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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Nov 22. 2022

이불을 새로 사고 생긴 습관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사는 습관


졸리디 졸린 입덧약을 끊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한결 편해졌다. 얼마전 이브자리에서 새 침구세트를 샀다. 결혼한지 8년만에 구매한 간절기 이불이다. 집이 따뜻한 편이라 겨울에도 아주 두꺼운 이불까지는 필요가 없어서 간절기  차렵 이불과 침구면 겨울까지 가능했다. 신혼에 구매한 이불이 얇아질대로 얇아지고 색도 바래서 새로 구매하게되었지만 사실 기대치가 높진 않았다. 정가에서 50%나 통크게 할인해도 10만원이 훌쩍넘는 침구세트 가격은 꽤 부담스러웠지만 도톰한 감촉이 기대되었다.


침구는 대만족이었다. 둘다 뒤척이며 자는데도 침대패드가 크게 뒤틀리지 않았고 이불은 무겁지도 않은데 포근해서 뭐든 차내버리고 자는 내가 아침에도 반은 잘 덮고 있었다. 내가 이불이 더워서가 아니라 무거워서 차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불이 잘 정돈된 모습이 깔끔하고 이뻐서 일어나서 침대의 이불을 쫙 펴서 정리하고 만족해하고 있다. 원래대로면 몸만 쏙빠져나와서 죽어가는 표정으로 컴퓨터앞으로 기어갔겠지만.

그런데 어느날 유튜브에서 아침에 침구 정리를 하는 것이 하나의 루틴이라는 사람을 봤다. 아침 침구를 정리하고나면 스스로 선택한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란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듣고 그저 새 이불이 맘에 들어서 다시 정돈하는 내 모습에 의미를 부여해봤다. 난 지금 의지적으로 하루를 시작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줬다. 웃기게도 정말 스스로 부여한 그 의미를 믿기 시작했다. 일하러 기어나가는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일어나서 뭘 의지적으로 해볼까 생각하게 됐다.

 

첫번째 의지적 선택은 아침식사였다. 초중고를 빼면 거의 반평생을 아침은 스킵했거나 빵을 사먹고 군것질을 했다. 빈속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기를 가지고나서 임신당뇨를 주의하려면 차라리 아침을 밥으로 먹는게 낫다는 말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한시간이라도 더 자서 점심과 애매해지느니 후딱 일어나서 제발 밥을 먹자고 생각했다. 임신당뇨는 아기가 너무 커져서 출산시점까지 산모도 아기도 모두 고생하기 때문에 건강하게 활동하다가 아기낳으러 가고픈 마음이 들었다.


두번째 의지적 행동은 배경음악을 깔고 책을 몇쪽이라도 봤다. 이불을 접고 깔끔하게 시작된 하루에 밥까지 먹고나면 아침은 고요하다. 유튜브에서 조용한 아침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서 배경음악을 깐다. 그러고나면 거실 탁자에 어지러히 놓여있는 아무 책이나 집어들게 된다. 약 30분 정도 책 몇 장을 뒤적인다. 오래 읽지 못했어도 고요함에 읽는 책은 평소보다 집중력이 높다.


읭? 나는 입덧약을 끊고 이불을 바꿨을 뿐인데 아침 루틴같은 새로운 행동을 몇 주째 하고 있었다. 물론 매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사람은 간혹 자기 자신에 대해서 변하지 않는다고 아니면 난 어떤 사람이라고 지나치게 확언하기도 한다. 에고가 너무 크기 때문에 나타나는 방어기제다.

그렇지만 내가 관찰자로 지켜본 나 자신은 항상 변한다. 억지로 좋은 습관을 들이자고 난리치고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아도 결국은 열심히 사는게 가장 편한 마음이 방법일 수도 있다.

더러운 곳보다는 깨끗한 곳이 더 좋고 씻기 귀찮아도 씻고나면 정신이 번쩍나고 개운해서 집중도 더 잘 된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배가 더부룩하고 불편해지지만 편안한 나물과 짜지도 매콤하지도 않은 된장찌개는 임산부인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누군가 나에게도 어떻게 지치지 않고 다양한 일을 하며 사냐고 물었다. 난 항상 쉬고 싶고 하기 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동적으로 사람은 편한 쪽을 찾게된다. 씻고나면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나면, 게으르게 하느라 마음이 힘들고 도망가느라 불안한 것보다 그냥 지금 해버리는게 사음이 더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  찡그리고 시작해서 편안해져서 끝을 낸다.


노는데 노는 것에 마음이 불편하다면 억지로 편하려고 버티고 있는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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