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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냥 Jun 18. 2017

의미있는 휴식을 위해 난 무엇을 했나

휴식과 도피의 작은 차이


 한 대학생 친구가 물었다. 원래부터 학과가 맞지않았고 자신감과 자존감 모두 없어진 상태이며 이대로 취업해야하는 자신이 너무 불쌍하다고. 딱 1년만 쉬면서 다른 곳 아닌 '유럽'에 여행을 가면 세상이 다 바뀔 것 같다고. 그런데 친구들도 가족들도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하니 어떡하냐고 메일을 보냈다. 구구절절 문장마다 본인의 복잡한 심경만큼 고민과 휘몰아치는 감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난 답장을 썼다. 마침 답장을 쓰기 아주 적절한 시점이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휴학멘토입니다


유럽과 휴학. 그리고 취업. 정말 1도 관계없는 단어네요. 하지만 지금 친구분의 머리속에는 이 세가지만 빙빙 돌고 있겠네요.



저는 지금 스위스에 가기 위해 베이징 공항에서 환승을 기다리고 있어요.회사에는 근속 7년만에 받은 안식휴가로 2주의 휴가를 받았습니다.

저는 이 휴가를 즐기기위해 석달전에 비행기티켓부터 예매했고 회사에서 한달은 준비를 했어요.

제가 하던 업무를 누군가에게 인수인계하고 제가 없이도 일이 계속 굴러갈 수 있게 하려면 직접 내가 하는 것보다 더 힘든 법이죠.

게다가 저는 경험상 알고 있어요. 아마 돌아가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남이 해준것들에 만족할 수가 없을 거고 뒷수습을 하려면 더더욱 정신이 복잡하고 야근을 해야될 거에요.


친구분의 삶은 어떤가요?

휴학을 하든 여행을 가든 그게 유럽이 됐든 미국이 됐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선택이고 무엇을 해도 자신의 삶은 계속 진행되니까요.

그런데 그 쉼의 순간을 위해 무엇을 노력할 건가요?

그리고 돌아왔을 때에 대한 각오는 되어있는건가요?


휴식을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도피를 위해서는 도망만 치면 된다


휴식과 도피는 다릅니다.

적절한 휴식은 삶의 목표가 되기도 하고 사실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하는 잠깐의 커피한잔과 수다는 여유로움을 가져다주지만 공부가 하기 싫어서 일부러 찾아간 친구와의 커피숍은 마음에 부담을 한아름 안겨주는 법이거든요.



자존감과 자신감은 조건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된다


대학에 올 때부터 꿈이 확고하고 자기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그게 자존감과 자신감이 없어진 이유라면, 사실 꿈이 있었다고 해도 그 꿈을 이룰 수 없을 것 같다며 자존감과 자신감이 없다고 했을 거에요.

 몸과 마음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어요. 경험이 중요하다는 건 자소서가 아니라 자신에 대해 깨달을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한다는 의미인거죠. 특별한 경험이란게 따로 있는게 아니라 뭐가 됐든 의미를 찾는다면 그게 특별한 경험이 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유럽여행이 자존감과 자신감을 살려줄 특별한 계기라고 한다면 그것을 위해 어떤 빡센 준비를 할 건가요?


뻔한 알바같은 것을 하며 돈부터 모으겠다고 하면 알바하다가 지레 질립니다. 나랑 마음맞는 친구를 찾아서 같이 가겠다고 생각해서 친구들과 입씨름 하다가는 마땅히 여행친구가 없어 못떠날겁니다.


차라리 있는 돈 닥닥 긁어서 3번경유해서 겨우 도착하값싼 항공권을 구매해서 일단 유럽에 가세요. 유럽에서 하루밤에 20유로도 들지않은 유스호스텔의 도미토리에서 자보고 국제학생증을 만들어서 싸게 박물관에 가세요.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뭐냐면 쓸데없는 고민들을 하느라 여행도 준비하지 않고 있고 눈앞의 인생도 대충살고 있다는게 문제입니다. 그냥 하나를 정해요. 주변의 소리도 아니고 무언가가 싫어서 반대급부로도 아니고 그냥 하나 1년간 할 일을 자신의 마음만으로 정하세요.

그리고 정한 것을 지금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치열하게 준비하세요. 즐거운 일을 택한다고 해도 인생은 너무 재밌고 신나기만 하지 않아요. 무엇을 하든 의미가 있으려면 진지하고 자세하게 집중할 시간은 필요합니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은 자신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자신의 가능성이 100이라면 평소에 10밖에 안쓰니까 자신이 10 으로만 보여서 자신이 없는 거에요. 유럽에 가기위해 100 을 좀 다 써보세요.


더나은 휴식을 위해
무엇에 최선을 다할 것인가


그냥 떠난다고 달라지지 않아요. 가기 전에도 다녀온 뒤에도 계속 100을 쓸 수 있어야 휴식이 휴식다워질 수 있는 거에요.


정신 맑게 하고 할 일부터 정리하세요.


첨언. 대부분 취업준비가 힘든 이유는 그제야 첨으로 자신의 100을 다 써야하는 시기라 그렇습니다. 그것도 무려 몇번이나 떨어져가면서 자신의 최대치를 끌어내야하는거죠.

 그게 무서운 일은 아닙니다. 막상 취업하고 나면 네이버댓글처럼 헬조선에 사는 건 아니에요. 일이 힘들더라도 자기가 번 돈으로 맛있는거 사먹고 백화점 화장품을 쓰며 축의금 5만원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뿐이죠. 미래에 겁먹지 마세요. :)



 답변에도 말했듯이 나는 지금 베이징 공항의 리클라이너 의자에 누워 비행기가 오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곧 비행기를 타고 녹음이 번진 스위스에 갈 예정이다.

 

 지금껏 이 휴식을 위해 오랜 기간 노력했기에 내 휴식은 나에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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