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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Muse Dec 01. 2021

신메뉴? 로제 닭고기 크레프 갈레뜨

오늘 사장의 아침 식탁은 크레프 갈레뜨입니다. 부드러운 밀가루 반죽의 얇은 전병이나 그 안에 다양한 재료 등을 넣어 먹는 프랑스 요리를 '크레페'라고 부르곤 하는데 사실 정확하게 발음하자면 크레프 [CRÊPE]가 맞구요. 메밀 반죽으로 만든 달지 않은 것과, 크림이나 설탕을 넣어 달콤하게 만든 것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제가 오늘 만들어 본 것은 약간은 달콤한 맛의 크레프 안에 로제 소스를 넣어 구운 닭고기와 채소를 채워 넣은 갈레뜨(둥글고 납작한 모양의 빵 종류)입니다. 신메뉴 개발 겸 늘 먹던 순댓국, 아기 상어 버거킹 버거에서 좀 벗어나 보고자 이런저런 시도를 한끝에 만들어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양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국수나 빵 같은 밀가루 음식도 안 좋아합니다. 빵이냐 밥이냐 하면 물론 밥 쪽이구요.


대학 다닐 때, 경양식 집에 가면 항상 물어보던 '빵으로 하실래요? 밥으로 하실래요?' 중에서 저는 항상 밥을 택하곤 했죠.


그래서 와인바를 시작하면서 파스타 요리도 해야 하고, 양식 메뉴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일을 한다는 것은 호불호를 따질 일이 아니기에 감수하고 '나는 파스타를 좋아한다'라는 최면을 걸면서 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구라도, 아니 대부분의 주방장들은 그렇지 않을까요?  


내가 좋아하는 음식만을 만들어 팔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러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파스타를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매일 국수를 삶아대다 보면 그 사랑이 식을 가능성이 높겠구나'라구요.


결론적으로 오늘 만들어 본 크레프 갈레뜨에 대한 생각은 이렇습니다.  저라면, 제 취향을 두고 말한다면 '특별히 돈 주고 사 먹으러 오지는 않겠다'라는 결론이구요.  양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쩌다 한 번은 먹어볼 만하겠다. 돈 주고 사 먹고 나서 욕 할 맛은 아니다'라는 정도의 맛입니다.


좀 더 재료를 보완하고 소스도 연구하고 플레이팅도 다듬어서 돈 받고 판매하고 나서 칭찬받을 정도의 퀄리티를 만들어 낼 생각입니다.

그러나 저러나 식당 주인으로서 새 메뉴를 만들어 보고, 먹고, 평가하는 일은 보람되긴 하지만 재미있는 일은 아닌 듯합니다.


음식을 앞에 두고서 편안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며 즐기기는커녕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거든요.  기껏 예쁘게 담아 놓은 것을 도로 헤집고, 분석하고, 평가하고, 원가율 따지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 보면 다 식어 버리고 입맛이 뚝 떨어지기 일쑤입니다.

인생 대박 메뉴까지는 못 만들어내도 개업한 지 두 달이 넘었으니 신메뉴 한 두 개쯤은 내놓아야 할 텐데 요즘 이래저래 마음의 짐이 크네요.


매콤 칼칼한 한식 술안주라면 오늘이라도 두세 개쯤 뚝딱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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