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명

인스타 감성은 중요하니까

by WineofMuse

어느 매장이나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상호

즉 간판이다.

나의 독단적인 감성이었다.

그게 혹여 낡았다 해도

19년 차 마케터의 내공이 무엇인지 만천하에 보여주고 싶었을 터이다.


한 번에 눈에 확 띄고 특색 있고 멋진 상호여야 했다.

지나가며 여긴 뭐 하는 곳이지?

하는 궁금증을 가지길 노렸다.

야심 차게 네이밍을 하며 다각도로 심도 있는 고민을 거쳤다.


몇 개의 후보군을 물리치고

최종 선정된 상호


서정적이고 현실감이 없는 상호는

장래 인스타 맛집 예약을 위해선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국숫집이라고?

전혀 국숫집 상호 같지 않은데?

구청에 가서 사업자 등록을 하는데 담당 공무원이 풋 웃었다.

재미있는 상호라 생각하는 모양새였다.

한번 들으면 쉽게 잊지는 않겠구나 싶었다.


이쯤 이었다.

우리가 계약한 매장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곳이었지만

인근에 아주 가격이 저렴한 가격의 쌀국숫집이 이전해 오픈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떳떳하지 못할 건 없었지만 역시나 남몰래 가서 시식을 해보았다.

고기는 많았지만 공장에서 조리되어 나오는 슬라이스 우육이라 판단되었고

육수는 맹맹하니 기성품이었고 그마저도 간이 맞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가장 충격적인 건 가격이었다.

소고기 쌀국수 한 그릇에 5,000원이었다.

이미 우리는 7,500원으로 가격을 내정해 두었지만

갑자기 자신이 없어지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격을 내려야 하나?


동네 학부모들에게서 여러 통의 전화가 왔다.


"국숫집 오픈했던데 알아?"


우리는 공사가 한 달이나 남은 시점에 빠르게 오픈한 그 가게의 속사정이 궁금했다.

마치 서로 약속 치는 않았지만

동네 상권의 시장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를 하는 것 같은 망상이 들기까지 했다.

왜 이렇게 싸게 파는 걸까?

마치 미래의 우리 이익을 그 가게가 미리 가져갈 것 같은 옹졸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래 해보자!

강한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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