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디지털 자산의 한 형태를 넘어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곡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시티은행이 최근 보고서에서 언급했듯,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금융 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AI 혁명이 정보와 산업 구조를 뒤흔든 것만큼 근본적일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2020년대 중반 이후 금융시장은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함께 자금 흐름, 결제 구조, 중앙은행 정책 운용 방식 전반에서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이를 이해하려면, 스테이블코인이 갖는 세 가지 핵심 속성과 글로벌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름 그대로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디지털 자산이다. 전통적인 암호화폐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결제 수단이나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한계를 가진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단기국채, 금 등 안전자산에 연동되어 1:1 페깅을 유지한다. 이는 금융시장에 새로운 신뢰 기준을 제시한다.
대표 사례가 일본이다. 2023년 6월 자금결제법 시행 이후, 일본은 스테이블코인을 법적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하고 100% 준비금 보유, 은행·신탁 중심 발행, 투자자 보호 장치를 의무화했다. 결과적으로 일본 내 스테이블코인은 대규모 외국 거래에도 신뢰받는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일본을 결제 허브로 활용하면서,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안정성을 강화하는 도구로 기능함을 입증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OCC(통화감독청)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참여하는 GENIUS Act 기반 규제안은 발행자 자격, 상환 계획, 준비금 공개 등을 의무화하며 시스템적 리스크 최소화를 목표로 한다. 이는 단순한 결제 수단을 넘어 금융시장 구조 전반에 신뢰 기반을 새롭게 구축하는 변곡점이 된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와 송금 분야에서 AI처럼 금융 구조를 재편한다. 기존 은행 중심 결제 시스템은 국제 송금 시 2~5일의 지연과 수수료 부담이 있었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블록체인 기반 결제는 실시간 정산과 낮은 비용을 제공한다.
2024년, 싱가포르와 한국의 핀테크 기업들은 원화·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제 B2B 결제 파일럿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기업 간 대규모 결제를 실시간으로 처리했으며, 외환 변동 위험을 최소화했다. 시티은행은 이를 두고 “스테이블코인은 AI가 정보 처리 속도와 효율성을 혁신한 것처럼, 금융 거래 속도와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JP모건과 테더(USDT)의 협업 사례는 이러한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JP모건의 디지털 자산 플랫폼인 Onyx는 USDT 기반 결제를 통해 단일 통화로 글로벌 기업 간 송금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며, 기존 SWIFT 시스템보다 효율성을 높였다. 금융시장 관점에서 이는 거래 비용과 시간의 구조적 혁신을 의미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 정책 운용에도 큰 변화를 불러온다. EU는 MiCA 규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 승인권과 상한 설정권을 확보하며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성에 직접적 영향을 행사한다. 이는 중앙은행이 통화 공급과 유통 속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한국의 디지털자산기본법 역시 비슷한 구조를 취한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협력 하에 통화정책, 금융시장 안정, 리스크 모니터링을 받도록 설계됐다. 만약 대규모 코인런이나 외환시장 충격이 발생하면 발행자의 상환 계획, 준비금 구조, 거래소 상장 상태 등이 감독 기관에 의해 실시간 점검된다. 이는 금융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자산이 아니라 정책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는 글로벌 금융시장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일본, 미국, EU, 한국 등 주요국이 각각 규제를 설계하면서, 국제 거래 신뢰도와 시장 진입 기준이 새롭게 형성된다. 예를 들어, 외국계 스테이블코인이 일본이나 한국 시장에 진입하려면 현지 준비금 기준, 상환 계획, 투자자 보호 규정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이는 글로벌 결제·송금 경쟁에서 국가별 규제 준수 능력이 경쟁력이 되는 구조를 만들고, 동시에 통화 주권과 금융 안정성을 보호한다. 시티은행 보고서는 이러한 흐름을 “스테이블코인은 AI 혁명이 정보 산업을 바꾼 것처럼, 금융시장의 규칙과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핵심 변수”라고 표현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 결제 효율, 정책 운용, 글로벌 신뢰 기준, 금융시장 안정성 등 금융시장의 여러 축을 동시에 변화시키고 있다. 이는 마치 ChatGPT가 지식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며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과 유사하다.
금융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신뢰, 속도, 안정성, 정책 도구를 결합한 혁신적 구조체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단순 기술 혁신을 넘어 금융 패러다임 자체를 뒤흔드는 구조적 변곡점으로 평가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결제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의 ChatGPT로 이해하고 전략적 대응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