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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Muse Oct 21. 2021

차리고 또 차려서 한식 백반

모처럼 반찬도 만들고 국도 끓이고 제대로 먹었습니다.


오늘 사장은 모처럼 '밥 다운 밥'을 먹었습니다.

제 업장이 와인바라서 파스타나 스테이크, 피자 같은 메뉴들을 주로 취급하지만 사실 저는 한식파입니다. 그중에서도 뜨끈한 국물이 있는 순댓국, 갈비탕, 설렁탕, 소머리국밥 같은 것을 정말 좋아하지요. 약간 덜 익은 깍두기랑 설렁탕집 김치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그동안 개업하고 바빠서 제대로 반찬을 만들지 못하고 사다 먹거나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로 대신하곤 했는데 오늘은 마음먹고 반찬을 좀 만들어 봤습니다.

가게에서 낮에만 판매하는 도시락입니다.

매콤한 양념의 제육볶음도 밀폐용기에 넣어 한 끼 분량씩 만들어 소분해두었어요. 집에도 몇 개 가지고 가고 가게에 두고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해 놓았지요. 이렇게 해두면 시간이 없어도 밥만 넣고 비벼 먹으면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으니 정말 간편합니다.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제육볶음

와인 바이긴 하지만 점심에는 직장인 고객분들을 타깃으로 도시락도 판매합니다. 어떻게 매일 파스타만 먹겠어요. 도시락에 들어갈 반찬을 넉넉히 만들어서 집에도 가지고 가고 역시 가게에도 두고 먹습니다. 애호박 가격이 너무 올랐어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반찬이라 많이 만들었어요. 살캉한 맛이 예술이죠.


멸치를 볶을 때 견과류를 넣어서 볶으면 고객분들이 좋아하세요.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맛있다고 하시더군요. 멸치볶음도 덜어서 집에 가져갑니다. 이것도 술안주로 딱입니다. 반찬을 만드는 건지, 술안주를 만드는 건지... .

피칸,헤이즐넛을 넣은 멸치볶음

달걀말이에 맛살도 넣어서 구워냅니다. 어떤 날은 치즈, 어떤 날은 맛살, 어떤 날은 김도 넣는데 김은 호불호가 갈리더군요. 계란말이 해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잠 안 오는 밤 소주 안주로 딱입니다. 소주 한두 잔 먹자고 안주 만들기 귀찮잖아요. 그럴 때 한두 개 집어먹고 소주 두 잔 입에 털어 넣으면 정말 간편합니다.

애호박볶음과 맛살 계란 말이

반찬으로 빠질 수 없는 어묵볶음입니다. 어묵은 저렴이일수록 볶았을 때 제맛인 것 같아요. 아주아주 얇은 싸구려 어묵이 있는데 이 어묵이 간을 잘 흡수하고 의외로 퍼지 지도 않아서 일부러 집 반찬 만들 때 사다가 씁니다. 저희 가족들은 다 좋아해요. 대신 손님 반찬에는 재료 아끼는 식당이라고 오해받을까 봐 쓰지 않습니다. 까짓 어묵 원가 얼마나 한다고... .

저렴이 어묵 볶음

도시락 주문이 어떤 메인 요리로 들어오느냐에 따라서 제 반찬도 정해집니다. 저 먹자고 따로 뭔가를 볶고 지지는 일은 사실 귀찮습니다. 제육 주문이 들어오면 제육, 불고기가 들어오면 불고기 좀 더 꺼내서 같이 만들어요.

찹스테이크가 메인인 도시락

요즘 젊은 분들은 반찬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국도 그렇고요. 덮밥 메뉴를 주문하는 분들은 대부분 젊은 층이고요. 반찬이 많이 들어가는 백반을 주문하는 분들은 연세가 있는 분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외도 있지만요.

제육덮밥 단품 도시락입니다.

국을 좋아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은 술을 즐기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그랬어요. 어려서는 뜨거운 국이 싫었고, 국 건더기를 건져 먹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요. 어느 날인가 술 마신 다음날 뜨거운 국물이 그야말로 '시원하게' 느껴지더군요. 그 이후 국물, 탕의 매력에 빠져 버렸죠.


특히 국물 좋아하시는 남성분들, '언제부터 내가 국물을 좋아하게 되었나?' 한 번 되짚어 보세요. 아마 많은 분들이 수긍하실걸요?


모처럼 밥에, 반찬에, 국까지 든든하게 먹고 나니 기운이 부쩍 나네요. 맛있는 점심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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