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경산악회 제3대 정종기 회장
아침 안개가 자욱한 산등성이, 발밑에서 느껴지는 흙의 질감, 그리고 가쁜 호흡. 이 모든 순간이 나에게는 단순한 등산이 아니라 삶을 정리하고 미래를 선택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시작했던 월례 등산은 이제 내 인생의 필수 의식처럼 자리 잡았다. 매월 두 차례, 때로는 혼자 때로는 지인들과 함께 산을 오르며 나는 내면의 나침반을 확인한다.
설악산에서 만난 새로운 나
해마다 연말, 나는 설악산 대청봉에서 해돋이를 맞이한다. 오색에서 새벽녘 시작되는 이 여정은 단순한 산행을 넘어 나의 영적 여정이다. 눈이 내리는 산길을 오르며, 정상에 도착해 만세를 부르고 소원을 빌 때면 새로운 나를 만나는 듯하다.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어머니의 품처럼 나를 받아준다."
이 깨달음은 비단 등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을 경영하는 리더로서 나는 산행을 통해 삶의 철학을 배운다. 산은 나에게 단순한 운동의 장소가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사색의 캔버스다.
리더십, 산행과 닮은꼴
산을 오를 때마다 나는 기업 경영의 본질을 다시 생각한다. 높고 낮은 산을 막론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 – 이는 산행이자 경영의 본질이다.
검단산 정상에서 팔당과 두물머리를 조망할 때면, 비즈니스의 전략적 관점을 얻는다. 한 모금의 막걸리와 함께 내리는 결정은 때로 회사의 중대한 전환점이 된다. 이런 순간들이 내게는 CEO로서의 리더십을 다듬는 귀중한 기회가 된다.
목표 설정과 준비의 중요성
등산은 산의 높이와 관계없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는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그에 따른 철저한 준비와 계획이 성공의 열쇠라는 것을 산행을 통해 배웠다.
여러 사람이 함께 정상에 도달하기까지의 길은 쉽지 않다. 도중에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나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산행에서 배운 이 교훈은 기업을 이끄는 데 있어 유용한 자산이 되었다.
건강은 최고의 자본
"비즈니스는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
월 1-2회의 격렬한 산행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이는 노폐물을 배출하고 정신적 에너지를 충전하는 과정이다. K2 등산화에 담긴 나의 집념, 견고함과 가벼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장비 선택 – 이 모든 것이 나의 경영 철학과 닮아 있다.
주기적인 산행의 중요성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주기적으로 산행을 하는 것이다. 최소 월 1회 이상은 트레킹이 아니라 숨이 차는 산행을 통해 몸에 있는 노폐물을 빼는 것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다. 이는 단순히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
위험과 성장
설악산 겨울 산행 때의 일이다. 상고대와 눈꽃 설경을 보기 위해 새벽 산행을 하였는데, 눈이 엄청 많이 내려 등산로가 반쯤 눈으로 덮여 있었다. 등산로를 걷다가 잠시 졸음이 와서 쌓인 눈에 몸을 기댔는데, 눈이 스르르 없어지더니 5미터 정도 되는 계곡으로 실족될 위험에 처했다. 나무 가지를 잡고 간신히 몸을 유지하여 위험에서 벗어난 그 순간, 나는 위기 관리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했다.
이 경험은 기업 경영에서의 위기 관리와 직결된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능력은 CEO에게 필수적인 역량이다. 산행에서 겪은 위험한 순간들이 오히려 나를 더 강하고 현명한 리더로 만들어주었다.
산행은 선택의 기술
매주 토요일 아침, 집에서 출발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바로 내가 CEO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비결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산행을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이 선택이 나를 더 나은 리더로 만들어준다는 확신이 있기에 주저 없이 산으로 향한다.
혼자만의 시간의 중요성
여러 사람이 산행에 동행하더라도 나는 가능한 혼자 많은 생각을 하며 산행을 하는 습관이 있다. 산행을 하면서 어떤 일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도까지 등산은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이 고요한 시간 동안 나는 기업의 미래를 구상하고, 중요한 결정들을 숙고한다.
또다른 도전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산행이 있다면 단연 영남 알프스 종주다. 30년 전에 한 번 종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의 도전정신과 성취감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 이는 단순한 산행의 목표가 아니라, 나의 리더십과 도전 정신을 다시 한번 시험하고 단련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등산 문화의 개선을 위한 제언
등산 문화나 환경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등산객의 소음과 복장이다. 산은 우리에게 고요함과 내적 평화를 선사하는 공간이다. 불필요한 소음을 줄이고, 적절한 등산 복장을 갖추는 것은 산을 찾는 모든 이들에 대한 예의이자,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CEO들을 위한 조언
등산을 시작하는 CEO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꾸준함의 중요성이다. 최소 월 1회 이상은 트레킹이 아니라 숨이 차는 산행을 통해 몸에 있는 노폐물을 빼는 것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힘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리더로서의 역량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투자다.
“산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우리가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단순한 진리가 내게는 큰 위안이 된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어떤 도전이 기다리고 있어도, 산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마치 기업 경영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불변의 가치들처럼 말이다.
등산은 나에게 단순한 취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나의 리더십을 단련하고, 경영 철학을 다듬며,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소중한 도구다. 산은 나의 사색의 캔버스이자, 도전의 장이며, 성장의 발판이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이 거대한 스승, 산과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