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장의 점심은 조랭이 떡만둣국이었습니다. 조랭이 떡을 좋아해서 겨울이면 잘 해 먹는 음식입니다.
마침 고기를 받은 날이기도 해서 뭉텅 뭉텅 소고기도 듬뿍 넣어서 육수를 제대로 내서 만들었지요. 덕분에 아주 진한 맛의 떡국을 잘 먹었습니다.
브런치에 올릴 생각이 아니었더라면 그냥 계란을 풀어서 휘휘 저어 먹었을 텐데 사진이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 'SNS용'으로 지단도 부쳤습니다. SNS는 역시나 보여지는 것에 신경 쓸 일이 참 많습니다.
사실 집에서는 이렇게 지단 부쳐 썰어 올리는 일은 거의 할 일이 없어요. 손님이나 오시면 모를까. 그래도 손이 한 번 더 가서 그런지 보기엔 훨씬 낫군요.
왼쪽은 SNS용 떡국 , 오른쪽은 평소 집에서 먹는 떡국SNS
어릴 적에는 엄마가 겨울이면 늘 만두를 빚어 냉동해두셨어요. 만둣국도, 떡만둣국도, 튀김만두도 생각만 나면 언제든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다 먹습니다.속도 실하게 정말 잘 만들어 내서 '엄마 손맛'에 대한 욕심만 좀 덜어내면 꽤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어요.
밑반찬은 세 가지입니다. 견과류랑 크랜베리 넣은 멸치볶음, 꽈리고추 메추리알 조림, 그리고 김치. 이번에 만들어 둔 저 반찬들만 비우게 되면 당분간 이런 반찬류는 만들지 않을 계획입니다.
새해 들어 결심한 것 중에 하나가 밑반찬 많이 만들어두고 먹는 백반 스타일에서 벗어나 이제는 일품요리로 가자는 것입니다.
반찬 이것저것 만들어 봤자 한 끼 맛있게 먹고는 결국 다 버리게 되더군요. 그래서 이제는 식단을 짜서 카레라이스, 떡국, 볶음밥, 덮밥 위주로 돌려먹기로 했습니다.
아! 이 밑반찬 만들어두기에 대한 질긴 미련을 끊어내기가 얼마나 힘들던지요.
뭔가 냉장고 가득 반찬을 많이 만들어두면 착한 주부, 좋은 엄마, 살림 잘 하는 아내가 된 것 같은 기분에 뿌듯함이 느껴지고, 한 가지 요리만 상에 달랑 내 놓는다는 것은 가족에게 미안한 느낌이 들어서 많이 망설여왔습니다.
SNS의 '집 밥' 게시물을 보면 그 많은 반찬들을 한 끼에 어떻게 다 해 내는지 입이 딱딱 벌어지잖아요.
보여주기 위한 게시물이라서 실제와는 좀 다르겠지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한 그릇 일품요리와는 너무나 비교가 되기에 같은 주부로서 은근히 기가 죽고 괜한 죄책감도 갖곤 했는데 이제 그런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합니다.
올해부터는 가능한 한 덜어낼 것들은 덜어내고, 간소화할 것 간소화하면서 좀 더 가벼운 삶을 살아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밑반찬이든 묵은 마음의 짐이든, 주변 사람들과의 억지스러운 인연이든 무엇이든 간에 말이죠.
그래도 브런치 사진은 예쁘게 남기고 싶고, 보시는 분들 눈도 즐겁게 해드리고 싶으니 딱 계란 지단 부쳐내는 정도의 욕심 정도만 지니고 살아보렵니다.