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가 스테이블코인을 투자 수단을 넘어 실제 사용 가치로서 주목
스테이블코인이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암호화폐라 하면 투자 혹은 투기 수단으로만 인식되던 흐름이, 이제는 실사용과 결제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최근 신한카드가 발표한 보고서는 국내 소비자 인식의 변화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히 코인에 투자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카페 한 잔 아메리카노를 사는 데에도 스테이블코인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즉 현금화 과정 없이 앱이나 카드에 암호화폐를 충전해 그대로 결제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스테이블코인 관련 SNS 언급량은 359% 증가, 포털 검색량은 403% 늘어났다. 이는 단순한 투자 관심사가 아니라 실제 생활 속 활용을 향한 관심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해외송금에 대한 기대가 두드러졌다. 환전 없이 세계 어디서든 결제가 가능하고, 수수료가 저렴하며, 달러 시세를 즉시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실제 사용 후기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홍콩의 ‘리닷페이’, UAE의 ‘바이비트 카드’를 이용해 한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충전해 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리닷페이와 애플페이를 조합해 매머드커피에서 아메리카노를 샀다”는 후기처럼, 실물 결제가 일상에 스며드는 장면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사용자는 주로 20~30대 남성에 집중돼 있으나, 이는 새로운 기술 확산이 언제나 그렇듯 초기 수용자의 특성일 뿐이다. 대중적 확산은 시간 문제다. 카드사들이 내부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워킹그룹’을 꾸리며 대응을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결제 실험의 최전선이다. 페이팔은 이미 PYUSD라는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 결제와 송금, 디파이 활용까지 지원하고 있다. 뉴욕 증시에 상장한 서클의 USDC는 글로벌 기업 결제 네트워크와 연동되고 있으며, 쇼피파이(Shopify)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스타벅스, 노드스트롬 등 대형 프랜차이즈가 직접 코인 결제를 허용하지 않더라도, 비자·마스터카드 네트워크와 연결된 암호화폐 결제카드를 통해 우회적으로 이미 쓰이고 있다. 미국 소비자는 ‘코인으로 결제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오히려 젊은 세대에게는 디지털 월렛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담고 결제하는 것이 신용카드만큼 자연스러운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공식적으로 디지털 유로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에서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다양한 결제 실험이 활발하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일부 공유오피스와 카페가 USDC, DAI를 결제수단으로 직접 받는다.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같은 발트 3국은 규제 친화적 환경을 바탕으로 핀테크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기반 송금 서비스를 출시해 해외 근로자와 유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유럽은 ‘마이크로 결제(micro payment)’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디지털 저널리즘, 게임 아이템 구매 등 소액 결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카드망보다 빠르고 저렴하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일본은 한국과 비슷하게 규제 틀 안에서 스테이블코인 확산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일본 금융청은 은행, 신탁회사, 송금업체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 제도 아래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은 프로그마 코인을, 미즈호는 독자적인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준비 중이다.
일본의 강점은 규제를 명확히 제시해 기업이 실험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실제로 일본 내 편의점 체인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스테이블코인 파일럿 결제를 준비하고 있으며, ‘해외송금’ 분야에서도 필리핀·베트남 노동자들을 겨냥한 송금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규제 리스크’가 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2017년 ICO 금지 이후 스테이블코인, STO, NFT까지 도전은 있었지만 언제든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혁신을 막아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검색량과 실제 결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대중이 이미 변화를 수용하고 있다는 신호다. 정책이 늦을수록 소비자는 해외 서비스로 이동할 것이다.
신한카드와 같은 대형 금융사가 직접 ‘원화 스테이블코인 연구’에 착수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부 차원의 명확한 제도 설계다. 규제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규제를 통해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고, 국내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미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실물 결제가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 한국에서도 리닷페이 카드로 커피를 사고, 해외송금을 코인으로 처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코인 결제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글로벌 소비·금융 생태계에서 현실적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향후 5년 내 코인 중심의 결제 시스템이 더욱 보편화될 것이다.
즉 본격적으로 코인으로 결제하는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남은 과제는 한국이 이 흐름을 규제로 가로막을 것인지, 아니면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 혁신을 촉진할 것인지다. 한국의 모든 기업들이 자유롭게 연구개발을 하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한다면, 한국도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니라 주도자로 설 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