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요물이 아닙니다
20년간, 그리고 지금도 장수하고 있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일요일 아침을 깨우는 명랑한 BGM. 'TV~ 동물농장!!'
반려동물부터, 동물원에 살고 있는 친구들, 그리고 구조당한 동물의 짠한 이야기부터, 야생동물까지. 등장하는 동물 종부터 등장 배경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어린 시절, 온 가족은 일요일이면 식탁이 아니라 굳이 거실 테이블에 아침 상을 차렸다. 그리고 테이블의 3면에 둘러앉아 넋을 놓고 동물농장 시청에 몰두했다.
우리의 젓가락질 속도는 강아지들이 나올 때 극도로 느려졌다. 지독히도 말을 듣지 않는 천덕꾸러기부터, 유기되어 보호소에 있는 녀석, 엄청나게 똑똑해서 눈이 휘둥그레 해지는 묘기를 부리는 강아지까지... 그들은 하나같이 깜찍하고 귀여웠다. 경상도 출신인 엄마는 그때마다 '강새이 귀여버가 죽겠다. 알고~ 귀여버라' 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양계장 집 딸이었던 엄마 주변엔 다양한 동물이 있었다. 닭은 물론이거니와 강아지, 바로 옆집엔 소와 돼지, 그리고 길고양이까지. 가끔씩 키우던 강아지가 새끼를 배기도 했다. 어미개는 아비 없이 새끼를 낳고 젖을 물렸다. 눈도 못 뜨고 어미품으로 달려드는 꼬물이들이 너무 사랑스러워 어렸던 우리 엄마는 그 모습을 한참이나 쳐다보곤 했단다. 그러다 가끔씩 학교 갔다 돌아오면 새끼 강아지들은 온데간데없고 어미가 낑낑거리며 홀로 남았기도 했다. 개장수에게 개를 파는 것이 결코 이상하지 않았던 1960년대의 일이다. 그렇게 강아지가 사라지면, 어렸던 엄마는 하루 종일 엉엉 울었다.
'엄마. 강아지가 그렇게 좋으면 한 마리 데려오지 그래?
아이고 말도 마라. 털이랑 산책이랑 그거 다 어찌 감당할끼고. 나중에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 가면 그때 생각해볼란다.
고양이는 어때? 혼자서도 잘 놀고, 그루밍도 잘하고 강아지처럼 산책 안 시켜줘도 되고, 대소변도 잘 가린다며?
고양이는 요물이다. 걔네는 절대 은혜 안 갚고 나중에 오히려 주인 해친다이..! (옆에서 아빠도 한몫 거드셨다)
문학소녀이자, 꽤 성실하게 공부했던 우리 엄마는 '고양이는 요물'이라는 프레임에 너무나 잘 길들여져 있었고, 이유 없이 '고양이'라는 존재를 싫어했다.
그래서이다. 2017년, 혼자 사는 자취방에 고양이를 데리고 왔을 때도 얼마 간은 가족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 '어떻게 책임지려고 하냐? 고양이 요물이다. 정신이 있냐 없냐' 같은 질타가 쏟아질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내가 택한 전략은 '정면돌파'였다. 그 해 9월 추석, 나는 이동장에 고양이를 데리고 택시에 몸을 실었다. 창 밖 풍경이 너무 신기하고 예뻐서 녀석은 야옹야옹 울었다. 친절한 기사 아저씨가 이동장에서 고양이를 꺼내어도 된다셨다. 그때 녀석은 태어난 지 3개월이 조금 넘은 장난꾸러기였다.
딩동. 엄마 나 왔어
왔나?
짜잔 고양이야!
(?................) 와, 진짜 귀여워!!!!!!!!
가족에게 안부 인사를 하기도 전, 새끼 고양이 로나를 가족에게 자랑스레 소개했다. 지금도 로나는 다비드상처럼 잘 생겼지만, 그 당시의 귀여움은 남극 빙하처럼 얼어붙어 있는 마음도 녹일 정도였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나의 전략은 '정면돌파'가 아니라 '묘(猫)면돌파'였다.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온 가족은 녀석을 따라 같이 바닥을 구르고 그 애의 환심을 사려고 갖은 행위를 불사했다. 로나가 다른 곳으로 점프할 때마다 카메라 셔터 네 개가 그를 따라다녔다. 경상도 출신의 아빠는 관심 없는 척하면서 한쪽 눈으로는 고양이를 좇고 있었다. 그날 온 가족은 고양이와 사랑에 빠졌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이런 걸까....?
그때부터 부모님과의 통화는 항상 고양이 안부로 시작되었다. 밥은 잘 먹는지, 요즘 사료와 모래는 어디 것을 쓰는지, 오줌량은 확인해보았는지 등... 엄마는 동네 도서관에서 고양이 관련 책을 네다섯 권씩 빌려다 읽으셨고, '너도 고양이 공부 좀 해라'라고 나를 질타하셨다. 그리고 네이버 카페에서 일본산 고양이 용품을 공구하여 로나에게 선물해주기도 했다. 엄마, 언제부터 공구 같은걸 할 수 있게 된 거야...
옛날에는 길냥이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었는데,
요샌 길 다니다 보면 고양이만 보여. 에고 딱해라
엄마는 여전히 강아지를 좋아한다. 하지만 고양이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되신 것 같다. TV 동물농장에서 고양이가 나오면 점점 젓가락질은 느려지고 눈은 화면에 고정된다. 자취를 시작하며, 온 가족이 동물 동장을 보는 일은 더 이상 없어졌다. 하지만 이번 주 일요일 아침도 엄마와 아빠는 나란히 앉아서 동물 농장을 보셨을 것이다.
인간 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나, 인간과 동물 그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는
<동물 전문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한다.
야생의 자연을 누비는, 혹은 우리 곁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수십만 종의 동물들!
인간과 밀접한 생활을 나누는 이들을 우리는 얼마나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와디즈 경영추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