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메인넷을 가로막는 한국의 후진적 제도와 다가올 금융 패권의 위험
메인넷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경제적 인센티브를 기반으로 한 자율 생태계다. 노드는 컴퓨터 서버이며, 연산력 제공 대가로 코인을 보상받는다. 이 보상이 없다면 충분한 탈중앙화를 유지할 참여자를 확보하기 어렵다. 비트코인은 2만 개 이상의 노드가, 이더리움은 1만 개 이상의 노드가 코인 보상을 통해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코인 없는 메인넷을 시도한 사례는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한국의 현행 규제 아래에서 메인넷을 구축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 정부는 2017년 긴급대책으로 ICO를 전면 금지하고, 2018년 “블록체인은 육성하되 코인은 금지”라는 기조를 천명했다.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이 자체 블록체인을 개발했지만 고유 토큰이 없는 ‘반쪽짜리 메인넷’으로 끝났다. 시간이 흐르며 대부분 사장됐고, 국내 디앱(dApp) 생태계도 함께 성장하지 못했다. 해외에서는 이더리움과 솔라나가 폭발적으로 성장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탈중앙 앱을 키웠지만, 한국은 제자리걸음만 반복했다.
최근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활발해지자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한정하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추세와 정반대다. 미국, 유럽, 일본은 민간 발행 모델을 제도화하며 기술 기업과 금융기관의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싱가포르, 홍콩,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실생활 결제·송금·투자에 적용하며 탈중앙 생태계를 제도권으로 끌어안고 있다. 한국이 은행 중심 모델만 고집한다면, 혁신은 은행 로비에 갇힌 채 글로벌 경쟁에서 수년 뒤처질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 USDC·XSGD를 중심으로 쇼핑·관광·기업결제까지 완전 통합.
필리핀: GCash·GrabPay가 USDC를 지갑에 직접 연결, 해외 송금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춤.
베트남: USDT가 현금 대체 수단으로 자리 잡아 개인 송금·자산 보존에 필수.
태국: 호텔·고급 상점이 USDT·USDC를 직접 결제 수단으로 채택.
동남아 각국은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일상 금융 인프라로 수용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법제화 논쟁만 반복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한국의 현 상황은 조선 말기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개방을 늦춘 대가가 일본 식민지화로 이어졌듯, 지금의 금융 규제 지체는 한국이 디지털 화폐 패권 경쟁에서 주변부로 밀려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이 이미 제도화를 서두르고, 가까운 동남아까지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한국이 지금처럼 머뭇거리면 ‘K-메인넷’은커녕 원화 스테이블코인조차 실질적 주도권을 잃을 것이다.
ICO 합리적 허용을 통한 메인넷 기반 마련,
민간·은행 협력 모델을 통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글로벌 규제 흐름과 호환 가능한 투명한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
지금 한국은 “블록체인은 육성하지만, 코인은 금지한다”는 모순적 정책으로 인해 미래 금융의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 전 세계가 스테이블코인을 축으로 ‘가치의 인터넷’을 구축해가는 이 시점에서 한국이 과거처럼 문을 걸어 잠근다면, 다음 세대의 금융 주도권은 싱가포르와 홍콩, 그리고 미국의 손에 완전히 넘어갈 것이다.
지금 당장 개방과 혁신으로 방향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또다시 역사적 후회를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