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말 오래간만에 글을 씁니다. 10월 말에 손님도 늘고 일이 많이 바빠져서 하루 정도 글을 제대로 못쓰고 넘어가나보다 했는데 하루, 이틀, 일주일, 보름... . 점점 게을러져서 오늘에서야 큰맘을 먹고 다시 브런치를 열었습니다. 이웃도 별로 없고 제 글을 기다린 분도 없으실 텐데 너무 인사가 장황하지요? 오래간만에 글쓰시는 분들의 글을 보니 대부분 이런 식으로 시작하기에 저도 한 번 따라 해 봤습니다.
순댓국이 맛있긴 한데 간이 좀 세서 물을 타서 먹었어요.
게으름을 부리다 보니 100일 연이어 글쓰기를 각오했지만 결국 중간에 탈락했어요.
뭔가 꾸준히 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제 성격이 좀 그래요. 뭐가 맛있다 싶으면 보름 정도는 계속 그 음식만 먹는다거나, 어떤 일에 관심이 있으면 초기에 몰입도가 엄청난데 바로 금세 피로를 느끼고 그만둔다거나 하는 거죠.
그럼 사랑도 '금사빠'??
솔직히 고백하자면 금사빠 맞습니다. 20년 넘게 한 사람과 계속 우정을 나누며 살고 있다는 건 제 성격상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긴 합니다. 뭐 좋은 일이죠. 이제 오픈한 지 두 달 정도 되어가는 이 가게도 성격의 한계를 뛰어넘어 오래도록 많은 고객들과 좋은 인연을 이어가며 키워 나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바람대로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인분씩 냉동해 둔 홈메이드 햇반과 집에서 가져온 김치
요즘은 날씨가 쌀쌀해져서 국과 탕을 많이 먹고 있습니다. 동네에서 잘 한다는 순댓국집에 가서 포장을 해 와서 먹은 순댓국입니다. 밥을 안 가져오는 대신 국물을 넉넉히 담아 왔습니다.
제 주방 한편에는 사장이 식사를 할 때 쓸 용도로 가져온 그릇들을 담은 바구니가 있습니다. 아주 작은 1인용 냄비에서부터 저런 도자기 탕기까지 사실 없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하얀 탕기에 배달 순댓국을 담아 제법 그럴듯하게 상을 차려봤습니다. 바깥에 나가서 식사를 할 수 없으니 제 가게에서라도 순댓국집 온 기분을 내면서 먹은 거죠.
밥도 스테인리스 공기에 담아야 제맛인데 그게 좀 아쉽네요. 오늘도 1인분씩 냉동 보관하는 사장용 햇반을 데워 먹습니다. 손님상에는 공깃밥이 나갈 일이 없어서 제가 먹을 용도로 담아 보관해둡니다. 손님상 차리랴 제가 먹을 밥하랴 나름대로 바쁩니다.
요즘은 레토르트 식품이나 밀키트가 너무 잘 나와서 사실 집에서도 식당 음식 못지않게 맛있게 먹을 수가 있습니다. 어떤 제품은 부족한 맛을 내는 식당보다 훨씬 더 훌륭한 것들도 있습니다. 저도 식당을 하는 입장입니다만 '손님 없다,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라고 하기 이전에 정말 나만의 맛을 내는 식당이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죠.
저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당 주인이 아닌 고객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내가 식당을 열면 이렇게 하겠다'라고 다짐했던 사항들이 많은데요. 시간이 지나더라도 초심을 잃지 않고 그 마음을 꼭 지켜 나갈 수 있도록 늘 깨어있어야겠어요. 순댓국 한 냄비 먹고 거창하니 철학을 풀었네요.
냉동 레토르트 제품들도 맛있는 것들이 많다고 하던데 서칭을 열심히 해서 몇 가지 좀 더 쟁여두어야겠습니다. 식당 주인도 결국 이렇게 먹고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