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커피를 끊을 줄이야.

by WineofMuse

쓰디쓴 검은물.


어릴 때의 커피란 어른들이 마시는 이상하고 검은 물이었다.


안성기 아저씨가 맥심 커피를 선전할 때면 저걸 왜 마시는지 관심조차 가지 않았던 커피.


스무 살이 되어 카페에 몇 번 드나들기도 하고 베니건스나 결혼식 뷔페에 가서나 몇 번 마셔본 기억이 난다.


어느새 어른이 되고 나는 커피 예찬론자이자 신봉자로 변해있었다.


매일 아침을 깨우는 커피 한잔의 여유.


어느 광고의 누군가가 선동한 건지 세뇌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침과 업무의 시작은 뜨겁거나 차가운 커피로 시작한다는 '국룰'이 생겨났다.


아침에 한잔.


점심 먹고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한잔.


오후에 회의할 때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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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미팅 나가면 차 안에서 한잔.


거래처에 들르면 또 한잔.


참 많이도 마신 것 같다.


주말에도 쉬지 않았다.


어디를 가든 식사를 하고 꼭 들르는 카페에서 또 한잔.


이렇게 커피에 미친 사람처럼 마시고 다니다 보니 어느새 샷추가가 자연스러워졌다.


샷추가 까지는 오버였나 싶은 순간이 몇 차례 왔지만 나의 중독 수준은 이미 한계치를 넘었다.


신장에 무리가 오고 이뇨에 좋지 않은 커피는 나의 건강을 해치기 시작했다.


체질 개선을 위해 병원을 다니고 요양을 하는 와중에 커피는 좋지 않은 역할을 했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 허무하게 커피를 보내버릴 줄은 몰랐다.


커피 입장에서도 얼마나 황당했을까.


하루아침에 커피를 찾지 않았고 커피집의 쿠폰을 찍는 명함도 이제는 아마 버려질 터이다.


커피에 대한 열망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중독에 대한 부작용이 있었다 해도 몸이 하도 안 좋은 때라 묻힌듯하다.


아무튼 별 탈 없이 부작용이나 금단증상? 없이 커피는 나에게서 멀어져 갔다.


단지 허전할 뿐이다.


시원한 아메리카노의 계절이 오면 어쩌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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