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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Mar 04. 2017

Me-too 서비스를 기획하는 자세(미션편)

선물하기 서비스 기획이야기


 팀장님과 매니저님의 표정이 몹시 바빴다. 여기저기 전화가 오고 뭔가 꼭 문제가 터진 것만 같았다. 어느정도 상황이 정리가 된 듯한 오후 3시쯤. 매니저님이 나에게 새로운 미션을 던져주셨다.

 "선물하기 서비스를 우리도 해야할 것 같은데, 상무님이 TFT를 만드신다고 하니까 이슈사항 정리해서 내일 회의에 들어가봐"


Me-too 서비스는 늘 이런 식으로
미션이 된다.

 그렇게 손에 받아든 미션은 고객에게는 익숙하지만 기획에게만 새로운 '선물하기 서비스'였다. 이게 벌써 1년 전 이야기다. 그사이 우리는 이 서비스를 오픈하고 계속 고쳐나가는 중이다.

 여튼 당시에 카카오톡에만 있던 이 서비스가 11번가에도 안착했고 우리도 몇몇 사원들이 우리도 있으면 좋겠다고 한 모양이었다.


 이 소식에 기획자들의 표정은 모두 달랐다. 신입들은 반색하며 반갑다는 듯 말을 했다.

  "맞아요! 저희도 그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몇몇 의욕적인 주니어 기획자들은 씩씩대며 말을 한다.

 "우리는 왜 먼저 만들지 못하고 따라만 해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이제 생각이 좀 바뀌었다.

 "더 늦기전에 따라라도 하는게 없는 것보다 좋은 거 아냐?"

 독창적이고 오리지날이 되서 성공적인 것도 참 좋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따라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만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


 아마 대부분의 회사에서 'Me-too 서비스'를 만드는 이유는 간단할 것이다.

'쟤네도 있으니까'

 이 접근이 사실 기획자에게는 쉬운 일은 아니다. 해답이 있는데 그 답도 정답이 아니기에 다시 처음부터 문제를 풀어내야한다. 그만큼 냉정해져야한다. 왜냐면 어차피 후발주자라면 선점이나 '국내 최초'같은 홍보는 불가능하니까 우리의 목표는 '더 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모방의 두가지 기준

   쇼핑몰의 서비스에서 독창성이란 얼마나 중요할까? 물론 마음은 항상 이 세계에 없던 것을 창조해나고 싶다. 하지만 돈이 왔다갔다하는 상거래서비스에서 멘탈모델은 더욱 중요해진다.

 UX를 하면서 멘탈모델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주 쉽게 말하면 특정 서비스에 대해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정보라고 할 수 있다. 어포던스가 아무 노력없이도 다음 스텝을 예상시키는 장치적 요소라면 멘탈모델은 사용자가 특정 이용에 있어서 의례 안정적이라고 믿는 스텝이라고 볼 수 있다.

 쇼핑몰은 돈을 아주 빠르게 소비시키는 곳이다. 그리고 보지도 못한 물건에 돈을 써야하는 고객에게는 쇼핑몰의 UI가 멘탈모델에 적합하지 않다면 안정성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으로 작용되지 않을까 고민해야한다. 그게 주문서비스쪽에 가깝다면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Me-too 서비스를 기획할 때는 두가지를 모두 고려해야한다.

 1. 고객들이 이미 갖고있는  기존 서비스로부터 생겨난 멘탈모델을 해치지 않는다.

 2. 동일한 서비스에서 자사만의 가치를 부여한다.


예를 들면 설명해보자면 뭐 여러가지가 있다.  카카오톡의 메신저는 아주 흔한 인스턴트메신저의 모바일 버전이다. 기존의 pc에서 사용하던 네이트온과 사용방식이 거의 차이가 없었다. 부가서비스의 형태도 비슷했다. 하지만 휴대폰번호 기반이라는 점과 자동 친구추가는 엄청난 차별화요소로 성공적이 되었다.

 네이버의 가계부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가계부는 모네타가 원조였다. 하지만 이미 보유한 네이버의 계정을 함께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메리트가 됐다.

 서비스를 없던 것을 만드는 경우보다 있는 것을 더 잘 만들어서 성공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분명 임원들이 주는 미션은 대체로 뒷북이 많지만 임원들조차 뒷북쳐주지 않으면 여러가지 사정에 밀려 미투가 아닌 필수가 될 때나  시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좀 속상할 것 같다.

 앞북 (?)을 정 치고 싶다면 윗사람에게 기대만말고 차라리 기획자가 먼저 생각해서 넌지시 설득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풀스택 서비스기획자의 준비

 미투서비스의 본격적인 기획에 앞서 기획자는 위의 2가지를  모두 준비해야한다. 하지만 요즘 시장에서 찾는 풀스택 기획자라면 여기에 한가지가 더 필요하다.

 풀스택 기획자에 대한 정의는 ji 작가님의 글에서 큰 힌트를 얻을 수 있다.


https://brunch.co.kr/@jidesign/41


 UI와 고객동선만 생각해보고 기획 다했다고 외치면 하수다. 적어도 우리 사이트의 실제 동선과 개발형태에 대해 프로세스적으로는 알고 있어야한다. 그래야 신규서비스를 기존 서비스에 어떻게 구석구석 녹일지가 판단이 된다. 적어도 주문과 연관된다면 더더욱 그렇다.

 TFT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기획자는 타사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주문부터 택배발송까지 자사의 프로세스에 맞는 단계도를 그렸다. 그리고 각 단계별로 자사의 정책과 연계하여 문제가 될 만한 부분과 협의가 될 만한 부분을 리스트로 정리했다.

 어차피 이 문서 하나로 개발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문서는  기획자의 지식을 기반으로 한 홈워크지만 회의 진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된다. 이 문서를 하나하나 따라가면서 기획과 개발, 비주얼 디자인, 현업이 이슈와 의견을 내고 조율하게 된다.

 이 그림만으로도 생각보다 개발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름의 각오를 하며 회의를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본격적인 기획 이야기는 다음편에,

 매번 글이 길다는 지적이 있어 이번에는 글을 좀 찢어봤습니다^^

 다음편부터는 본격적인 기획업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들이 욕하는 전형적인 대기업 원터폴 방식에서 약간의 변주적인 방식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연찮게 <스플린트>와 비슷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서 이 이야기를 꺼내게 됐어요. 물론 그 책을 읽기 훨씬 전의 이야기지만요~

여튼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용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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