 수 밖에 없다고 쓰게 웃어 넘겼다. 물론 너도 커서 리더 되어 보라는 울 엄마 전용 단골멘트같은 말도 남기면서.
그런데 사실 이 문제는 조직의 크기나 일의 경중, 회사의 속도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이야기다. 우리가 성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잘못한 말을 할 때 '성인지 감수성이 낮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직급인지 감수성이 낮다'라고 표현하는게 맞는 거 아닐까 싶다.
팀원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하나다. 다른 소리 하기 전에 열심히 했다는 것에 대해서 먼저 인정만 해줬어도, 우리가 고생했다는 것에 먼저 위로부터 해줬어도! 목표를 이루지 못해서 속상한 사람도 힘들게 일했는데도 욕먹어서 속상한 사람도 모두 실무자가 더 크니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어떤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은 팀원의 가장 큰 마음인 것 같다.
그래서 리더는 더더욱 팀원에게 잘하고 있고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세상에 나쁜 부사수도 없다'지만 소위 싹수가 노란 모든 팀원은 다 감싸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일에는 아무래도 소질이라는 게 있으니까.
그래도 소문 나쁘던 후배가 함께 일해보니 그저 좋은 사수를 못만나서 그랬던 것뿐이라 완전 개선되는 것을 본 적도 있고. 자신감이 낮던 후배가 여러번 프로젝트를 해보더니 너무나 일을 자신감있게 해내는 것을 본 적도 있다. 그럴 때는 하나같이 온전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자신이 끝까지 만들어내고 그것을 통해서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때였다.
그리고 기왕지사 옆에서 그 자신감을 올려주는 존재들이 리더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표들도 지금 당장 '경력같은 신입' 뽑겠다는 생각들을 버리고 누군가를 키우고 자신감을 올려줄 수 있는 리더들이 되면 좋겠다.
물론 난 아직 완전히 리더는 아니라서 이런 소리 편하게 할 수 있다. 언젠가 완전 리더가 되더라도 '직급인지 감수성'은 살려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