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잿빛 하늘 구정물색깔의 일렁이는 하늘이 금방이라도 비바람을 쏟아낼 듯 일렁인다.
작은 배 한가득 채우고도 욕심이 그득한 선장은 그물을 반쯤 걸친 채 기어이 선창장에 배를 밀어 넣는다.
노란 상자들이 우르르 쏟아지고 그물 속 생선들도 마구잡이고 퍼다 담아낸다.
던지듯 날린 노란 상자에서 손바닥 만한 개복치 한 마리가 퍼드득 바닥에 내려 꽂힌다.
에그 흉측해라.
사람들이 안 씨 아줌마의 외마디 비명에 무슨 일인지 슬그머니 모여들었다.
새끼 개복치구먼.
아이.
근데 저 뭐시냐 저건 왜 한쪽 지느러미 대신 발이 달렸어?
어물전에 팔려갈 뻔한 개복치는 상인들의 관심 속에 사람으로 살게 될 기회를 얻었어.
안 씨 아줌마는 성정이 모질진 못했어도 자신이 발견한 개복치를 주워다 키우고 먹이는 것을 마다하진 않았던 것 같아. 물론 개복치가 3살이 되던 해에 떠나고 말았지만 말이야.
눈떠보니 고아원이었어. 개복치는 수많은 아이들 틈에 뒤섞여 용광로 같은 유년시절을 보냈어.
그 안에는 마치 뜨거운 해물탕 같은 곳이었어. 온갖 해산물들이 다 뒤섞여 있었고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부모가 외면한 해산물들이라는 것 밖에는 없었어.
시간이 흘러 개복치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졌어.
그럴듯한 직장도 다녀봤고 오래되었지만 작은 아파트도 가졌어.
그러곤 마흔 중반을 넘기게 되었지.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나는 왜 지느러미 대신 다리가 달려있는 거지?
예민하게 살아온 수많은 날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어.
나는 왜 바다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당연하게 달려있는 다리 두 짝은 어쩌면 개복치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선물이었어.
세상을 살아가게 해 주었지만 정작 살아가야 할 세상은 육지가 아니라 바다였지.
개복치는 생각했어.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하면 의문을 늦게 가지게 되고 결국은 떠밀려서 살게 되는구나.
내 자식만큼은 그렇게 살면 안 되겠군.
개복치는 펜을 들고 자리에 앉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