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월요일임에도 손님들이 꽤 오셨습니다. 아마 월 말이 가까워지면서 회식을 많이 하시는 모양입니다. 낮에도 단체팀 회식 예약이 이어져서 늦은 점심을 먹었고 저녁엔 홀은 좀 한가했지만 내일 있을 단체 도시락 준비로 바빠서 간단한 간식조차 챙겨 먹을 틈이 없었어요.
제가 밥 먹을 틈이 없었다는 얘기는 사장 포스 매출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셔도 좋아요. 대신 브런치 글이 많고 수다가 많은 날은..... . 따로 말씀 안 드려도 다 아시죠?
요즘 들어 브런치 업로드도 많아지고 수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오늘은 이제서야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오늘 같은 날이 이어지면 참 좋겠습니다만 아직은 개업 초기라서 그런지 이 매출이란 것을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네요. 코로나 시기여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지난 월요일에 예약을 한 분이 일행과 함께 기분 좋게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하고 직접 만든 떡 케이크를 나눠 주셨어요.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라면을 끓이면 혹시나 바깥에서 손님들이 와인을 드시는데 라면 냄새가 풍길까 걱정되어 무얼 먹나 걱정하던 중이었는데 말이에요.
선 채로 일단 사진부터 찍고 그 자리에서 한 쪽을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웠습니다. 그거 아세요? SNS에 올리느라 홀에서 이 각도 저 각도에서 음식 사진을 찍곤 하지만 사실 제일 맛있는 식사는 주방에서 먹는 것입니다.
왜냐구요? 상을 차리는 동안 아무래도 음식이란 게 식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라면을 끓여 냄비 째 먹거나 프라이팬에 스팸을 굽고 밥솥에서 바로 따끈한 밥을 푼 다음 바로 먹으면 얼마나 맛있겠어요. 음식은 모름지기 따뜻해야 맛이 있잖아요. 언제 한 번 날 잡아서 적나라하게 주방에서 식사하는 풍경을 보여드리도록 하지요. 식당 주인만이 할 수 있는 몇 가지 안 되는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계피가 들어간 브라운 색 떡과 블루베리 향이 나는 듯한 핑크색 떡
술이랑 식사를 팔아주신 것도 감사한데 게다가 사장 먹을 음식거리까지 .. . 손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보슬보슬 쫀득쫀득 '떡 맛이 이런 거구나' 생각될 정도로 담백하고 맛있었습니다. 하나는 내일 먹으려고 냉동고에 잘 넣어두었어요. 달지 않으면서도 입에 착착 달라붙도록 정말 잘 만드신 것 같아요.
언젠가 생일 파티를 하신 손님이 케이크 한 쪽을 나눠 주셨는데 그때에도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모릅니다. 아이스크림케이크였는데 제가 사 먹을 때 보다 그렇게 한 쪽 얻어먹을 때 더 맛이 있더라고요. 그런 거 있잖아요. 라면도 남이 끓인 라면 한 젓가락 얻어먹는 맛, 기가 막히지요.
이제 곧 퇴근하려고 합니다.
홀에서는 남편이 뒷정리를 하고 있고요. 저는 주방 한편 테이블에서 하루를 마감하고 있습니다. 냉장고에 지난번 구워 둔 양념장어가 한 마리 있는데 글라스 와인이라도 한잔하고 갈까 말 까 고민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