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a Muse Jan 07. 2022

달랑 조랭이 떡만둣국?

밑반찬에게 작별을 고하며 단출하고 가볍게

오늘 사장의 점심은 조랭이 떡만둣국이었습니다.  조랭이 떡을 좋아해서 겨울이면 잘 해 먹는 음식입니다.

마침 고기를 받은 날이기도 해서 뭉텅 뭉텅 소고기도 듬뿍 넣어서 육수를 제대로 내서 만들었지요. 덕분에  아주 진한 맛의 떡국을 잘 먹었습니다.

브런치에 올릴 생각이 아니었더라면 그냥 계란을 풀어서 휘휘 저어 먹었을 텐데 사진이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 'SNS용'으로 지단도 부쳤습니다. SNS는 역시나 보여지는 것에 신경 쓸 일이 참 많습니다.


사실 집에서는 이렇게 지단 부쳐 썰어 올리는 일은 거의 할 일이 없어요. 손님이나 오시면 모를까. 그래도 손이 한 번 더 가서 그런지 보기엔 훨씬 낫군요.

왼쪽은 SNS용 떡국 , 오른쪽은 평소 집에서 먹는 떡국SNS

어릴 적에는 엄마가 겨울이면 늘 만두를 빚어 냉동해두셨어요. 만둣국도, 떡만둣국도, 튀김만두도 생각만 나면 언제든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다 먹습니다.속도 실하게 정말 잘 만들어 내서 '엄마 손맛'에 대한 욕심만 좀 덜어내면 꽤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어요.


밑반찬은 세 가지입니다. 견과류랑 크랜베리 넣은 멸치볶음, 꽈리고추 메추리알 조림, 그리고 김치. 이번에 만들어 둔 저 반찬들만 비우게 되면 당분간 이런 반찬류는 만들지 않을 계획입니다.

새해 들어 결심한 것 중에 하나가 밑반찬 많이 만들어두고 먹는 백반 스타일에서 벗어나 이제는 일품요리로 가자는 것입니다.


반찬 이것저것 만들어 봤자 한 끼 맛있게 먹고는 결국 다 버리게 되더군요. 그래서 이제는 식단을 짜서 카레라이스, 떡국, 볶음밥, 덮밥 위주로 돌려먹기로 했습니다.


아! 이 밑반찬 만들어두기에 대한 질긴 미련을 끊어내기가 얼마나 힘들던지요.   


뭔가 냉장고 가득 반찬을 많이 만들어두면 착한 주부, 좋은 엄마, 살림 잘 하는 아내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뿌듯함이 느껴지고, 한 가지 요리만 상에 달랑 내 놓는다는 것은 가족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어서 많이 망설여왔습니다.

SNS의 '집 밥' 게시물을 보면 그 많은 반찬들을 한 끼에 어떻게 다 해 내는지 입이 딱딱 벌어지잖아요.  


보여주기 위한 게시물이라서 실제와는 좀 다르겠지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한 그릇 일품요리와는 너무나 비교가 되기에 같은 주부로서 은근히 기가 죽고 괜한 죄책감도 갖곤 했는데 이제 그런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합니다.


올해부터는 가능한 한 덜어낼 것들은 덜어내고, 간소화할 것 간소화하면서 좀 더 가벼운 삶을 살아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밑반찬이든 묵은 마음의 짐이든, 주변 사람들과의 억지스러운 인연이든 무엇이든 간에 말이죠.   


그래도 브런치 사진은 예쁘게 남기고 싶고, 보시는 분들 눈도 즐겁게 해드리고 싶으니 딱 계란 지단 부쳐내는 정도의 욕심 정도만 지니고 살아보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치, 다이내믹 코리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