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를 보면서 느낀 점
성인이 되고도 20년 가까운 시간을 지나고, 직업을 가지고 사회인이 된 것도 13년째다.
남편을 만나 함께 가정을 꾸린지도 9년째. 나의 아기를 만나서 함께 살아온 것은 이제 1달.
아무리 조카나 길에서 아기를 본다고 해도 나의 세상은 온통 성숙기를 지난 어른 인간들로만 가득해왔다.
그리고 대부분의 어른 인간들은 항상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고통받는다.
부족한 공부, 어설픈 실력, 타인과의 비교에서 자신의 단점을 살펴보고 어쩌면 이룰 수 없는 과도한 이상적 욕망이나 아니면 실제로 삶에는 그렇게까지 필요하지 않은 다이어트나 영어실력을 키우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자아실현이랍시고 여러가지 시도를 하지만 결국 대부분의 이유는 '결핍'.
오죽하면 모든 현대인의 병은 '인스타그램'에서 시작했다고 하질 않나.
그런데 인생 처음으로 정말로 순수하게 마주하게 된 아기를 보고 있자니, 굉장히 새롭다.
트림을 하고 방귀를 끼고, 배에 힘을 줘서 대변을 보는 것 조차도 아기는 배워나가야한다. 걸음마나 언어를 배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그것을 배워야 했는지도 생각지 못했던 행동들도 아기는 온 힘을 다해서 애쓰고 익힌다.
온 얼굴에 불타는 고구마처럼 빨갛게 힘을 주고 두 손과 온몸을 말아서 애를 쓰면서 방귀를 끼기 위해서 노력하는 신생아 용쓰기를 보고 있자면, '이게 이럴 일인가' 싶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아기는 정말이지 고통스럽게 연습하고 또 연습한다. 가끔 누가 꼬집어 뜯은 것처럼 갑작스럽게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오늘 밤은 참외만한 머리에 달린 고 콧구멍 두개에 콧물이 가득차서 킹킹하는 것을 애쓰고 있다. '흥!'하고 코를 푸는 것은 두 돌이 지나도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알고보면 꽤나 고급 기술이다.
아기 코끼리는 자신의 코를 사용할 줄 몰라서 물도 입으로 직접 마시고 코로 풍차 돌리기 같은 것을 한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아기는 손도 쓸 줄 몰라서 자기 얼굴을 때리고 울기도 하고, 배냇짓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얼굴표정은 마치 기능테스트하듯이 본인 감정이나 의사와 무관하게 여러가지 표정이 순식간에 보여준다. 활짝 웃었다가 우는 표정을 지었다가 한다.
어른이 된 우리는 자신의 못난 학습량과 노력의 부족함을 탓하지만, 사실 알고보면 기억을 못할 뿐, 어린 시절 이 몸뚱아리 하나를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 들여온 노력의 시간은 상당했을 것이다. 인간의 몸을 움직이는 뇌는 생성형 AI가 유행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미지의 세계가 넘쳐난다. 정말이지 꽤나 익히기 어려운 메카이자 시스템이 아닌가.
그러니까. 자부심을 가지자. 성인으로 자라난 우리 모두 충분한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다. 손가락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관심있는 것에 대해서 촛점을 맞추고 말을 하고 또 마음껏 배변시점도 컨트롤하여 늦출 수 있다. 아직 우리 아기는 진입하지도 못한 촛점맞추기나 말하기, 자유롭게 가래 뱉기도 가능하다. 그 연습과 학습은 하루이틀에 된 것이 아니라 엄청난 노력에 의해서 됐을 것이다.
우린 앞으로도 또 배워나가고 성장할 수 있다. 아이때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학습할 수 있다.
나 자신에게 이런 마음으로 또다시 응원을 보내본다.
아기때만큼만 하찮은 일도 열심히 해보자. 그럼 부모로서도 그리고 또 직업인으로서도 그리고 그냥 나로서도 계속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