뵈프 부르기뇽 (Boeuf Bourguignon)이란 낯선 이름의 이 음식은 프랑스식 소고기 스튜입니다.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전통 음식으로 피노누아 와인을 넣고 각종 채소와 함께 소고기를 푹 끓여낸 가정식 요리입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갈비찜과 매우 흡사한 요리예요. 그러고 보면미국이나 영국의 비프스튜, 러시아의 비프 스트로가노프, 헝가리의 굴라쉬도 모두 우리나라의 갈비찜과 비슷하게 닮아 있지요.
자, 뵈프 부르기뇽을 만드는 과정을 사진에 담아 봤습니다. (요리하면서 사진도 찍는 일이 생각보다 상당히 어렵더군요.)
지방이 적절히 섞인 양지머리, 쫄깃한 아롱사태, 부드러운 갈빗살 등 소고기 부위를 적절히 섞어서 만드는데요. 근막과 두꺼운 지방층을 깨끗하게 제거해야 요리가 완성되었을 때 부드럽게 먹을 수 있습니다.
고기를 다듬는 데에만 정말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막상 요리가 끓기 시작해서 내뿜는 열기를 견뎌내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덩어리 고기에 밀가루 옷을 입혀 버터에 볶아주어야 나중에 국물이 우러나면서 구수한 맛이 더해집니다.
냄비 바닥에 눌어붙은 고기 성분으로 맛있는 육수를 만듭니다.
고기와 함께 육수를 낼 채소를 다듬어 놓았어요. 당근, 샐러리, 양파, 그리고 껍질을 제거하고 얼려둔 홀 토마토, 호박, 가지, 양송이버섯도 넣어줍니다.
토마토를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기고 냉동해두면 요리할 때 편합니다.
여름은 다양한 채소가 많이 나오는 계절이라 아낌없이 듬뿍 넣어줍니다. 채소에서 우러나오는 채수도 고기의 육수와 어우러지면서 정말 근사한 맛을 내거든요.
부스러지기 쉬운 월계수 잎이나 통후추 등은 육수용 주머니에 넣어 우려냅니다.
가게 앞 데크에서 키우는 로즈메리와 세이지 잎도 생으로 잘라 넣었구요. 월계수 잎과 통후추도 다시백에 담아 넣어줍니다.
천연 허브를 넣어 고기 요리를 하면 잡내도 제거할 수 있고 은은한 향기가 더해져서 요리 맛이 훨씬 좋아집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출근하자마자 로즈메리와 바질, 세이지에 물을 열심히 주고 있습니다. 조금씩 따서 요리하는 재미가 아주 큽니다. '빨리빨리 자라거라!'
셀러리 잎이 많이 남으면 냉동 후 생선이나 고기 요리에 쓰면 좋습니다.
샐러리 줄기는 요리에 잘라 넣고 잎은 뭉텅이로 육수를 낼 때 맨 위에 넣어줍니다. 줄거리보다 잎에서 나는 향이 더 진하게 느껴집니다. 채소는 사실 국물 맛을 크게 좌우하는 요소는 아니에요. 좀 더 풍부한 풍미를 느끼기 위해 넣는 것일 뿐이죠. 빠뜨리지 말아야 할 채소가 있다면 토마토, 마늘, 샐러리, 양파 정도입니다. 이렇게 3-4시간 이상을 끓여내면 고기는 입안에서 살살 녹을 정도로 부드러워지고 채소들은 흔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푹 무르익습니다.
여기서부터 2차 조리과정이 시작됩니다.
센 불에서 푹 고아내듯 끓여야 채소가 무르익어 체망에 잘 걸러집니다.
1차 조리 과정이 끝나면 잘 무르익은 채소 건더기를 체망에 받쳐 걸러냅니다. 이렇게 하면 섬유질만 남고 체망 아래로 퓌레 같은 채소 건더기가 내려가면서 국물이 더 진하고 맛있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미리 삶아 둔 병아리콩이나 렌틸콩, 강낭콩과 같은 콩 종류를 넣어도 좋구요, 고기와 곁들여 먹을 당근, 호박 등 제철 채소를 한 입 크기로 잘라 고기와 함께 2차로 끓여줍니다. 어느 정도 채소가 익으면 완성이에요.
딱딱한 콩류는 미리 불려서 냉동해두면 요리할 때 조금씩 사용하기 좋습니다.
밥에 올려서 찌개 떠먹듯이 비벼 먹어도 맛있구요. 빵을 곁들여서 한 입씩 먹다가 나중에 소스를 찍어 먹어도 아주 맛있습니다.
좋은 고기를 사 오기 위해 이틀에 한 번씩 마장동 우시장을 다녀옵니다. 한여름 더위 속에서 서 너 시간 불 앞에 있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가을쯤 메뉴 론칭을 하려고 했는데 맛있는 뵈프 부르기뇽을 하루라도 빨리 선보이고 싶어서 욕심을 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