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아아라 부르듯 나는 뜨거운 믹스 커피를 '뜨믹이' 라고 부른다.
"하루 한잔 정도는 괜찮잖아."
그 달콤함은 심신의 피로를 녹여주는 특별한 묘약의 성분이 들어 있는 게 틀림없다.
아무리 맛있는 커피도 노란색 믹스커피를 이길 수는 없다.
선호하는 취향과 기호는 엄연히 다른 부분이다.
종이컵이 필요하다.
노란색 믹스 봉지를 두 번 접어 딱딱하게 만든 후 '휘휘'젓는다.
건강을 생각해서 하루에 두 잔은 지양하는 편이다.
원두커피가 보편적이지 않을 때는 어느 사무실을 가든 항상 믹스커피를 대접받고는 했다.
미팅이 많을 때는 하루에 5잔이고 6잔이고 마시고 돌아다녔다.
이제는 하루에 한잔 이상을 마시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입이 심심하면 한 번씩 생각난다.
샷을 추가한 아메리카노가 무색하다.
홍차도 무안해졌다.
뜨거운 믹스를 한잔 타내었다.
아픈 손목을 부여잡고 열심히 타자를 또각 거린다.
제주도가 가고 싶어 졌다.
4월의 어느 날이고 훌쩍 떠나고 싶다.
반짝이는 풍광 속에 뜨거운 커피 한잔 하며 바다를 보고 싶다.
나는 바다가 참 좋다.
여행을 가고 싶지만 참아야 할 것도 같다.
내 마음이지만 나도 나를 참 모르겠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마음을 어느 정도 누그려 뜨리는데 믹스커피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오늘의 행복을 미루지 말자면서 자꾸만 미룬다.
믹스 커피는 카페인과 아메리카노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합의점이다.
마음속에 합의가 필요한 타당한 시점이 오면 '뜨믹이'가 중재를 해줄지도 모른다.
언젠가의 과거 수많은 상담과 미팅에서 그러했듯
마음을 녹이고 너그러이 물러나게 하여 합의점의 도출을 도와줄지 모른다.
뜨믹이처럼 달큰하고 나른한 오후가 이어진다.
행복들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