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은 장소가 아니라 상황이라는 말을 크리스마스이브처럼
절절하게 표현한 어구가 있을까.
보통의 일상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망령 같은 사유가 넘실대는 곳에서
외로움에 떠밀려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우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비관적이고 날카로운 자조들은 스스로를 깊게 찌르고 타인의 행복만큼 비례하여
본인의 불행은 깊어졌으리라.
골뱅이 무침을 하자는 아내의 의견을 거절했어야 했다.
준비한 와인은 꺼내어 보지 못했고 맵고 자극적인 골뱅이무침에 헛배만 부르고 말았다.
맥주 한잔에 손사래를 치고 이내 피곤해졌고 파티는커녕 보통의 저녁보다 못한 이브가 되고 말았다.
혼자 스레드나 보려고 들어왔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이브에 인터넷에서 노는 사람들의 심성이 고울 리 만무했다.
분쟁과 시기, 질투와 곤조 폭발한 열등감의 잔해가 바다 위를 떠다녔다.
바다가 우울하니 바다 주민은 더더욱 우울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개복치는 서서히 우울의 바다로 잠겨버렸다.
5년 정도를 돌이켜 보건대 나의 행동이나 결정이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진 않았는가에 하는 반성이 많이 드는 계절이다. 관절은 점점 성치 않아 지고 피부는 바싹 말라간다. 젊음에서 서서히 미끄러져 내려온다는 느낌은 온데간데 없고 미끄럼틀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듯하다.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와의 와인 한잔이 절실하다.
이브에는 와인을 마셨어야 하나보다. 울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