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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Muse Dec 04. 2021

Old & Nice

올드하지만 나이스한 손님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찾은 곳

군자동 전여친의 모둠전

요즘 사장이 자주 가는 전 집입니다. 10시에 마감을 한 이후에도 갈 곳이 있다는 것, 아니 갈 수 있다는 것이 저는 너무나 행복하거든요. 하루 종일 음식을 만들다 보면 일을 마치고 난 이후에는 누군가가 만들어 준 음식, 안주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10시로 영업 제한을 받아오다 보니 갈 식당이 없어서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11월 1일 밤 10시 영업 제한이 풀린 이후에는 정말 주변 식당을 순례하듯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주로 술집이지요. 그중 제 가게와 가까우면서 깔끔하게 전 안주를 잘 내는 집을 자주 가게 되는데요. 바로 군자동 뒷골목에 있는 '전여친'이란 곳입니다. 젊고 예쁜 사장님이 개량 한복을 입고 손님을 맞아주는 곳인데 늘 사람들이 많아요.


아마도 그 이유는 바로 저 뚝배기 계란찜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별 건 아니지만 술 먹다 보면 포근한 계란찜 생각 안 나시는 분들 거의 없죠. 게다가 서비스로 나오기 때문에 뭔가 얻어 간다는 느낌이 들면서 상당히 고마운, 그리고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집니다.

요 반찬들 만으로도 소주, 막걸리 반 병은 마십니다.

양파 간장, 새콤달콤 무생채, 어묵볶음입니다. 어묵볶음 역시 별것 아닌 반찬으로 집에서는 냉장고 한구석에서 잘 꺼내 먹게 되지도 않지만 이게 또 막걸리 안주로 최고란 걸 최근에 깨달았네요.


워낙 솜씨 있게 잘 만들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남이 해주는 바깥 음식에 제가 너무 굶주려 있었던 것인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맛있어서 한 번쯤은 더 리필을 부탁해서 먹곤 합니다.


달콤하지 않은 플레인 한 맛의 막걸리 한 병, 그리고 소주 한 병은 기본이구요. 맛있는 달걀찜도 찍어봤습니다.

자리에 앉아 주문하면 바로 내 주는 기본 찬입니다.


자리가 없어서 도로 나온 적이 한두 번 되구요. 늘 손님들도 가득 차 있는 날이 대부분입니다. 어제도 다녀왔고 며칠 전에도 갔었구요. 일주일에 두세 번은 가는 것 같습니다. 주문하는 안주는 매번 비슷해요. 모둠전 아니면 반반전(동태와 깻잎)에 막걸리, 소주 1병!


맛도 맛이지만 이 집은 사장님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홀 서빙을 맡아 하시는데 늘 웃는 낯에 상냥한 접객 태도가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일을 마치고 가는 시간이면 보통 밤 11시 경이라서 사장들이 많이 피곤할 타임이기도 한데 말이죠.


그래서 어제는 나오면서 "사장님 가게에서 한잔하고 가면 기분이 참 좋아져요. 음식도 맛있구요."라고 말씀드렸더니 함박웃음을 보이면서 제가 좋아하는 어묵까지 조금 싸 주신다고 하셔서 극구 사양하고 왔습니다. 거기에서 막걸리랑 먹어야 제맛이지 막상 집에 가지고 와 보면 또 그 맛이 안 날 것 같아서요.


편하게 한 잔 마시기 참 좋은 가게이긴 한데 저는 어쩐지 이 가게에 들어갈 때면 항상 좀 머뭇거리게 되긴 합니다. 대부분이 20대 젊은이들이 주 고객층이라서 저와 남편이 들어가면 손님들이 한 번씩은 쳐다보더라고요. '우리가 어느새 물(?)을 흐리는 세대가 되어 버렸네.'하며 어제도 막걸리를 한 잔 들이켜면서 남편과 웃었습니다.


가게에 앉아 있는 손님들을 보면 다 자식뻘 되는 나이대라서 같이 분위기를 즐기기에 조금은 머쓱하긴 합니다. 그래도 "조용하고 얌전하게 그리고 빨리(?) 먹고 나오는 편이니까 사장님은 우리를 좋아하실거야"라고 둘이서 의견 일치를 보고 다음에도 꿋꿋하게 또 가기로 했어요.


 술을 먹다 보면 늦은 시간이라 너무 시끄러운 테이블도 있고, 상스러운 욕이 큰 소리로 들리는 테이블도 있고, 주정을 부리는 테이블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좀 올드 하긴 해도 나름 장점이 있는 손님이니까요.

다음에 또 가게 되면 반반 전도 한번 찍어 올리고 꼬막도 제철이니까 한 번 먹어보고 올려볼게요. 항상 기본 찬 나올 때까지는 카메라를 생각하는데 막상 본 안주가 나오면 만사를 잊고 먹고 마시기에 전념하게 되어서 늘 촬영을 잊게 되네요. 모둠전 사진 한 장 더 있어서 올리고 이만 일 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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