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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Dec 05. 2020

와인으로 가산탕진한 탈덕이 오픈한 와인바

사장 인터뷰 vol.6_와인&고양이 덕후 '윤사장'

정말이야.
내 머릿속에 있는 모든 직업을 다 나열해도
지금 일보다 행복한 일은 없어.


매일매일 행복 지수를 갱신하고 있는 '일곱잔' 와인바의 윤사장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고양이랑 둘이 아옹다옹 살고 있어요. (동거남묘, 이름은 로나. 제 고양이라서가 아니라 진짜 귀여워요) 지금도 한창 글을 쓰고 있는데 화분을 깨뜨려서 치워주고 왔습니다. (로나시키....) 

남자는 머리빨, 고양이는 털빨

와인 덕후로 정말 별별 짓을 다 하다가 결국 와인바까지 열게 되었네요. 저도 창업은 처음이라.... ☆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 윤사장님의 본업은요?

석유화학회사에서 정책 쪽 대응하는 일을 하다가 스타트업에 정착했습니다. 판교로 출근하게 된지는 한 달이 조금 넘었네요. '경영추진팀'이라는 다소 거창한 이름의 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을 관두고는 와인으로 업을 삼아 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요. 역시 취미는 취미로 둘 때 아름답기도 하고, 월급 받는 삶의 행복을 놓치지 못해 계속 직장인으로 살고 있습니다.

 


- 와인 덕후라고 본인을 소개해주셨는데 조금 더 부연해주실 수 있나요?

제 브런치 글의 칠 할이 와인 관련 이야기인데요, 주변에 하도 와인 덕후라고 말하고 다녀서 머쓱할 정도입니다. 독일에서 잠시 일했던 23살부터 와인을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했어요. 

와인... 맛있고 재미쪙...!

그 이후 와인 좋아하는 지인들과 어울려 다니며 마시다 보니... 아니 정말 재밌는 거예요!! 몇 백 가지가 넘는 포도 품종, 다양한 생산 국가, 그 속의 도시와, 그 속의 포도밭, 그리고 그 속의 양조장과, 그 양조장 주인의 철학을 담은 양조 방법, 기후와 역사, 라벨 속에 숨겨진 의미들까지... 공부하면 할수록 재밌고 파도 파도 끝이 없습니다. 다섯 시간 동안 와인 마시면서 와인 이야기만 해도 시간이 금방 지나가곤 했어요. 첫 번째 회사 퇴사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고 돌아올 기약 없는 와이너리 투어를 몇 달간 다녀왔습니다. 

체코의 와인 페스티벌

틈틈이 와인 아티클을 번역하거나 직접 쓰고, 시음회 통역 알바를 하기도 했어요. 가끔 와인 강의를 하기도 하고요. 그러다 '일곱잔' 와인바를 오픈하게 되었으니... 진짜 덕질의 끝을 본 거죠. 최근엔 '와인으로 가산탕진한 탈덕의 와인 클래스'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의 (사실은 별거 없는) 와인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와인 클래스... 들으면 어디가서 아는 척 할 수 있습니다.

- 어떻게 와인바 창업에 합류하게 되었나요?

예전부터 하고 있던 Being&Doing이라는 목표 달성 모임에서 '십 분의 일'이라는 책을 읽고 무엇이든 같이 창업을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십 분의 일은 열 명의 사장이 월급의 1/10을 내면서 와인바를 운영한 에피소드를 담은 책입니다) 사실 처음부터 아이템이 '와인'은 아니었어요. 만화카페일 수도 있고, 혹은 패션몰일 수도 있었죠. 7명 사장의 공통점, 와인을 좋아한다는 것. 그래서 '와인바'를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와인바를 오픈한다'의 의미는 아니었어요. 

의욕이 앞서는 건... 좋쥬?
소자본으로 창업의 A부터 Z까지를 경험해보자!
결과가 폐업이더라도


법인을 설립하고, 늘 회계팀에 요청만 했던 세금계산서를 발행해보고, 정관을 만들고, 인테리어 업체를 찾고, 서빙하고 포스기를 만지고... (놀랍게도 7명 사장 중 알바를 제대로 해본 사람은 없었다) 그런 인생의 경험을 '구매'하는 관점이라면 명품백 두어 개 사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그 결정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 와인바를 기획/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오픈하자마자 코로나 2단계 잼. ㅎ 강제 9시 마감

확진자가 600명 넘은 날. 

 어제 처음으로 매출액이 0원이었습니다. 금요일이었는데도 말이죠. 코로나 확진자가 600명을 처음 넘은 날이었어요. 마음이 꽤 싱숭생숭했습니다. 다른 요식업계분들은 얼마나 힘들까... 다들 힘내세요. (또록)


- 와인바에서 해보고 싶은 이벤트가 있나요?

(망할 코로나가 종식되면) 내.친.소 파티를 꼭 해보고 싶어요. 사장이 일곱 명이니까 4명씩 친구를 데리고 오면 30명 남짓 되겠지요. 재밌는 아이스브레이킹 게임과 함께 서로서로 소개해주고 와인도 왕창 마시는 그런 자리를 언젠간 꼭 마련하렵니다. 함께 하실래요?

ㅎㅎㅎ 생각만 해도 신나...!


- 와인바가 어떻게 기억되었으면 하나요?

제가 손님으로 두 번 세 번 가고 싶은 장소요. 나 자신, 그리고 정말 친한 지인에게 자신 있게 추천해줄 수 없는 공간이라면 다른 사람한테도 오라고 못하죠. '오늘 어디 가지?' 이런 생각이 들거나, '괜찮은 곳 추천해줘'라는 질문을 받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었으면 해요.

얼마 전 지인 청첩장 모임에서 직접 요리를 해줬는데.. 이 또한 참 의미가 있더랍니다


 

-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일할 땐 빡세게 일하고, 놀 땐 확실히 놀기요. 사실 제가 좀 워커홀릭이라 집에만 있으면 좀이 쑤시는 타입입니다. 복권 200억 원 당첨돼도 똑같이 출근할 것 같아요. (물론 마인드는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욕심을 좀 내자면... '일곱잔' 와인바 50호점까지 내보고 싶네요. (웃음, 넝담 ( ͡° ͜ʖ ͡°) ㅋㅋㅋㅋㅋㅋㅋ)


- 마지막으로 와인바를 방문하실 고갱님(♡)께 한 말씀하신다면?

저희 '와인바'는 말랑말랑하기 그지없는 곳입니다. 퇴근하다가 뭔가 아쉬울 때, 개꿀잼 사장과 수다 떨고 싶을 때, 어머니가 해주는 요리를 먹고 싶을 때 (서리태콩 삶아놨다 아들~), 월급 들어온 날에, 통장이 텅장된 날에도 언제든 편히 들려주세요.

(덧) 예약 때 얘기해주시면 타로점을 봐드립니다... (데헷... ☆)


▶ 와인바로 놀러 오세요! (윤사장 얘기하면 안주 서비스 ㅎ)



일곱잔 와인바 사장님들은?



와인바 창업기 이전 회차



와인 여행기가 궁금하다면?

운전도 못 하는 바보가 퇴직금을 밑천 삼아 떠난 ‘뚜벅뚜벅 와인 여행’. 60일간 10개국에서 마신 211종의 와인 여행 이야기. 포도밭에서 해본 인생 최초이자 최고의 도둑질과 독일 와인 포차, 이탈리아 광장에서의 노상 음주, 그리고 프랑스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받은 프로포즈까지 결코 잊을 수 없는 수많은 에피소드는 여기서▼



윤누리

운동과 술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 석유화학회사를 때려치우고 와인 공부하다 스타트업에 정착했다. 2019년 한 해동안 1,200개 가 넘는 커뮤니티 이벤트를 개최했다. (자칭 이벤트 전문가) 창의성과 영감이 샘솟는 삶을 위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과 문장들을 수집 중이다.


(현) '일곱잔' 와인바 사장 @신사

        와디즈 경영추진팀 

(전) 패스트파이브 커뮤니티 크리에이터팀

독일 UNCCD(유엔사막화 방지기구) FCMI 팀

석유화학회사 환경안전경영팀

서울대학교 과학교육, 글로벌환경경영 전공

산림청 주관, 유네스코 - DMZ 지역 산림 생태 연구 인턴

한국장학재단 홍보 대사

4-H 동시통역사, 캐나다 파견 대표

서울대학교 아시아 연구소 1기 인턴 팀장

서울대학교 국제 협력본부 학생대사 이벤트 팀장

와인 21 객원 기자, 레뱅드매일, 파이니스트 와인 수입사 홍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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