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했던 결혼식의 기억

by WineofMuse

나의 친어머니는 내가 3살 때 이혼 후 떠나셨어. 그 후 우여곡절 끝에 고아원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찌어찌 만나게 되었지. 내 기억으로는 같이 산 날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야. 기껏해야 10여 일 남짓이랄까? 서른 즈음 결혼하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없던 권리가 생긴 건지 대뜸 결혼을 반대하시더라? 그래도 하나뿐인 친어머니이니 4년을 설득하고 기다려서 결혼날짜와 식장을 잡았어. 인천으로 식장을 잡았는데 대뜸 대구에서 그것도 향교를 빌려서 결혼식을 하자네? 지원해 줄 돈이 없다는 구실인데... 사정을 뻔히 아는 터라 지원을 받을 생각도 없었고 기대도 안 했었어. 사실 키우지도 않았는데 뭔가를 서로 주고받는 상황이 이상하기도 했지. 그런 경우가 어딨냐고 대들었더니 빗자루를 들고 사정없이 후드려 패는 거야. 돈 같은 거 필요 없고 올라오셔서 자리에 앉아만 계셔주시길 원했는데 그마저도 싫으신 거였어. 돈 때문에 아들 결혼식 참석하기 싫은 친어머니가 있더라.

결혼식 당일 대구에서 올라오던 버스가 눈길에 경미한 교통사고가 났다는 거짓말을 하고 내쪽 의자를 몽땅 비워둔 채로 결혼식을 올렸어. 지독하게 서글픈 마음에 누구보다 행복하게 즐겁고 씩씩하게 결혼식을 치르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손님들을 맞이했었던 기억이 나. 난 아직도 결혼 앨범을 들춰볼 생각을 못해. 당시의 내 표정이 얼마나 기괴할지 나는 알아볼 것만 같아서. 그 후로 친어머니와는 절연했어. 장례식도 가지 않겠다 맹세했고 그 마음은 12년이 흘러도 변함이 없네. 손주가 둘이나 나와도 전화 한 통 없는 참혹한 마음을 지닌 그분께 엄마라 불렀던 모든 순간이 사라졌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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