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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Jun 17. 2022

이커머스에서 '저주'라고 부르는 것 몇 가지

저주의 해결은 목표 선택과 집중 그리고 전체적인 관점


이커머스를 만들어온게 벌써 12년째.. 일하면 할수록 '저주'라고 부르고 싶은 몇가지가 있다. 

이 저주에 빠지면 프로덕트를 만들기는 하는데 뭔가 이것이 최선이 맞는지 불안해지는 답답함이 느껴진다. 


1. Mass target의 저주 

 '20-30대 여성'을 타겟으로 한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냐면, 그냥 대한민국의 2/3가 타겟이구나 싶어진다. 분명 남성도 아니고 10대, 40대이상의 여성도 빠져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10대 여성은 자신을 10대로 인식하기 보다는 20대로 생각하고, 그 어떤 40대 여성도 자신을 30대로 보이고 싶어하지 40대라고 '굳이'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그 20-30대 여성에는 엄마와 싱글이 섞여있고, LGBT는 높은 확률로 개성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다양한 소품은 여성카테고리로 분류된 상품이 훨씬 많다. 

 즉, 어떤 서비스가 20-30대 여성을 타겟한다고 했을 때, 같이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들은 정말로 MASS에 해당하는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케이스를 말할 확률이 높다. 한 마디로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이 타겟은 타겟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서 저주다. 

 개인적으로 상상의 나래로 그려온 Persona를 극혐하는 편인데, 그건 내가 보통 만들어온 서비스의 stage가 이미 성장기나 성숙기에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Persona나 너무나 범용적이라면 사실 Mass나 다름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부터 여러차례 이야기했지만 나는 'Persona Spectrum'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성별이나 나이같은 인류학적 구분이 아니라 문화, 취향 그리고 더 나아가서 상황적 컨텍스트나 목표와 같은 구체적인 TASK로 타겟을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데이터를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그걸 'cohort'라고 부른다. 



2. 종합몰의 저주 

 난 주문클레임을 지금은 더 많이 하고 있지만, 이것저것 여러 모듈을 모두 순회했다. 대리 2-3년차 때는 모바일 리뉴얼 전담이었기 때문에 메인이나 상품리스트, 매장 같은 전체적인 전시화면의 개선도 많이 다루었다. 전시화면을 다룰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종합몰일수록 심각해진다. 종합몰이란 팔지 않는 카테고리가 없을 정도로 모든 카테고리를 종합해놓은 몰들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리뷰만 해도 뷰티와 식품은 항목 자체가 다르다. 리뷰가 어감이나 텍스춰등이 중요한 기초 화장품도 있고, 발색 사진이 색조 화장품도 다르다. 디지털 상품은 SPEC이 상세하게 나와있어야 하며, 장보기 상품의 경우 상세 정보가 불필요해서 리스트에서 바로 장바구니에 담는 것을 선호한다. 

 즉, 상품 카테고리에 따른 동선을 쉽게 통일화 시킬 수 없다. 그래서 하나의 리스트를 만들거나 하나의 상품상세를 만든다고 해도 카테고리별로 세분화를 엄청나게 시켜야 한다. 주문의 경우는 배송유형이 다양하여 픽업, 배송, 배달, e-쿠폰 등등 처리방식에 따라서 또 다르게 관리해야한다. 그래서 쉽게 가고 싶고 케이스를 줄이고 싶다면 종합몰은 쉽게 하기 어려운 저주에 걸린다. 개발 리소스와 관리를 생각하면 단순화하고 싶고 종합몰의 카테고리별 특징을 고려한다면 점점 복잡해질수밖에 없다. 그래서 좀 더 취향이 중요하고 자주 사용하는 이커머스 제품군이 있다면 결국 버티컬 사이트를 찾게 될 수 밖에 없다. 



3. 프로모션의 아이러니 

 저주라기 보다는 아이러니에 가깝다. 대형 프로모션 행사는 기업마다 궁여지책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다. 특히 특정한 시점에 할인행사나 대형행사를 빵빵 때리면 일단 그 시점의 총매출액을 올릴 수 있기에 이만큼 매력적인 경우가 없다. 얼마전에 만난 모 대표님이 거의 노마진이 될 때까지 할인을 했더니 매출 거래량이 늘었다며 이것이 효과적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나는 벌써부터 그 다음의 시기가 걱정됐다. 

  당장 대형 프로모션 행사가 일주일간 진행되면 그 다음 일주일간 총 거래량이나 구매전환율이 저하되는 것을 본다. 어쩌면 락인된 고정 사용층이 없다면 프로모션 행사는 '미래의 매출을 당겨온 가불'한 것과 같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문제는 고객의 학습이다. 프로모션 행사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면 사람들은 평소에 구매하지 않는 패턴을 갖게 된다. '다음번 행사 때 사야지'하고 장바구니에 쟁여둔다. 할인은 결국 플랫폼의 적자를 높인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에 있다. '쿠폰을 많이 알리고 싶지만, 쿠폰을 모두 다 사용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라는 양가감정에 휩싸인다. 특히 마케팅 담당자와 프로덕트를 상의하면 묘한 이 아이러니에 같이 휘말린다. 쿠폰을 보고 상품 구매를 하게 유도하고 싶지만 실수로(또는 사용이 생각보다 용이하지 않거나 조건이 있어서) 할인을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상한 감정이 든다. 특히 이익을 중요시하는 회사라면 더더욱 이 아이러니에 시달린다. 

 이 문제는 프로모션의 효과와 타겟을 명확하게 예측하지 않기에 생겨나는 문제다. 대형 프로모션이 아니라 프로모션의 액티베이션 목표를 분산해서 프로모션 자체를 분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고 계속해서 할인 방식을 늘려나간다면 결국 우리는 프로모션을 계속해서 해야하고 마진을 줄이는 것이 반복된다면 우리 이커머스를 '싼 곳'으로 계속해서 브랜딩하고 학습시킬 뿐이다. '싸다고 느끼는 것'은 아주 효과적이지만 그만큼 양날의 검이 된다. 그리고 그걸 드러내는 프로덕트에서도 고민만 쌓여간다. 


4. 채널확장의 저주

 이커머스가 상품소싱력을 갖출수록 연동 판매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다. 이미 많이 소싱한 상품을 베이스로 여기저기 다른 곳에 추가 연동 판매하는 것이다. 이 채널 확장은 더 트래픽이 높은 곳으로 연동시킬수록 단기적인 매출의 볼륨을 키우는데 효과적이지만 2가지 굉장히 큰 문제를 가져온다. 

 첫째, 상품 구색 희소성이 희석된다. 우리나라의 상품들은 지독하게 제휴연동이 여러번 일어나고 있다. 가격비교에는 중복된 허수의 상품이 너무너무 많다. 아마존은 셀러가 많아서 현존하는 상품들을 모아놓은게 바잉박스라면 네이버의 가격비교는 대부분 '그림자분신들'간의 경쟁을 모아놓은 것이다. 왜냐면 한 곳에서 나간 상품들이 여러 플랫폼을 통해서 다시 모였기 때문이다. 상품 희소성은 떨어지고, 결국 플랫폼간 가격 경쟁으로 상품의 최초 금액이 여러번의 프로모션을 통해서 누군가의 돈으로 가격이 떨어진다. 제조업의 경우는 제품 자체의 평균 단가가 떨어져버린다. 이래서 주요 브랜드들은 공식몰의 연동에 이제 제동을 걸고 있고, 아마존에서도 이탈하고 자사몰, 공식몰을 성장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둘째, 우리 플랫폼이 더더욱 약해진다. 상품이 연동되면서 원래 잘나가던 그 회사는 상품이 더 늘어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게 되며 플랫폼 가치가 더욱 상승된다. 당장 이익은 벌어들이지만 자사의 파워가 점점 떨어진다. 이제 굳이 여기에 올 이유를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악순환은 자사몰에서 더 큰 프로모션을 하도록 하게된다. 상품이 돌고나면 가격 전쟁이 심화된다. 특별히 다른 경쟁력의 요소가 없다면 모든 이커머스 판매자들의 적자가 강화되는 구조다. 

 이 것이 채널 확장을 할 수록 상품 경쟁력과 플랫폼 경쟁력이 동시에 떨어지는 악순환의 저주다. 



이런 저주들은 어떻게 해결해나가야할까.

정답은 '낄끼빠빠'다. 있는 옵션을 안할 수 없다. 하지만 가장 큰 패인은 단순하게 생각해서 도입한다는 점이다. 위의 4가지 저주는 모두 다 공통점이 있다. 집요하게 타겟팅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다. 타겟팅은 꼭 고객 대상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집요한 목표와 집요한 대상, 집요한 동선을 정하고 딱 그것만을 보고 나머지 것들은 쳐낼 수 있어야 한다. 뾰족하지 않은 프로덕트 기능은 그야말로 '기능'일 뿐이다. 범용적 기능이라는 단어는 그럴듯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유도를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냥 일단 만들자'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나는 지금까지 너무도 여러번 이 모호함으로 내려진 정책을 보면 '이게 과연 잘 만든 것일까'에 대해서 후회하고 또 고민했었다. (물론 상황적으로 항상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내 프로덕트가 부끄럽지 않게 더 자랑스러우려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 집요하고 고집스런 목적에 맞는 디테일한 타겟팅을 놓치지 않고 싶다.  저주를 푸는 비법은 원래 '진정한 사랑'처럼 아주 흔해빠지게 들리지만 정작 성공시키긴 어려운 대상이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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