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어린 시절, 운동장의 흙먼지를 품에 안아본 기억이 있다.
먼지 자욱한 하늘 아래, 까진 팔꿈치와 무릎이 그려낸 아픔의 풍경.
유난히 명도가 낮아 보이는 선명하고도
새빨간 피방울이 맺히던 순간
뜀박질하던 친구들이 나비 떼처럼 사뿐히 몰려와
올망졸망 둘러싸 위로를 건네던 온기를
지금은 왜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그 따스함은
집으로 돌아갈 용기가 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어주었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지금
차가운 길바닥에 쓰러지면 뼈가 으스러지고
상처는 쉽사리 아물지 않지만
그때처럼 나를 둘러싼 따뜻한 나비 같은
친구들이 한 무리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의 상처들은
봄날 눈 녹듯 스러지고
따스한 기억으로만 남았구나.
흙먼지가 없는 도시라는 운동장은
어른에게 가혹하리만큼 유난히 춥기만 하다.
아이로부터 어른이 된 우리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