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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Mar 05. 2022

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선배에 대한 감사



알고리즘에 의해 우연히 이 영상을 다시보게 보게됐다.

나는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로 고생하고 돌아가셔서 알츠하이머 소재에 대한 드라마는

심각하게 눈물버튼이고 그 시절의 막막함과 고통이 느껴져서 안보는 편이다.

그리고 어쨌거나 미화되고 아름다워 보이는 알즈하이머 환자며 그걸 감내하는 모습도

극의 재미로 사용되는 것에 조금 불쾌감이 있다. 삶은 그 것보다 지독하니까.


그런데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는 좀 결이 달랐었다.

내가19살부터 시작되어 28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점점 나빠지는 아빠의 상태를 내내 지켜보며 내 20대를 거의 다 보냈었다.

그래도 요양원까지 가기 전에 아빠 옷을 갈아입히고 손을 잡고 주간 보호소를 데려다줄 때면

그 똑똑한 우리 아빠의 영혼이 망가진 육신에서 얼마나 답답할까를 생각했었다.

중환자실에 몇달을 누워있다가 결국 돌아가실 때도 슬펐지 그 답답한 육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을 축하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시각이 달랐다. 환자의 시각에서 그 혼란스러움안에서 보여주는 삶에 대한 생각과 무게가 있었다. 특히 연기하신 분들의 태도가 모두 맘에 들었었다.

 그래서 (마음 아프니) 꾸준히 보진 않았어도 그래도 응원했던 것 같다.



여하튼 김혜자 배우님의 2018년 백상예술대상 수상은 그 드라마에서 탄생했다.


이 상을 탈 때 김혜자 배우님은 수상소감으로 드라마의 마지막 나래이션을 되풀이한다. 저마다 사람들이 감동의 댓글을 단다. 특히 배우의 부드러움과 드라마의 평범함에 대한 눈물이라며 감동을 표현한다. 객석의 수많은 여배우들은 어쩐지 모두 감동받아서 눈물을 흘린다. 나도 눈물이 울컥 난다.


근데 이 눈물은 무엇에 대한 눈물일까. 드라마 캐릭터에 빗댈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만큼 그 병의 아픔을 절실하게 아는 사람은 가족의 아픔을 옆에서 겪어본 자들 뿐일것이다.

난 여배우들의 눈물은 꼭 드라마나 '엄마같다'는 감정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른과 마흔이 지난 배우들에게 실존적 문제는 2가지일 것이다.

지금의 젊음이 없어져도 저 자리에 오를 연기자가 될 수 있을거라는 희망.

그리고 저 연기와 진심이 구분가지 않는 낭독에 나 역시 다다르고 싶다는 존경.

그런 마음들이 내용을 넘어서 절절하게 남겨진 감동이 아닐까한다.


직업의 세계에서 내가 언젠가는 갈 수 있을 법한 위치의 선배를 발견하는 것은 큰 행운이다.

70대에 인생작을 하나 더 갱신할 수 있는 것은 더 큰 행운이겠지만

기 때까지 현역으로 일하면서 양면적인 판단이 일어날 수 있는 어려운 연기를 하는 내공을 가진 분을 본 다는 것은 더더욱 행운이다.


더 나이 먹어서도 더 일하면서 성장하고 계속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많이 오면 좋겠다. 그리고 계속 성장해서다른 사람에게 행운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돌아가신 아빠도 내가 사람들 속에서 서로 영향주고 눈물 한방울 흘려주며 따스히 영향을 주고받길 바라겠지.






https://youtu.be/cTe0jAE-SJ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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