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싱글 몰트 위스키가 품귀입니다.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해요. 얼마 전 입고된 발베니 12Y를 진열장에 두고 오며 가며 입맛만 다시다가 며칠 전 큰맘 먹고 개봉했어요.
귀하다는 발베니 위스키를 개봉하여 폭탄주를 만들어봤습니다.
처음 몇 잔은 제법 향도 맡고 맛도 음미해가며 조금씩 조금씩. 그러나 달리기 시작하면서 맥주 폭탄으로 갑니다. 섞어 마실 생맥주도 누르기만 하면 시원하게 기계에서 바로바로 나와주니 제조 환경은 특급이지요.냉동고를 열어 양고기도 두 팩 뜯어 철판에 구워봤습니다. 저는 사장이니까요. 먹는장사는 먹는 게 남는 거니까요.
폭탄주를 마실 때에는 무엇보다 안주를 잘 챙겨 먹어야 나중에 고생을 안 합니다.
작은 위스키 잔을 맥주잔에 퐁당 빠뜨리고 쉐킷쉐킷해서 쭉 넘기는 그 맛! 맛있네요. 정말 오래간만이에요. 얼마 전부터 소맥이라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지만 사실 폭탄주의 원조는 양주와 맥주의 조합이지요.90년대에 직장 다니며 배운 폭탄주는 소맥이 아니라 위스키 폭탄주였구요.다 마시면 머리 위에서 딸랑딸랑 흔들어 경쾌한 소리를 내야 마무리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창가쪽 구석 자리는 일을 마친 후 사장이 한 잔 마시는 전용석입니다.
이젠 주량도 줄고 일 마친 늦은 시간 둘이 마주 앉아 마시면서 딸랑딸랑 머리 위에서 잔을 흔드는 것도 우스꽝스러워 얌전히 두 어잔 마시고 도로 넣어두었네요. 다음에 또 일에 지치는 날, 혹은 너무 신나고 재미있게 장사 마친 날에 남은 양주에 섞어 한 번 더 마셔보렵니다.
위스키 마니아가 보면 '발베니로 폭탄? 돼지에 진주'라 웃겠지만 제게는 추억의 폭탄주, 그 맛이 어쩐지 더 좋은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