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오랜 친구들과의 연락을 끊었다.
매 분기 반기마다 한 번씩은
꼭 내가 먼저 전화를 했었다.
항상 전화를 하는 쪽은 나였고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대답은 한결같았다.
잘 지내니.
건강하니.
애들은 잘 크고?
하는 일은 괜찮고?
다음에 꼭 보자.
아무도 상처 주지 않았다.
다만 나만 먼저 전화를 한다는 사실에
지쳐버리고 말았다.
각자의 가정에 충실하느라
바빠서 그렇게 멀어지고 소원해지는 관계 속에
나만 열심히 너희를 찾는다는 건
결국 나만 나의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말과 같다는 생각에 이른 것이다.
결국은 다 나의 문제이다.
그해 나는 대차게 삐졌고
이미 떠난 그들과의 자리에서
나의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나의 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