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Brunch)의 사전적 의미는 아침 식사와 점심 식사를 대신하여 그 시간 사이에 먹는 식사를 뜻합니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아점' 정도 되는 것이겠지요.
처음에는 이름도 어색했던 브런치 레스토랑이란 것이 이제는 동네마다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생겨나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갓 내린 향 좋은 신선한 커피와 연어나 닭 가슴살 등이 토핑 된 샐러드, 그리고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소시지나 베이컨 요리 혹은 포근한 달걀 오믈렛 정도가 브런치 메뉴에 주로 등장하는 요리 들이구요. 여기에 부드러운 생크림을 얹은 와플이나 토스트 등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점심 식사 후 자리를 옮겨 따로 차 까지 한 잔 마시는 경우에 비해 시간도 절약되고 한 장소에서 훨씬 더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큰 매력이지요.
그런데 조금만 시간을 들이고 부지런을 각오한다면 카페 브런치 가격의 반 정도 수준에서도 정말 푸짐하고 맛있는 한 끼 '홈메이드 아점'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물론, 브런치 카페란 장소가 선사하는 매력과 운치도 즐거움의 큰 몫이겠지만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모여 브런치를 나누는 일도 어렵게 되어 버려서 무척 아쉽지요.
오늘은 제가 식당을 운영하면서 브런치 메뉴로 판매했던 메뉴들을 집에서 만들어 볼 수 있는 몇 가지 간단한 아이디어를 풀어보겠습니다.
전문식당의 맛과 모양새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데에는 손색이 없습니다.
냉동고 안에 있던 새우를 토르티야 위에 얹어 구운 피자
1. 있는 재료 다 올리고 치즈로 덮는 '홈 메이드 피자'
피자를 만들자고 도우 반죽을 해서 미는 과정은 과감히 생략하구요. 냉장고 속의 식빵이나 토르티야 등을 이용해서 도우를 대신합니다.
여기에 먹다 남은 불고기, 통조림 햄 또는 참치 등 메인 재료가 될 만한 것을 올리고 토마토나 양파, 피망과 같은 채소를 더한 후 케첩을 뿌리고 치즈를 얹은 다음 전자레인지에 구우면 간단한 홈 메이드 피자가 만들어집니다. 냉동고에 있는 반건 오징어, 냉동 새우도 훌륭한 재료입니다.
치즈는 모차렐라 치즈가 있다면 좋겠지만 슬라이스드 치즈로도 충분히 맛있는 피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단, 전자레인지 조리시간을 모차렐라 치즈를 사용할 때에 비해 줄여야 합니다.)
찬밥과 냉장고 속 밑반찬을 이용해 만든 즉석 오므라이스
2. 찬 밥 볶아 달걀 속에 쏙! 즉석 오므라이스
전 날 먹다 남은 찬 밥이 있다면 즉석 오므라이스를 만들어 보세요. 레스토랑의 오믈렛 라이스처럼 만들다가는 이 더위에 지쳐 떨어지기 십상입니다. 냉장고 속의 밑반찬도 충분히 오므라이스의 속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오징어채 볶음, 멸치볶음, 깻잎 장아찌를 종종 썰어 넣고 밥을 볶아도 좋습니다.
단, 너무 많은 양을 넣으면 간이 짜게 되어 버리니 밥에 약간 간을 하는 정도로만 넣습니다. 반드시 케첩으로 간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잠시 접어 둡니다. 케첩 대신 버터가 있다면 간장과 버터의 조합으로 간장 버터라이스를 만들어 보세요.
볶아 놓은 밥을 그릇에 담고 달걀 두 개 정도를 풀어 중불에 살짝 익혀 밥 위에 얹고 케첩을 뿌리는 것만으로 즉석 오므라이스 완성!
우유와 냉동실에 썰어서 넣어 둔 단호박으로 만든 단호박 수프
3. 우유 넣어 갈면 완성! 뚝딱 크림수프
제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브런치 메뉴로 많은 주문을 받는 것중 하나는 바로 크림수프였습니다. 따끈한 수프에 빵을 찍어 먹는 맛은 정말 브런치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데요. 집에서는 버터와 밀가루를 볶아 루(Roux)를 만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필요가 없습니다.
감자나 단호박, 고구마와 같은 재료가 있다면 전자레인지에 넣고 가열을 해서 익혀줍니다. 그리고 우유를 넣고 미니 믹서기에 갈아주고 버터를 넣어 끓이면 간단하게 한 끼 해결할 수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어제 먹다 남은 감잣국이나 황탯국 같은 맑은 국물 베이스의 국도 우유를 대신할 좋은 재료입니다.
어쩌면 식당 출입이 어렵기 때문에 느껴지는 불편보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 크기에 그 아쉬움은 더 크게 느껴질 겁니다.
언제 코로나가 물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조금만 손품을 팔아본다면 우리 집 냉장고 속에 가득 남아있는 '내일의 브런치' 재료들을 보면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묵은 재료도 처치하고 가벼운 기분 전환으로 내일쯤은 가까운 마트에 장을 보러 나갈 수 있는 기회도 만들 수 있으니 '냉장고도 비우고 아점도 해결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