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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 Dec 02. 2018

소고기와 레드와인이 찰떡 궁합인 이유

와인의 탄닌(Tannin)

많은 사람들이 와인과 음식 페어링의 대표 공식을 알고 있다.

음식의 색과 와인 색을 맞추면 완벽한 페어링!


그래서 붉은 고기에는 레드와인을, 흰살 생선에는 화이트와인을 곁들이라고들 한다. 근데 이게 왜 훌륭한 조합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로 와인에 포함된 탄닌! 이라는 성분 때문.


레드와인을 마시고 입 안을 혀로 훑어본 적이 있을까? 까칠까칠하게 막이 한 겹 생긴듯한 느낌을 받는다. 쉽게 말해 탄닌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오래 우려낸 쓴 홍차를 마시거나 덜 익은 감을 먹을때의 떫은 맛. 이때 우리는 탄닌을 느낄 수 있다. 와인에는 수백 종류의 페놀성 화학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와인의 맛, 향 그리고 바디감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탄닌이다.

레드와인 떫은 맛의 주범, 탄닌!

 

탄닌은 와인의 색과 숙성도, 그리고 조직을 구성하는 다양한 화학물질 덩어리이다. 탄닌은 실제로는 무취이며 무미하지만 와인을 마실 때 우리는 탄닌 때문에 드라이함과 쓴맛을 느낀다.

 

이는 탄닌이 침 속에 포함된 단백질과 반응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
탄닌은 고기의 단백질과 결합해서 느끼한 맛을 잡아둔다구.

소고기와 같은 붉은 육질의 고단백질의 음식과 와인을 함께 섭취할 때 탄닌의 떫은 맛이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입속에 남아있는 고기의 단백질을 이 탄닌 성분이 잡아주는 역할을 하니 둘은 찰떡 궁합일 수 밖에. 그래서일까, 많은 와인 애호가들은 탄닌의 떫은 느낌을 좋아한다.


보통 화이트와인은 '탄닌'이 없다고 표현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현)

 



탄닌의 함량이 결정되는 요인들


1) 포도의 숙성도 (얼마나 익었나?)

잘 익은 부르고뉴의 포도

포도가 익고, 덜 익음에 따라 탄닌 함량은 달라진다. 이러한 “숙성도”는 포도의 당도와 맛을 결정하며, 이에 따라 양조자들은 수확시기를 결정한다. 포도가 더 많이 익을수록 부드러운 탄닌감이 발현된다. 바꿔 말해, 덜 익은 포도로 양조를 하면 더 거칠거칠한 느낌의 와인이 되는데, 이는 덜 익은 감이 더 떫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2) 양조할 때 포도껍질, 줄기, 씨를 함께!

갓 수확된 포도들. 줄기, 잎 등을 얼마나 넣고 양조하느냐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진다

위와 같이 줄기나, 씨처럼 포도 외의 것들을 함께 양조하면 탄닌 함량이 높아지게 되고, 제거를 늦게 할수록 탄닌량이 높아진다. 수확 후 줄기는 대부분 발효 이전에 제거가 되지만, 탄닌 함량이 낮은 포도로(피노 누아 등) 와인을 만드는 양조자의 경우 의도적으로 줄기 일부를 남겨두기도 한다.


3) 와인의 숙성기간이 길어지면 부드러워지는 이유

와인이 숙성됨에 따라 탄닌은 더 긴 단량체 고리를 형성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탄닌함량이 줄어들면서 와인의 맛이 부드러워지게 된다. 이는 와인을 산화시키면 더 가속화되는데, 중합되기 쉬운 퀴논 같은 화합물로 변화되는 것이다.

와인을 오픈해두고 시간이 지나면 (브리딩) 더 열리고 부드러워 진다고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이런 산화 과정 때문.


4) 오크 숙성과정에서 추출되는 탄닌
탄닌과 같은 페놀 화합물들, 그리고 바닐린은 오크 숙성 과정에서도 생성된다. 오크 배럴은 바닐린과 가수분해 가능한 탄닌을 와인에 첨가하며, 이는 나무 조직의 리그닌에서 추출되는 것이다. 이는 와인이 산화되는 것을 방지해준다. 새로운 오크통은 사용된 오크통에 비해 더 많은 탄닌을 만들어낸다.

오크통에 오래 숙성될수록 탄닌 함량이 높아진다


5) 임의로 탄닌을 제거할수도

와인에 탄닌 함량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양조자들은 알부민, 카세인, 젤라틴 등을 첨가하여 이를 침전물 형태로 제거한다.


6) 임의로 첨가되는 탄닌

탄닌 파우더

‘양조 탄닌’ 이라고 알려진 판매용 탄닌도 있는데 이는 오크나무, 포도씨와 껍질, 케슈넛, 케브라초, 과일 등에서 추출되어, 와인 양조 과정에 첨가된다. (전통적인 와인 메이커들은 잘 쓰지 않는 방식)

이 첨가된 탄닌들은 와인의 색을 개선하고 보관성을 높이는 효과를 준다. 오크에서 추출된 탄닌은 ‘가수분해성 탄닌’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나무의 갈산 성분으로부터 생성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와인을 양조하는 와이너리의 경우 탄닌 파우더를 뿌리거나 오크칩을 임의로 양조할 때 넣기도 한다는 사실.




탄닌이 와인에 미치는 영향


1) 방부제 역할

탄닌은 와인의 천연 방부제이다. 숙성되지 않은 와인의 경우 탄닌 함량이 높으며 탄닌 함량이 낮은 와인에 비해 맛이 좋지 않을 수 있다. 어린 와인일수록 탄닌의 떫은 맛이 입에 남게 되지만 병입 후 숙성되는 과정에서 (단량체가 다량체로 결합) 독특한 향 “부케”를 가지게 된다. 좋은 부케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와인이 적절한 온도에서 안정적으로 보관되어야 하며 좋은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의 경우 최대 40년까지 보관 가능하다.


2) 와인 맛에 미치는 영향


음식 종류 별로 와인 페어링은 달라질 수 있음
굴과 잘 어울리는 화이트와인

탄닌은 입에 남는 드라이하고 거칠한 느낌으로 묘사될 수 있으며, 이는 아주 진한 홍차에서 느껴지는 톡 쏘는 듯한 떫은 맛을 주는 중요한 성분이다. 와인에서 탄닌을 잘 느끼기 위해서는 혀의 질감에 집중해야 한다. 높은 탄닌의 와인은 입안이 마르고 오그라드는 감각을 느끼게 하며, 입 속 단백질을 제거해준다. 때문에 단백질 함량이 높은 고기, 치즈, 파스타와 같은 음식과 함께 할 때 입안의 미각을 정돈해주는 역할을 한다.


3) 포도 품종에 따른 탄닌 특성

포도 품종에 따라 탄닌 함량은 천차만별

포도에 포함되어 있는 탄닌 양은 포도 품종에 따라서 다르지만 특히 까베르네 쇼비뇽, 네비올로, 쉬라, 그리고 따나(Tannat)는 가장 탄닌 함량이 높은 대표적인 4개 품종이다. 보르도 같은 많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까베르네 쇼비뇽과 같은 품종은 탄닌 함량이 낮은 메를로나 까베르네프랑 등과 블렌딩되기도 한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탄닌 함량이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보관 기간이 짧아 빨리 마셔야 한다.

[표] 탄닌 함량에 따른 포도 품종


탄닌과 건강

와인 관련 연구에 따르면 프로안토시아디닌은 심장혈관 질환의 발병률을 낮추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역시 과음은 금물) 이 연구 결과에 의하면 탄닌은 동맥경화에 영향을 미치는 펩타이드의 생산을 낮추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특히 프랑스 남서부의 지역과 사르디니아(이탈리아 서쪽 섬)의 와인에 프로안토시아니딘의 함량이 높게 나타났으며, 해당 지역의 거주자들이 상대적으로 수명이 긴 것을 발견했다.

바로, 프렌치 패러독스 (French Paradox)

많은 와인 애호가들은 까베르네 쇼비뇽 같은 포도품종이나 거친 오크 숙성과정에서 나오는 천연의 탄닌을 좋아하고, 이것이 장수의 비결이자 노화방지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노잼인 전문적 이야기

포도에 있는 천연 탄닌은 안토시아니딘의 한 종류인 프로안토시아니딘(proanthocyanidin)으로 명명되는데, 이는 열을 받을 경우 붉은 안토시아닌 색소를 더 발현시키기 때문이다. 포도 추출물에는 주로 단량체와 저중합체가 많다. 포도의 씨는 세 종류의 단량체(catechin, epicatechin, epicatechin gallate)와 저중합체(procyanidin)를 포함하고 있다. 포도 껍질에는 4종류의 단량체(catechin, epicatechin, gallocatechin, epigallocatechin)와 2종류의 저중합체(procyanidins, prodelphinidins)가 포함되어 있다. 탄닌은 안토시아닌과 반응하여 ‘Pigmented 탄닌’이라는 새로운 종류의 탄닌이 되고, 이것이 레드와인의 색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공식적으로 화이트와인에는 탄닌이 없다.

탄닌산의 화학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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