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 시장이 가까운 아파트였고 그 앞 상권에 가게를 차렸었다.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손수 장을 보러 다녔다.
시장의 메인 통로에 위치한 소매시장은 새벽이 가장 분주하다.
자영업자 사장님들이 장을 보러 우르르 몰려나오기 때문이다. 그 틈에 끼어 이리저리 휩쓸리며 좋은 것을 고르려 애썼다.
야채의 상태는 상대적이다. 단지 크고 싱싱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계절에 따라 어느철은 뻣뻣하고 싱겁다. 제철에는 작아도 단단하고 맛이 좋다.
야채에 문외한도 1년 넘게 아침마다 30분가량 둘러봐도 좋고 나쁨을 구분한다.
대파, 양파, 고수 등의 푸성귀들을 고르고 차에 실어 온다.
1년 넘게 장을 봤더니 야채 보는 눈이 생겼다.
소위 안목이 생긴 것이다.
한 대상을 자주 오래 보는 것에는 분명한 감이 뒤따른다.
야채처럼 나에겐 인간도 그러하다.
200명의 친구들과 용광로 같은 공간에서 10년을 보냈다.
나는 다면체들과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